칫솔_초이의 IT 휴게실


글쓴 이 - 칫솔(CHiTSOL, PHILSIK CHOI) | 스타트업(Start-Up) l 2015/04/01 08:11



예루살렘(Jerusalem), 텔아비브(Tel Aviv) 그리고 하이파(Haifa). 종교, 경제, 공업을 대표하는 이스라엘의 3대 도시들이다. 그만큼 세 도시의 분위기는 다르다. 아마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있다면 세 도시의 다른 풍경, 문화를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그 차이가 창업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인 제도를 중점으로 이스라엘의 창업을 이야기하다보니 도시마다 다른 창업 색깔을 표현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르지만, 세 도시는 여행지의 매력만큼이나 창업 환경의 차이도 지니고 있다. 물론 단순하게 보면 제도의 통일성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지역의 강점을 반영한 창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선 세 도시가 잘 말해주고 있다.

텔아비브 - 젊은 창업가들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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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는 지중해 도시지만 늘 따뜻한 기후는 아니다. 겨울이 지나는 3월은 밤새 바다로부터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일교차도 크다. 밤엔 온풍기를 틀어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아침 6시 텔아비브 해안가는 반바지에 반팔을 걸친 달리기족에게 점령당한다. 해변가에서 수영을 하고 서핑보드도 탄다. 모근이 흔들리는 것 같은 강하고 쌀쌀한 바람에 긴팔부터 찾는 나의 모습과 너무나 대비되는 장면이지만, 다른 이스라엘 도시에서 보기 힘든 활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일상의 활력은 텔아비브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똑같이 느껴진다. 단순히 창업을 할 수 있는 제도 때문은 아니다. 텔아비브는 현대적 도시의 느낌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의 금융 중심 도시가 가진 풍부한 재정과 세련된 도시의 이미지를 가꾸어 가는 노력, 여기에 최신 흐름을 빨리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있다. 코셔로 대변되는 엄격한 음식 문화에서 살짝 벗어날 수 있는 자유로움은 창업의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을 예루살렘을 벗어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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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문화적 차이가 텔아비브에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몰려 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창업을 위한 기반 환경도 잘 발달돼 있다. 사업으로 구체화하고 초기 투자를 받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액셀러레이터와 스타트업의 규모를 키우는 인큐베이터, 그리고 더 큰 시장으로 내보낼 수 있는 구매자들이 조화를 이룬다. 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을 돕는 문화도 무시할 수 없다. 공동 작업장에 있는 창업가들은 물론 로스차일드 거리의 스타트업들은 서로 다른 분야임에도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 받는다. 창업가를 위한 수많은 모임도 다른 지역보다 몇 배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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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을 위해 값싸게 공간과 시설을 빌려주는 기관과 시설도 풍부한데다 스타타우를 비롯한 여러 창업지원센터도 곳곳에서 흩어져 있다. 창업가를 위해 공간과 시설을 임대하는 위워크(WeWork)도 텔아비브에 둥지를 틀었다. 이스라엘의 다른 도시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지금 중심지에서 운영 중인 1호점 외에 텔아비브와 가까운 헤르젤리아 파투아흐와 텔아비브 샤로나에 2호점, 3호점을 연다. 위워크 한 시설에만 100여개의 스타트업이 모였고, 1층에는 이스라엘 우버의 간판이 걸려 있다. 창업가들을 꾸준히 배출하는 텔아비브 대학의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도 이곳에선 강점으로 활용된다. 텔아비브 만으로도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을 말하는 데 전혀 무리 없을 정도로 이스라엘 스타트업의 성지가 되어가고 있다.

하이파 - 비밀을 간직한 산학 창업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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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 북쪽으로 올라가는 고속도로를 따라 한시간쯤 달린 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높은 산맥이 눈을 따라 함께 움직인다. 그 산이 바로 갈멜산(Calmel)이다. 이는 곧 하이파에 가까이 왔다는 신호다. 하이파는 공업도시면서 영국이 지배할 당시 무역항이었던 이스라엘 제3의 도시.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공장, 철도 등이 발달되어 있는 지역이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해 종교적인 제약도 덜 받는다. 이곳은 안식일에도 대중 교통을 운행할 만큼 자유롭다. 짧은 거리지만 지하철도 다닌다. 트램이나 버스는 이스라엘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지하철은 이곳만 유일하게 운행한다.

갈멜산은 그냥 산이 아니다. 분명 이스라엘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그 자체가 수많은 사람들의 터전이기도 하다. 산은 숲으로 둘러진 자연이 아니라 그 자체가 도시가 됐다. 대부분 공장이나 연구 시설, 병원, 관공서가 들어서 있는 낮은 지대에서 벗어나 많은 이들이 산 위쪽에 터전을 마련한 것이다. 차를 타고 쉼없이 달려 올라간 갈멜산에서 내려다보는 하이파의 풍경은 그 어느 해안 도시에 뒤질 게 없다. 내려 앉은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하이파 항구의 야경은 이곳을 거쳐갈 생각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경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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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진 야경을 선물하는 갈멜산에 테크니온이라는 기술 대학이 있다. 이스라엘 건국보다 더 앞선 1912년에 세워진 대학이다. 생명공학, 줄기세포, 우주 공학, 컴퓨터 공학, 나노 기술, 에너지 분야에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상용화 기술을 만든다. 탄탄한 기초 과학 위에 실용 과학을 접목하는 독특한 학업 방식으로 다양한 신기술을 세상에 내놓는 덕분에 이 대학 주위에는 이들과 협력하기 위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삼성의 R&D 센터가 즐비하고 하이파 의료 센터와 긴밀히 협력한다. 알약처럼 만든 내시경인 Pill 카메라, 이웃나라의 전쟁 위협을 막기 위한 방어체계인 아이언돔 등도 이곳에서 출발했다. 노벨상을 받은 세 명의 테크니온 교수가 나온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이렇듯 테크니온 대학은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은 아니다. 학업과 동시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살리는 실용화하는 방법을 찾는다. 같은 아이디어를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고 이를 이용할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이곳에선 일상이다. 단순한 산학 협력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학교에서 기술을 연구해 스스로 창업하고 이를 기업과 나누는 '산학 창업'이라는 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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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테크니온 대학의 산학 창업에 비하면 일반 창업은 텔아비브나 예루살렘보다 썩 좋은 환경이라 말하긴 어렵다. 하이파에서 액세러레이터와 인큐베이팅을 맡고 있는 하이 센터를 찾아갔을 때 산학 창업이 더 활성화된 지역 분위기에 상당히 위축되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다. 실제 텔아비브에 비해 1/4에 불과한 스타트업 수가 그 현실을 말해주는 지도 모른다. 다만 하이 센터를 통한 스타트업 지원은 초기 액셀러레이터와 인큐베이팅을 동시에 진행하는 만큼 각 단계에 따른 자금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텔아비브와 다르다. 더불어 스타트업의 수가 적긴 하나 그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고, 테크니온 대학의 교수들이 지역 스타트업의 멘토로 활동하며 도움을 준다. 많은 이들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 하이파의 스타트업 생태 환경이 언제쯤 자생 능력을 갖출지는 더 두고봐야 할 일일 듯하다.

예루살렘 - 유대자본이 꿈틀대는 종교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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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에서 6번 고속 도로를 따라 서남쪽으로 내려오는 동안 분리 장벽과 철조망이 보이기 시작하면 예루살렘에 들어선 것이다. 요르단이 돌려받기를 거부한 팔레스타인 땅이면서 이스라엘의 수도, 유대인과 아랍인,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의 온갖 종파가 공존하는 이 복잡한 도시는 설명을 들으면 들을 수록 여간 머리가 아픈게 아니다. 그럼에도 이 도시는 은근히 매력있다. 젊은 이들이 얼마나 좋아할 도시인지는 모르나 서로 다른 종교와 인종이 크게 부딪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그렇다. 흔히 예루살렘을 종교적 성지라고 하지만, 이 복잡한 정치와 종교의 얽힌 실타래가 꼬이지 않도록 살아가는 배려를 느낄 뿐이다.

예루살렘의 수많은 성지를 짧은 지식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버무려 놓은 대서사시 같은 역사를 모르고선 이곳의 이야기를 전하는 건 무리인 것이다. 그저 올리브산 정상에 올라 옛 도시(Old City)의 경관을 바라보고, 서쪽 벽에 손을 얹은 이들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며, 성인의 발자취를 따르는 이들과 함께 걷다보면 이곳이 다른 이유를 마음으로 알게 될 뿐이다. 토요일 해가 뜨고 질 때까지 꼼짝하지 않는 대중 교통이나 불을 피우는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안식일은 이스라엘을 짧게 다녀가는 여행자에게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공원에 모여서 웃음 꽃을 피우는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의 모습을 보면 오히려 부러워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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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복잡함에 비하면 스타트업 환경은 상대적으로 단조롭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꼭 예루살렘이라는 배경 때문이 아니더라도 텔아비브나 하이파에 비하면 창업에 대한 정보가 두드러진 것은 아닌 것은 분명하니까. 그런데 이곳에서 스타트업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의외성도 있다. 예루살렘의 히브루 대학이 인문 중심이다보니 대학생 중심의 창업 환경은 다른 도시보다 떨어지는 것은 틀림 없으나 대학생이나 젊은 창업자 스스로가 창업을 하고 이를 지원하는 환경은 이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재정적인 지원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시프텍은 예루살렘의 비영리 액셀러레이터 중 하나다. 벤처캐피털인 JVP 미디어 쿼터의 후원을 받아 이스라엘에서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 창업가들을 위해 공간과 시설을 빌려주고 그들의 초기 투자를 얻을 수 있도록 밋업은 물론 다양한 투자가와 연결한다. 비록 JPV 미디어 쿼터라는 벤처 캐피털이 뒤에 버티고 있지만 굳이 이곳이 아니라도 이스라엘 전역에 있는 수많은 투자가에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열어준다. 특히 이들에게 투자하는 예루살렘의 유대자본은 텔아비브나 하이파로 젊은 창업가들이 곧바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묶어두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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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예루살렘의 모든 투자가 이러한 유대 자본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VLX는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중 하나로 민간 자본과 정부 자본을 합쳐 투자를 한다. 이스라엘에서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 중 하나인 OCS(Office Chief of Science)의 승인을 받은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지분을 얻는 방식이다. 필요한 운영 자금을 지원한 뒤 3년의 기간이 지나면 이후 3년 더 지원을 연장할지 말지 판단하는 이 프로그램은 우리나라도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Korea)라는 비슷한 유형의 육성 제도가 있다. VLX는 매년 5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으나 예루살렘의 스타트업만 찾는 것은 아니다. 텔아비브의 스타트업도 찾는다. 단, 그들이 지금 원하는  IoT나 의료 분야의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에 한해 투자할 뿐이다. 그러나 VLX가 어디든 상관 없이 육성 자금을 쓸 수 있다고 해도 그 모양새는 예루살렘에서 투자를 하는 것처럼 비친다. 예루살렘은 창업 환경은 낯설지만, 투자 환경에선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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