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씬앤라이트의 가치에 집중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은 PC를 파는 업체는 HP입니다. 1년에 3천 만대 이상의 PC와 노트북을 팔면서 거의 20%에 이르는 시장 점유율을 얻는 업체지요. HP가 지난 몇 년 동안 이 같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던 배경은 많습니다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이 많다는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목적와 구매 여건에 맞춰서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제품 범주에 HP에서 만든 PC와 노트북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이처럼 많은 판매량을 보이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HP가 무의미한 제품을 많이 만들어 파는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제품은 시대의 흐름에 맞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기호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는 것을 미리 파악해 이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지요. 물론 100% 다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시기에 맞춘 흐름이나 유행의 코드를 넣는 제품을 적절한 시기에 내놓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1위 업체의 이러한 움직임은 큰 흐름이 되고, 그들의 한마디가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때문에 매년 가을에 열리는 HP 신제품 발표회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PC가 가장 많이 팔리는 겨울 시즌을 겨냥해 판매할 제품을 미리 선보이는 이유도 있지만, 결국 그 시기에 어떤 흐름이나 변화가 있을 것인가를 미리 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니까요. 마치 반년 앞서 유행을 미리 보여주는 패션 분야의 컬렉션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싱가포르에서 열린 HP 신제품 발표회 ‘Nothing but HP for me’에서 선보인 기본 주제는 ‘씬앤라이트'(thin and light)입니다. 좀더 얇고 가벼워진 노트북을 일컫는 이야기지요. 때문에 HP는 이번 발표회에서 모두 두께 1인치(1.54cm) 미만에 1.36~1.76kg의 무게를 가진 신형 노트북을 선보였습니다. 최근 인텔이 울트라씬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노트북 범주로 밀고 있는 ‘울트라씬’만을 위한 게 아니라 이에 맞는 다른 플랫폼을 쓰는 노트북도 두께와 무게를 모두 줄여 전반적으로 얇고 가볍게 만든 게 특징입니다. 일반 노트북으로 내놓은 dm1, dm3와 아울러 HP 5310m 프로북 같은 비즈니스 노트북도 모두 얇고 가볍습니다. 앞서 소개한 프리미엄 노트북인 엔비 13, 엔비 15(얼굴도 몸매도 확 바꾼 HP 엔비, 탐나는도다~)도 역시 이 코드를 지니고 있고, 넷북(입체 상판에 풀HD, 3D 게임까지? 넷북 맞아?)은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씬앤라이트라는 주제는 사실 노트북 업계의 공통된 주제입니다. 하지만 이 시장이 될지 안 될지 확신이 없어 ‘간’ 보느라 드문드문 내놓는 업체와 달리 HP는 새로 선보인 모든 노트북을 얇고 가벼운 것으로 통일함으로써 이를 고민하고 있을 업계 흐름을 더 명확하고 단순하게 만든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 발표회에서 이러한 씬앤라이트의 주제를 살린 노트북과 더불어 그 위에 하나의 코드를 더 얹었습니다. 바로 ‘가치’입니다. HP는 늘 고객의 가치를 중시한다는 이야기를 해왔지만, 이번은 조금 다릅니다. 이번 발표회가 시작되자마자 HP 아시아태평양 지역 퍼스널 시스템 그룹의 시친텍 수석부사장이 기조 발표를 통해 “앞으로는 값싼 제품보다 가치를 주는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죠. 소비자가 사게 될 HP 씬앤라이트 노트북이나 PC의 가치에 맞는 품질을 보여주겠다는 말인데, 달리 말하면 그 품질이 높아질 수록 그에 맞는 가격을 정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갑자기 노트북이나 PC의 가치를 살리겠다는 이야기는 의외일 수 있습니다. 사실 PC 업계는 지난 몇 년 동안 가격을 낮추려는 노력을 해왔고, 특히 지난 1년은 거의 이익이 남지 않는 저가 제품으로 생존 경쟁을 해왔습니다. 세계적 금융 위기로 PC 시장이 역성장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컸지만, 다행히 넷북을 비롯한 저가 노트북으로 그 위기를 잘 넘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노트북과 PC의 가치가 많이 낮아진 점도 무시하긴 힘듭니다. 금융 위기로 씀씀이가 줄어든 소비자들은 일단 기능이야 어쨌든 값싸게 쓸만한 제품을 찾아 나섰으니까요. 이런 이유로 값싼 넷북이 급부상했던 것이고요. 성능이나 디자인 등 가치있는 제품보다는 현실적인 제품이 모범 답안이었던 시기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HP가 가치 지향적인 제품을 만들겠다고 한 것은 지난 1년 동안 떨어진 제품 가치의 복원을 뜻합니다. 디자인, 재질, 성능 등 소비자가 원하는 가치를 가진 제품을 만드겠다는 것이지요. 시친텍 부사장은 필자와 인터뷰를 통해 “최저가에 제품을 사지 않을 만한 이유를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를 테면 299달러 짜리 넷북으로는 그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이야기지요. 무엇보다 가격이 낮은 제품일수록 뛰어난 노트북의 성능과 기능을 맛볼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 고객에게 이에 맞는 가치를 줄 시기가 왔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모든 제품의 가격을 올리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제품의 다양성, 제품마다 가치 부여가 다른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이야기로 해석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번에 발표된 노트북은 중가부터 고가 프리미엄까지 광범위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제품이 씬앤라이트의 형태를 띄지만 화면 크기와 프로세서, 칩셋이나 하드디스크 같은 부품, 재질이 모두 다릅니다. 보통 껍데기는 그대로 두고 제원만 바꿔 신제품으로 내놓는 예가 많지만, 이번 신제품은 각 모델에 맞게 모두 다른 형태와 제원을 갖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시친텍 HP 아시아태평양 지역 PSG 부사장
시친텍 부사장의 발언 배경에는 역시 세계 경제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제품에 실망한 소비자 때문에 가치를 올려 봤자 소비자가 사기 힘든 환경이면 소용없는 것이니까요. 세계 경제의 흐름이 그만큼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없었다면 이러한 가치 집중에 대한 이야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시친텍 부사장은 인터뷰에서 IDC 데이터를 인용, “올해 PC 시장 성장 예상치가 5%, 내년도 11.4%가 될 것이며, 경제가 점차 안정화 되고 있어 내년 시장은 매우 고무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경제 안정과 더불어 다시 PC 시장 성장세가 찾아왔을 때 더 이상 값싼 제품이 아니라 가치를 주는 제품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지요. 그 소비자에게 맞는 것이 바로 ‘씬앤라이트’의 주제를 가진 신제품들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씬앤라이트’라는 주제를 가진 HP 노트북은 사실 모든 노트북 업계의 바람입니다. 넷북을 비롯해 값싼 노트북이 떨어뜨린 제품 가치에 대해 어느 정도 경계를 긋고 싶은 노트북 업체와 부품 공급 업체의 바람인 것이죠. 그 배경에는 지난 1년의 큰 흐름이었던 넷북이 있었지만, 넷북에 대한 소비자의 실망감과 업계의 강한 경계심이 어울리게 되면 HP가 내세운 씬앤라이트, 인텔의 울트라씬 등으로 흐름이 바뀔 것입니다. 울트라씬이든, 울트라포터블이든 어떻게 불려도 상관 없이 얇고 가볍지만 앞으로 1년 안에 노트북으로서 가치를 가진 제품들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일 듯 싶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2 Comments

  1. 2009년 9월 18일
    Reply

    아항항 전 hp 하면 프린트 밖에 안하는줄 알았어요..ㅠㅠ

    노트북을 사본적이 없다보니..ㅠㅠ

    • 칫솔
      2009년 9월 20일
      Reply

      크… 사실 HP하면 프린터만 떠오르고 PC는 잘 모를 때가 있었죠. 요즘은 다른 이야기지만요. ^^

  2. 2009년 9월 18일
    Reply

    hp 서비스센터에서 알바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프린터 이외의 제품엔 믿음이 잘 안가요 ㅋ

    좋은 글 잘봤습니다~

    • 칫솔
      2009년 9월 20일
      Reply

      정말 안좋은 기억이시군요. 패스트푸드점 알바가 그 매장 음식 안먹는 것 같은 이치네요. ^^

  3. 2009년 9월 18일
    Reply

    제가 태어나서 처음 사용한 노트북이 HP였죠. 정말 애지중지했었다는..^^ 디자인이 일품이었고요.
    이후 일체형 터치 컴퓨터를 보고…오..놀라워라 했답니다.
    HP가 그냥 막 만들어 파는 회사는 분명 아니지요. 늘 놀라운 제품을 내놓았으니까요.
    앞으로의 제품들도 기대가 됩니다.

    • 칫솔
      2009년 9월 20일
      Reply

      HP 신제품 행사에 가면 이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 기대를 안고 갑니다. 올해는 그냥 보여주는 제품이 아니라 관심을 가질만한 제품이 많이 나온 듯… 올 겨울 성적표가 기대되요~ ^^

  4. 시늬수
    2009년 9월 19일
    Reply

    내가 제품 운이 좋아서 그런가? 나는 HP 노트북 사서 문제없이 잘 썼는데.

    6년이 지난 지금도 쌩쌩. 그동안 AS 한 번 받아본 적 없고.

    새 노트북 사고 그냥 아는 사람 줬는데.

    • 칫솔
      2009년 9월 20일
      Reply

      운이 좋은 게 아니라 제품이 주인을 잘 만난 듯 싶군요.

  5. 2009년 9월 20일
    Reply

    hp 컨퍼런스 다녀오셨군요.
    확실히 업계에서 울트라씬이니 슬림앤슬릭이니 해서 그쪽으로 몰아가려는 현상이 뚜렷이 보이더군요. 이번에 삼성에서 나온 제품도 봤는데, 디자인이 상당하더라구요. envy 제품을 한번 직접 보고 싶은데 10월에나 되야 출시가 된다 하니… envy 출시가는 공개 안됐나요? $기준으로 ㅎ

    • 칫솔
      2009년 9월 20일
      Reply

      엔비의 출시가는 저도 궁금합니다만, 엔비 13이 국내에 나오지 않는다는 소식 듣고 지금 충격에 빠져 있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6. 2009년 9월 30일
    Reply

    내 사무실 책상 위의 두툼한 노트북의 사전엔 Stylish라는 단어가 있을까…?내 두툼한 노트북이 들어갈 노트북 백은 번들로 나오는 보따리 가방뿐일까…? 위에 보시는 사진은 인턴때 썼던 비즈니스 노트북입니다. “사무실 이외의 장소에서는 사용을 금합니다”라는 무언의 포스를 내뿜고 있는 우직한 노트북이죠.^^ 제가 죄없는 사무실 책상 위의 노트북을 나무라는 이유는 오늘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녀석을 부각시켜주기 위해서 입니다. HP에서는 올해 스타…

  7. 2009년 10월 13일
    Reply

    요즘 PAVLO에 신제품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자주 하게 되네요. 10월 말에 대거 쏟아져 나올 다양한 라인의 신제품 정보를 조금이나마 더 많이 전해 드리고자 하는 마음에.. ㅋㅋ최근 모바일 컴퓨팅 트랜드를 보면 넷북(Mini)에 이어 Thin & Light가 점점 부각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트랜드에 부합하는 HP 신제품 라인 중에서 “만족스러운 가격대비 성능”이라는 또 한마리의 토끼를 잡고자하는 욕심으로 출시하는 제품이 있답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