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의 PC 전략 변경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마이클 델의 지적은 맞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3분기 세계 PC 선적량을 계산한 성적표 보면 HP보다 델과 에이서가 전략 변경이 필요한 PC 업체이기 때문이다.
불과 2개월 전, HP는 전임 CEO였던 아포테커의 경솔한 발언으로 큰 위기를 맞이했다. 컨퍼런스 콜을 통해 분사 또는 매각을 고려 중이라는 말을 내뱉자마자 업계는 “HP가 PC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기정사실화했고, HP는 졸지에 PC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입장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더구나 webOS의 하드웨어 사업까지 포기한 탓에 HP가 하드웨어 비즈니스 대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의 기업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졌다.
아포테커가 HP와 더불어 PC 시장을 일시적 혼란에 몰아 넣었던 때가 8월 중순이었던 터라 이미 예정된 PC가 출하된 것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PC를 출하하고 있다는 것은 HP가 건재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물론 이 실적 때문에 HP에서 PC 사업을 계속 해야 하는 판단의 근거로 내세우기는 힘들다. HP의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PC 부문의 분사나 매각을 고려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이번 결과에 크게 연연해 하진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은 변한다. HP가 매각이나 분사를 없던 일로 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누가 PC의 미래를 그리고 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HP PC 부문은 2007년부터 매년 5% 안팎의 영업익을 냈다. PC 출하량이나 매출에 비하면 영업익은 분명 많은 편이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볼 수 있다. 지금 이 안정을 유지할 것인가, 더 큰 그림으로 바꿀 것인가를 두고 갈등할 수밖에 없다. 머지 않아 결론을 내리겠지만, 좀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에서 PC 사업을 계속해 나가는 게 답일 지 모른다. 이제 HP PC 사업부도 좀더 자유롭게 일해야 한다.
덧붙임 #
(2011년 10월 28일) 결국 HP의 PC 사업부가 종전처럼 내부 부서(PSG)로 잔류하는 것으로 결론 낫습니다. 맥 휘트먼 HP 신임 CEO는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분사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예전 조직으로 운영하는 편이 고객과 주주, 제휴사, 직원을 위해 올바른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webOS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 뿐인데, PSG가 존속한다면 webOS를 팔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계속 소식을 기다려봐야 할 듯 합니다.
HP 매니아(?) 로서 HP가 꾸준히 노트북 제품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아무튼… 회사던 나라던 리더와 주둥이가 문제군요…
(주어는 없습니다!)
회사는 갈아치울 수 있다지만 나라의 우두머리는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게… ㅜ.ㅜ
HP가 PC 사업부 분사 또는 매각 방침을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전임 CEO Leo Apotheker가 지난 8월 선언했던 PC 사업부(PSG)의 매각 또는 분리 방침을 신임 CEO Meg Whitman이 뒤짚었다. 세계 1위 PC 제조사의 PC 사업 철수 선언은 상당히 충격적인 발표였다. 하드웨어 사업을 지양하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분야로 매진하겠다는 것이기에 긍정적인 시선이 많았지만, HP에서 상당한 매출 비중이 몰려있는 PC 사업부를 떼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