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2017 돌아보기] 세상의 소음을 지우는 소니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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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노이즈 캔슬링 기술이 없었다면 수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한 카페에서도, 정말 심한 소음을 내는 지하철 안에서도 때론 편안하게, 때론 여유로운 표정으로 음악을 듣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엔진 소리 요란한 비행기 안에서도 편안한 잠자리도 없었을 지 모른다. 노이즈 캔슬링 덕분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세상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노이즈 캔슬링 기술의 흥미로운 점은 사실 소음을 막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는 것일 게다. 이 기술이 따지고 보면 잡음에 잡음을 더하는 것이라서다. 처음부터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음을 완벽히 차단하는 수동적인 차폐 방식의 차단도 있지만, 액티브 방식처럼 외부의 소음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찾아낸 소리의 파형에 180도 위상차를 가진 반대의 파형으로 된 잡음을 합쳐 중화된 소리를 귀로 흘려보내는 기술이라서다. 이 반대의 파형은 어디까지나 외부 소음에만 간섭할 뿐 우리가 듣는 음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시끄러운 곳에서도 선명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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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2016에서 첫 선을 보인 MDR-1000X

이러한 노이즈 캔슬링 기술은 거의 모든 헤드폰, 이어폰 제조사가 저마다 자체 기술력을 자랑하는 부분 중 하나다. 단순히 잡음을 감쇄하는 기술을 넣은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외부 소음을 줄이면서 소리를 잘 전달하느냐에 대한 비율도 따지고 차폐할 때의 압력 차까지 감안한 착용성, 건전지나 충전지의 배터리 시간 등 여러 요인들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의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다양한 요소에서 좀더 꼼꼼하게 기술적 수준을 평가받기 때문에 한 제조사에서 다채로운 제품을 내놓는 일은 드물고 시중에서 선택할 만한 노이즈 캔슬링 제품도 많은 편이 아니다.

몇몇 헤드폰 브랜드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부문에서 이름이 잘 알려져 있긴 했지만, 소니는 강력한 경쟁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제조사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였다. 적어도 IFA 2016에서 MDR-1000X라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기 전까지는 그랬다. 물론 소니가 다른 헤드셋 제조사보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적게 내놓은 제조사라고 보긴 힘들지만, 소음 감쇄 성능과 무선 음질을 동시에 해결한 제품으로 확실히 경쟁자로 올라서게 된 것은 MDR-1000X 때부터라고 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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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마이크를 이용한 듀얼 노이즈 센서를 IFA 2016에서 선보였던 소니.

소니가 MDR-1000X는 소니의 최고급 오디오 레이블인 ‘시그니처’와 함께 공개된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다. 하지만 이용자의 필요성과 접근 가능한 가격대 등 대중적인 시각에서 브랜드 고급화로 앞세운 시그니처보다 좀더 쉽게 다가선 고품질 무선 헤드셋이 됐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MDR-1000X를 발표할 당시 소니는 노이즈 캔슬링의 성능과 기능 뿐만 아니라 이 헤드폰의 무선 오디오 음질의 비결까지 낱낱이 공개했다. 고급 알루미늄 소재를 쓴 커다란 드라이버 유닛에 aptX와 음질 개선 엔진(DSEE HX)의 탑재로 블루투스 음질에 대한 의심을 지웠다. 물론 LDAC라는 소니 자체 디코더도 내장해 놓은 터라 소니 워크맨 같은 LDAC 플레이어(최근 안드로이드 O에 기본 탑재됨)와 함께 쓰면 더 훌륭한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어컵 바깥에 손을 대면 외부 소리를 여과 없이 들을 수 있게 만든 퀵 어텐션도 매우 유용했다. 노이즈 캔슬링과 오디오 유닛의 탄탄한 기본기, 여기에 음질 개선 기술을 더한 MDR-1000X의 조합에 대해 이전과 다른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인 것은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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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이어버드를 연결하는 선을 없앤 무선 이어버드, WF-1000X

소니가 MDR-1000X로 노이즈 캔슬링 분야의 분위기를 잡는 동안, 소니는 그 빈틈을 메우기 위한 준비도 함께 해왔다. 사실 지난 해 소니 MDR-1000X가 공개된 직후 발견된 허점도 적지 않았는데 이를 서둘러 메우기 위한 새로운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실제로 MDR-1000X의 개발자도 당시 모든 기술이 완성되었다고 말하진 않았고 다음 제품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노이즈 캔슬링과 블루투스 등 다양한 기능을 설정하고 다루는 헤드폰임에도 이를 좀더 쉽게 관리하는 편의적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점이 있었고, 좀더 다양한 환경에서 잡음을 확실하게 잡는 개선도 필요했다.

소니가 IFA 2017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그 해답을 모두 쏟아냈다. MDR-1000X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좀더 기능을 개선하고 더 많은 제품군으로 확장한 노이즈 캔슬링 오디오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해 MDR-1000X가 노이즈 캔슬링과 무선 오디오 품질을 위한 하드웨어 설계에 집중했다면 이번 IFA는 확인된 허점을 보완하고 소니의 노이즈 캔슬링 기술을 활용한 제품군의 확장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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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캔슬링을 적용한 넥밴드형 이어폰, WI-1000X

IFA 2017에서 공개한 소니 무선 노이즈 캔슬링 제품은 모두 세 가지다. MDR-1000X의 후속 WH-1000XM2와 넥밴드 형태 WI-1000X, 무선 이어버드의 WF-1000X 등이다. 하나의 헤드폰만 공개한 지난 해와 달리 이번 IFA에서 소니는 3가지의 무선 노이즈 캔슬링으로 이 부분을 더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더구나 시그니처 라인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발표하지 않음으로써 노이즈 캔슬링 제품의 집중도를 높이려는 의도도 깔려 있었다.

소니의 세 가지 제품 가운데 무선 이어 버드 WF-1000X는 종전 소니 제품군에는 없던 제품이다. 두 이어버드를 연결하는 선이 없는 점에서 편하고, 휴대용 충전 케이스에서 꺼내면 자동으로 켜지면서 페어링을 하는 제품으로 애플 에어팟(Airpod)과 비슷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6mm 드라이버를 넣어 품질을 강화하는 한편 노이즈 캔슬링을 적용해 외부 소음을 잡은 점이 다르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3시간, 케이스의 내장 배터리로 6시간 더 충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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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R-1000X의 후속, WH-1000XM2

목에 거는 넥밴드 스타일의 WI-1000X는 종전 소니 넥밴드 스타일보다는 좀더 음질을 위한 하드웨어와 고해상도 오디오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BA와 9mm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함께 넣은 하이브리드 드라이브 유닛에 LDAC와 DSEE HX, S마스터 HX 등 고해상도 오디오 코덱을 모두 담았다. 배터리 수명은 최대 14 시간이다. 물론 노이즈 캔슬링도 포함되어 있다.

위 두 가지의 새로운 제품과 함께 종전 MDR-1000X를 개선한 WH-1000XM2는 겉모양은 이전과 거의 비슷하지만 재질이나 색상의 변화를 살짝 넣어 종전 모델과 확연히 구분되도록 만들었다. 또한 압박감이 이전보다 훨씬 줄여 좀더 편안해졌고, 종전 3개의 버튼 가운데 노이즈 캔슬링과 음성 모드를 선택하는 두 개의 버튼을 하나로 합쳐 모두 2개의 버튼으로 조작을 단순화했다. 이어컵 부분의 터치나 퀵 어탠션 같은 기능도 그대로 포함했고 앉아 있거나 걸거나 뛰는 것 같은 행동을 감지해 소음 제거 수준을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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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IFA 2017의 소니 헤드폰, 이어폰을 노이즈 캔슬링 기술의 진전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강화된 소프트웨어는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해 MDR-1000X가 나올 때부터 사실 이 장치를 원격으로 제어하거나 현재 설정 모드, 남은 배터리 상황을 알 수 있는 앱이 없던 터라 여러 모로 불편했던 건 부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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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소니가 중점적으로 손을 본 부분이 소프트웨어다. 헤드폰과 연동하는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장치에 설치하는 이 앱을 통해 세 가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과 이어폰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보이지 않는 버튼을 찾아 헤매지 않고 각종 모드를 손쉽게 설정할 수 있다. 노이즈 캔슬링 모드를 켜고 끄는 것과 더불러 외부 음성이 잘 들리는 모드를 고를 수 있고, 소리를 전방이나 뒤에서 나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여기에 연결 안정성 또는 음질을 우선할 것인지 EQ 효과도 적용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이전 시리즈에는 없던 것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점은 기압에 따른 노이즈 캔슬링 최적화 기능이다. 노이즈 캔슬링 최적화는 이전에도 있었던 것으로 현재 잡음 수준을 분석한 뒤 이에 맞게 잡음 제거 품질을 높이는 기능이었다. 그런데 WH-1000XM2와 WI-1000X에서 한 가지 달라진 점은 기압에 따라 노이즈 캔슬링 성능을 개선했다는 점이다. 소리의 전달에 영향을 미치는 기압을 고려해 헤드폰의 사용자 주변의 기압을 측정하고 그에 따라 소리를 조절하는 기능까지 갖춘 것이다. 비록 WH-1000XM2가 이전보다 이어컵의 압박감이 덜함에도 소음 제거 성능을 높였으므로 더욱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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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압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잡음 제거 최적화

비록 소니가 IFA 2017에서 기술적으로 아주 특별한 제품을 내놓은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다만 자잘한 부분을 보완하는 한편 편의성을 강화한 소프트웨어는 지난 해 발표한 MDR-1000X를 마치 미완성작인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MDR-1000X라는 단일 제품만 선보였던 지난 해와 달리 세 가지 형태의 다양해진 제품군으로 선택의 폭을 넓힌 것도 더 많은 소비자를 소니 오디오 팬으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잡음 제거와 무선 음질을 동시에 잡은 MDR-1000X의 자신감에서 탄생한 새로운 제품들이 소니를 노이즈 캔슬링 부문의 당당한 경쟁자로 한단계 더 올라서게 만들지 두고 볼 일이다.

*이 글은 소니코리아로부터 고료를 받은 글이며 이 글의 취재에 필요한 일체의 지원은 받지 않았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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