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가 가볍고 얇은 노트북을 가리켜 ‘씬앤라이트'(Thin and Light)라는 전략을 펴온것도 벌써 3년이나 흘렀습니다. 사실 씬앤라이트는 점점 얇아지고 가볍게 만드는 노트북의 추세에 따라 1위 PC 사업자인 HP 중심의 시장을 만들기 위해 만든 메시지였지요. 하지만 아시아권 국가에서 씬앤라이트는 그다지 메시지를 전하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씬앤라이트라는 메시지를 떠올릴만한 제품이 부족했으니까요.
이런 배경에서 울트라북이 대세로 자리 잡아 가는 지금 HP는 한 가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울트라북은 인텔에서 주도하고 있는 제품군이면서 시장에 던지는 메시지인데, HP는 인텔 부품만 써서 PC를 만드는 제조사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울트라북은 아니지만, 울트라북의 흐름을 쫓아갈 수 있는 새로운 이름, 인텔의 경쟁자나 생태계와 공유할 수 있는 이름도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지금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HP 글로벌 인플루언서 서밋 2012에서 발표한 ‘슬릭북'(Sleekbook)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슬릭북이라는 용어를 접하고 잠시 혼란에 빠진 것은 이것이 인텔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울트라북이 인텔 프로세서와 부품 중심에서 PC 업계를 아우르는 용어라면, 슬릭북은 HP의 제품 유형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있어서지요. 한마디로 울트라북 같은 형태에 AMD 프로세어와 그래픽 카드도 넣고 엔비디아 그래픽 칩셋 등을 넣어서 만든 것이 바로 슬릭북인 셈입니다. 때문에 인텔 프로세서를 넣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울트라북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는 인텔 입장에선 HP가 살짝 미울 법하지만, 인텔의 물량을 상당부분 소화하는 최고 고객인 HP에게 딴지를 걸지 못한 채 더 많은 협력을 약속하고 울트라북의 혁신을 함께 이끌어 갈 수밖에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HP가 슬릭북을 울트라북과 똑같은 전략으로 가져가는 것은 아닙니다. HP는 울트라북을 프리미엄으로, 슬릭북을 보급형으로 각각 포지셔닝하기 위해 제품 구성을 다르게 가져가기로 했죠. 두 제품이 동일한 형태라고 해도 울트라북의 제원과 재질을 슬릭북보다 한 차원 높은 것들로 설정, 제품의 차별화를 두겠다 합니다. 예를 들어 울트라북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SSD, 메탈 같은 고급 재질로 만드는 반면, 슬릭북은 AMD나 인텔 펜티엄 프로세서, 하드디스크, 메탈과 그 밖의 재질을 쓰는 것이죠. 겉모양은 비슷할지 몰라도 성능과 아울러 섬세한 부분의 차이는 의외로 큰 만큼 가격도 다릅니다. 같은 모델명을 가진 엔비 울트라북과 슬릭북이라도 시작판매가에서 100달러 정도 슬릭북이 더 싸지요.
HP의 볼륨 제품 부사장인 케빈 프로스트는 씬앤라이트와 배터리, 우수한 서비스가 접목되는 것을 모바일 컴퓨팅의 미래로 진단했습니다. 이에 바탕을 두고 인텔이 생각하는 6개의 핵심축을 기반으로 울트라북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고 HP도 역점을 둔다고 했지만, 동시에 자체적인 시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슬릭북도 함께 선보인 것이죠. HP가 한쪽으로 올인하지 않고 경쟁사 부품을 함께 쓰는 전략을 써온 것은 제조 환경에서 좀더 유리한 부품 공급을 위한 일이었지만, 그것을 새로운 가치로 만들기 위해서 크게 신경 쓴 적은 별로 없습니다. 업계가 공동으로 생태계를 꾸리는 울트라북과 다르게 슬릭북은 HP의 독자성을 내세우는 노트북 컨셉이므로 제품을 통해 그 가치를 보여주는 것 이외에는 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이번에는 슬릭북을 통해 그 가치를 만들려 하는데, 지금 그것에 대한 평을 내리기는 이르겠지요. 이들이 꾸준하게 말하는 대로 품질이 가장 중요할 텐데, 잠시 현장에서 본 15인치 이상의 울트라북과 슬릭북은 크게 차이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 이하 제품이 없어서 좀더 냉정하게 말하기는 힘들지만, 성능, 재질, 가격 등을 따려서 소비자가 선택하는 일만이 남아 있는 셈이지요. 결국 울트라북을 사고 싶지만 그렇게 못하는 이들을 위한 대안으로 슬릭북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칩니다. 알맹이만 다른 울트라북, 그것이 슬릭북은 아닐까요?
HP 씬앤라이트 간담회 Q&A
HP가 오후에 진행한 씬앤라이트 세션에서 관련 전략에 대한 설명을 끝내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댄 플로랜자 HP 커머셜 매니지먼트 부사장과 케빈 프로스트 HP 볼륨 제품 부사장, 도미닉 매카시 프리미엄 제품 담당, 인텔 에어런 울트라북 담당자가 자리해 질문에 답변을 했습니다. 눈에 띄는 답변이 좀 부족한 게 아쉽지만,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차원에서 질의응답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합니다.
Q) HP가 발표한 울트라북과 슬릭북에 4G LTE가 들어간다고 했는데, LTE 모델을 유럽에서 쓸 수 있는가? 지금 나오는 울트라북은 샌디브릿지를 쓰는가?
A) LTE는 유럽에서도 문제가 없지만 제품은 점진적으로 확대 출시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일단 3G를 쓸 수 있고, 유럽망이 확장될 수록 더 많이 쓰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현재 울트라북은 샌디브릿지가 맞다. 인텔이 아이비 브릿지를 공식 발표하는 대로 그에 맞는 울트라북을 선보일 것이다.
Q) 슬릭북은 AMD도 계속 쓰는가?
A) 그렇다.Q) 지난 1분기 울트라북의 매출은 기대 이하였다. 울트라북 시장 확대 위한 계획은 있는가?
A) HP의 울트라북 판매 실적은 긍정적이다. 우리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울트라북은 씬앤라이트의 경험을 유지하려는 것이었고 언론과 고객의 반응은 좋았다. 새로운 제품을 팔 때는 한 분기, 몇 개월 식으로 평가가 어렵고 몇년은 지켜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18개월 싸이클에 맞춰 제품을 발표했는데, 엘리트북 폴리오는 그런 원칙을 따지지 않고 개발했다. 각종 보안과 스마트카드 인증 등 IT 관리자가 원하는 모든 기능을 다 넣은 제품을 내놓은 만큼 기업용 울트라북의 발주가 늘어날 것이다. 컨슈머 울트라북 시장 확대 전략을 간략히 정리하면 대중화로 가기 위해 디스플레이에 더 신경 쓸 것이다.Q) 14인치가 중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A)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미국에서 보면 전체적인 사용 공간 개념이 다르다. 노트북의 용처가 다르다는 것인데, 17인치는 유럽에서 성황하는 반면 아시아는 아니다. 13인치처럼 이동 중에 쓰는 사람들이 많은 게 아시아다. 하지만 14인치는 얇고 가벼운 것을 원하지만 잘 보이는 것을 원하는 이들의 균형점이라고 본다. 사실 디스플레이에 선입견이 많은 데 이런 흐름은 노트북 업계의 오랜 트렌드 중 하나일 뿐이고, 우리는 고객에게 다양한 제품을 제공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할 뿐이다.Q) 윈도8 업그레이드 대책과 클라우드 컴퓨팅, 울트라북의 관계에 대해 정리한다면?
일단 윈도8 업그레이드는 가능하다고만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더불어 울트라북은 대중화된 플랫폼이 될 것이다. 미래를 생각해보면 클라우드 기반 환경이 울트라북 전략을 잘 보완할 것으로 본다. 울트라북은 SSD나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가 뛰어나기 때문에 미래가 밝고, 최고의 하드웨어에 클라우드를 최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HP가 어제 (5월 9일) 상하이 엑스포 센터에서 Global Influencer Summit 2012 행사를 통해 신규 노트북을 대거 발표했습니다. HP가 어제 발표한 노트북은 HP 엔비 스펙터 (Envy Spectre) XT와 HP 엔비 울트라북 (Envy Ultrabook), HP 엔비 슬릭북 (Envy Sleekbook), HP 엘리트북 폴리오 (Elitebook Polio), HP 파빌리온 (Pavilion) m, HP 파빌리온 (Pavil..
HP가 오늘 중국 상하이, ‘HP 빅뱅’ 행사에서 엄청나게 많은 제품군을 쏟아냈습니다. 금년 초 IPG(이미지 프린팅 그룹)와 PSG(퍼스널 시스템 그룹), 즉 다시말해 PC사업부와 프린터 사업부를 통합한 이래 첫번째 가진 HP 글로벌 전체 행사라 더더욱 관심이 가는 행사였죠 워낙 발표한 제품과 내용이 많다보니 하나씩 하나씩 살펴볼텐데요. 일단 그 첫번째로 아마도 가장 관심이 가는 제품군일 울트라북(Ultrabook) 그중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업이 될..
현재 상하이 엑스포 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HP행사에서는 무려 100여개에 이르는 HP의 신제품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소비자용 노트북에서부터 기업용 노트북 및 워크 스테이션, 올인원 PC 및 프린터에 이르기까지 이미지 프린팅 그룹(IPG)과 퍼스널 시스템 그룹(PSG)을 통합한 이후에 기다렸다는듯이 HP가 그간 준비해놓은 제품들을 대거 내놓고 있죠 HP CEO 맥 휘트먼과 수석부사장 토드 브래들리를 비롯해 전세계 HP branch 들이 모두 참가하고..
HP 글로벌 인플루언서 서밋(Global Influencer Summit)이 현재 중국 상해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신제품들과 주요 임원들의 키노트가 열리는 자리에 HP PAVLO Web Expert 4기 지민지 양이 참석했습니다. 지민지 양이 전하는 HP Global Influencer Summit 이야기 함께 보시죠!안녕하세요. HP PAVLO W.E. 4기 지민지입니다. 저는 지금 ‘HP 빅뱅 2012’(Global Influencer…
울트라북과 차이점이 뭘까..싶었는데, 칫솔님 덕분에 확 와닿았네요.
애플처럼 HP도 모델명만 조금 더 쉽게 해주어서 혼란스럽지 않게 해주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고급형과 보급형. 잘 보고 가요~ 🙂
모델명보다는 가치가 있어야겠죠. 새로운 글 한 번 읽어보심 좋을 듯.. ^^
물론, 가치보단 모델명입니다.ㅎㅎ”
둘다 겸겸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아쉬운 소리인가봐요.ㅋ’
저도 공대생으로 갓 프로젝트 뛰고 있지만, 쉽다쉽다 하면서 쉽고 간결한 무언가의 이름, 설명 하기가 참 어렵더군요. 🙁
중국가신 이유…HP였군요!
그대를 위해 가지 못해 미안하이~ ^^
세계 PC 제조사 가운데 1위인 HP는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둔중한 움직임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특히 PC 분야에 새로운 조류가 닥쳐올 때 그런 경우가 종종 보이죠. 대표적으로 넷북의 경우를 들 수 있는데, HP 자체적으로 넷북에 대응하는 2133 미니라는 모델이 있었지만 VIA 프로세서를 사용하여 아톰을 이용한 대만 업체들에 비해 느리고 발열이 심한데다가 배터리도 짧아서 예쁜 디자인과 해상도 등 몇몇 장점에도 불구하고 크게 빛을 못 봤..
지난주 상하이에서 열린 HP GIS (Global Influencer Summit) 2012에서는 HP의 신제품 80여종이 대대적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한 엔비 스펙터 XT는 프리미엄 울트라북으로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으로 무장해 GIS 행사 현장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제품이었죠. 그런데, HP는 이와 함께 또 다른 재미있는 제품인 슬릭북 (Sleekbook)을 공개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HP의 슬릭북 (Sleek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