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카메라의 지난 10년과 그 완성작 ‘소니 A99 II’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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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안반사식 디지털 카메라(DSLR)  시장의 시계를 10년 전으로 되돌렸을 때 지금의 상황을 예상한 이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미놀타를 인수한 뒤 알파 100이라는 바디 1개와 12개의 렌즈를 들고 오랜 전통과 정교한 광학 기술의 집합체인 렌즈 교환식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소니를 바라보는 눈길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들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니콘과 캐논이 95%의 점유율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말 그대로 이름 값만으로 먹어주던 그 때 소니는 바디의 수준, 렌즈의 다양성 등 시장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뛰어들었다.

그 뒤로 10년이 흘렀다. 강산이 한번 바뀐다는 10년이다. 렌즈 교환식 시장의 10년. 확실히 그 시장의 지형도는 변했다. 전통적인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던 니콘과 캐논 사이로 마침내 소니가 끼어들었고, 렌즈 교환식 카메라 시장의 신 삼국지가 형성된 것이다. 돈을 산처럼 쌓고 있는 삼성전자도 도전했으나 집중력을 잃고 고꾸라진 그 시장에서 소니는 버텨내고 영토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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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5는 소니의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대한 생각을 확실히 바꿨다.

소니가 니콘, 캐논과 영토를 나눈 비결에 대한 분석은 여러 가지 있지만, 바깥에서 보는 확실한 한 가지는 니콘이나 캐논보다 더 기술에 대한 접근이 진지했다는 점이다. 물론 지난 10년 동안 니콘과 캐논에 비해 부당하다고 느껴질 만큼 더 혹독하고 냉혹한 평가를 받아야 했던 소니에게 이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은 광학 기술로 이를 넘어서는 방법 뿐이었는데, 소니 관계자들도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하지만 2006년 이후 해마다 DSLR과 렌즈를 내놓았으나 이용자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는 다른 곳에서 나왔다. 다름 아닌 미러리스 카메라서다. 뷰파인더를 위한 반사식 거울을 없애고 바디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인 NEX-5는 렌즈 교환식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흔들 만한 파괴력을 냈다. DSLR은 어렵고 무거워 꺼려했던 이용자들에게 NEX-5는 매우 쉬운 만만한 카메라였고 그 시대의 충분한 화질을 선보인 때문이다. 입문용 DSLR에 쓰는 APS-C 이미지 센서를 싣고 한손으로 잡고 쉽게 찍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 NEX-5는 니콘이나 캐논으로부터 ‘그것은 DSLR이 아니다’라는 방어 논리를 이끌어낸 주인공이었다. 비록 렌즈 교환식 카메라의 이단아였지만, DSLR 강자들의 입과 머리 속에서 방어해야 한다는 계산을 하게 만든 것과 반대로 소니에게 돌파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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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출시한 고급기, 소니 A99 II

한동안 소니는 NEX 중심의 미러리스에 집중하면서 입문용 렌즈 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자리를 굳히는 데 성공한다. 문제는 중고급기 시장이다. E마운트 미러리스를 통해 입문용 렌즈 교환식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지만, A마운트 기반의 중고급기 시장에서 투명 미러 시스템을 갖춘 DSLT를 선보인 이후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내는 인상은 아니었다. 풀프레임으로 전장을 옮기긴 했지만, E마운트 미러리스 풀프레임에 비해 A마운트 A시리즈 평가는 여전히 야박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소니는 인내력을 발휘했다. 지난 4년 동안 당시의 기술을 담은 제품을 내지 않았고, 하고 싶은 말도 꾹꾹 눌러 삼켰다. 그리고 조용히 칼을 갈았다. 딱 한 번만 휘둘러도 모든 것을 벨 수 있는 그런 칼을 준비해 마침내 21일 국내에 내놓았다. 소니가 발표한 그 칼은 다름 아닌 A99 II. 간단하게 말하면 4년 만에 내놓은 풀프레임 카메라일 뿐이지만, 소니 앞을 가로 막고 이미지의 벽을 벨 수 있는 날카로운 칼날을 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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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 검출 범위가 상당히 넓고 빠르다.

발표 현장에 있던 A99를 손에 들고 셔터를 눌렀을 때 그 소리는 마치 영화 필름을 걸어 놓은 영사기가 ‘차라라락~’하며 돌아가는 소리처럼 들린다. 마치 세상이라는 필름을 A99 II에 챙겨 넣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초당 12장의 연사, 최대 54장까지 연속으로 세상을 주워담는다.

물론 연사는 A99 II의 일부 특징이지만, 이를 위한 기술은 남다르다. 소니 A99 II의 이미지 센서의 픽셀 수는 4천24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소니에서 만든 것이다. 소니는 집광 능력과 신호 전송 능력을 최대한 끌어 올린 이면조사형 CMOS 이미지 센서를 A99 II에 넣었다. 더불어 초당 12당의 연속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도록 초당 5억 픽셀을 처리하는 이미지 프로세서와 LSI 칩이 뒤를 받친다. 이 프로세서들은 이미지 센서에서 받은 14비트 신호를 16비트로 처리한 뒤 14비트 로우 데이터로 저장한다. 여기에 399개 센서+79개 위상차 AF를 섞은 하이브리드 AF도 연사 능력을 떠받친다. 이미지 센서 전 영역을 덮는 AF 측거점은 고속 연사와 어울리며 정확한 초점으로 모든 장면을 잡아낸다. 바디에 적용된 5축 손떨림 방지는 조명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셔터 속도를 느리게 해도 또렷한 사진을 찍는 데 보탬이 된다. 30만회 이상 수명을 보장하는 셔텨 박스, 마그네슘 바디는 기본. 여기에 소니 영상 장비쪽에서 만들었던 4K 기술을 가져와 덤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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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단으로 A99 II의 특징을 정리했지만, A99 II를 발표한 소니 관계자들은 고급기 시장에서 타사 카메라와 비교해도 기술적으로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치는 듯하다. 물론 A99 II가 단순히 좋은 기술을 담은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을 찍는 모든 환경에서 최상의 이미지 품질을 얻을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사실 그 부분에서 수많은 사진 애호가들의 고정 관념을 베어낼 것인지가 숙제다. 비록 소니 A99 II는 날을 세울 만큼 세운 제품이지만, 이들의 고정 관념을 베어내는 진정한 시험대가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숙제라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10년의 기술을 쓸어 담은 10년의 완성작인 A99 II에게 가장 어울리는 숙제는 아닐까?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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