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 시장의 경쟁자, 구라쟁이, 힘 없는 벤처 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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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1월 6일 삼성이 발표한 128GB SSD는 꽤 의미있는 제품이었다. 바로 두 달 앞서 내놓은 SATA 2 방식의 64GB SSD보다 두 배 더 많은 용량의 SSD를 내놨기 때문만은 아니다. 64GB SSD는 SLC 타입 낸드 플래시를 담고 있었지만, 128GB는 MLC 낸드를 넣어 용량을 늘리면서도 MLC 방식 SSD의 문제점이라던 느린 읽기/쓰기도 어느 정도 해결한 제품이었다. 50nm 공정의 8Gb SLC 낸드 플래시를 쓴 삼성 64GB SSD는 120MB/s 순차 읽기와 100MB/s 순차 쓰기의 성능을 가졌지만, 128GB MLC 낸드 플래시는 100MB/s와 70MB/s의 순차 읽기와 쓰기 성능을 보인다고 했다. 물론 이는 낸드 플래시의 능력보다 컨트롤러 성능을 개선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2.
이에 인텔이 차세대 SSD의 성능을 끌어올리겠다고 어제 발표했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부문에서 2인자가 되고 싶지 않은 인텔은 프로세서뿐만 아니라 SSD 시장에 대한 욕심을 부려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능을 보여주는 SSD를 내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삼성이나 도시바 등 다른 업체가 일찌감치 SATA 2 방식 MLC SSD로 전환, 용량도 늘리고 전송 속도를 더 빠르게 했던 것과 달리 인텔은 어제 발표전까지 PATA 방식 SSD로 근근히 버티고 있었다. PATA 방식 인텔 SSD의 능력은 순차 읽기 40MB/s, 순차 쓰기 30MB/s였는데, 인텔은 올해 말까지 최대 160GB의 MLC SSD 성능을 삼성 SSD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연말까지 삼성이 더 빠른 읽기와 저장 기술을 내놓는다면 인텔도 기를 쓰고 따라가려 할 것이다.


3.
이러한 경쟁자들과 달리 늘 제품을 만들었다는 보도자료만 뿌리고 정작 제품은 구경조차 할 수 없는 희한한 회사가 하나 있다. 물론 국내 기업이다. 이 회사는 자사의 SSD를 이름 난 기자나 벤치마크 사이트에 빌려주고 성능을 맛보게 한 뒤 이를 기사로 노출시키는 남다는 능력을 발휘한다. 지난 해 말에는 MLC 타입 32GB SSD를 20만원대에 내놓는다고 떠벌리는 바람에 나도 그렇게 수많이 이들이 그 낚시 바늘에 걸려 지금까지 오매불망 그 SSD가 나오기만을 기다려 왔다. 그러나 3월초가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내놓기로 했던 저가 SSD는 어디에서도 구경할 수 없다. 안나왔으니까. 나온다고는 하지만, 기약은 없다. 그 이전에 만들었다는 SSD도 시중에서 찾아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이쯤되니 업체가 기술력을 갖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구라일까, 아닐까? 앞으로 이 업체가 보도자료를 낼 때마다 그걸 구라라고 믿을 확률이 아닐 확률보다 더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4.
며칠 전 SSD 제품을 제조하는 지인으로부터 자기가 만든 SSD(여기서도 소개한 적이 있음)를 모방한 카피 제품이 시중에 풀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더 어이없는 점은 지인이 설계한 SSD를 양산하려고 맡긴 생산 업체가 해당 제품을 분해해 그와 똑같은 모양의 SSD를 만들어 유통시켰다는 점이다. 해당 업체와 공동 생산을 위한 제휴를 맺기는 했는데, 생산만 해야 할 업체가 카피 제품을 만들어 뒤통수를 친 것이라 황당하기 이를 게 없다는 것이다. 다만 카피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인지 USB 인터페이스는 뺐다고 한다. 허나 모양은 비슷해도 성능은 구릴 수밖에 없다. SSD의 성능은 모양에서 오는 게 아니라 컨트롤러가 좌우하는데, 그것까지는 복제를 못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 지인은 소송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한다. 돈이 좀 있는 기업을 상대로 몇 년 동안 이어질 소송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란다.


돈 없고 힘 없는 벤처 사업가의 현실은 이렇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6 Comments

  1. 2008년 3월 11일
    Reply

    모든 기업들이 정정당당하게 수익을 창출했으면 좋겠습니다..

    • 2008년 3월 12일
      Reply

      누구나 갖고 있는 바람이지요. 다만 그 꿈과 현식의 차이가 너무 크답니다.

  2. 2008년 3월 11일
    Reply

    마지막 문단에서 참 가슴아프군요……..

    • 2008년 3월 12일
      Reply

      글로 사정을 다 밝힐 수도 없어 더 가슴 아프죠.

    • 2008년 3월 12일
      Reply

      대충 아시리라 믿습니다.

  3. 2008년 3월 12일
    Reply

    에?? 삼성이 그런건가요??-_-a..

    • 2008년 3월 12일
      Reply

      아.. 3, 4번은 삼성과 관계 없습니다.

    • 2008년 3월 12일
      Reply

      아..구글이가 누군지 알려주는군요..-_-a..

    • 2008년 3월 12일
      Reply

      대단한 구글이군요. ^^

  4. 2008년 3월 12일
    Reply

    도대체 어떤 싸가지없는 기업이 저런답니까? -.-;

    • 2008년 3월 12일
      Reply

      더 문제가 복잡해지면 공개하겠습니다. 지금은 좋은 쪽으로 해결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5. 2008년 3월 12일
    Reply

    어쩐지 32GB 출시할때부터 시중에 나올줄 알았더만
    최대 4GB 지원이라는 씁슬한 현실이..

    쫌 잘하지

  6. 조제리
    2008년 3월 13일
    Reply

    3번// 저도 양치기 회사한테 한두번 속은게 아니라는.. ㅎㅎ 전 익스프레스카드형을 기다리고 있는데 자꾸만 출시일이 미뤄지는건 왠지 ㅠ.ㅠ
    4번// 아.. 그 스펙 똑같은 익스프레스34 ssd 말씀하시는건가요? 다나와에서 16G SLC 평가 보니까 쓰기가 10메가도 안나온다는 악평이 있더라고요. (음..만약 그 회사가 아니면 자삭할게요^^)

    • 2008년 3월 13일
      Reply

      링크 확인은 못했지만, 이전에 나온 34가 아닌 카피 34 제품이면 맞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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