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잠들지 않는 노트북, 레노버 요가 C630 W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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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나 AMD 같은 x86 프로세서가 아닌 ARM 기반의 윈도 노트북에 대한 도전은 갑자기 시도된 게 아니다. 저전력 환경에서 작동하는 ARM 아키텍처의 장점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함께 활짝 꽃피운 이후 만만치 않은 이동성과 배터리 효율성이 중요한 노트북에도 이러한 특징을 녹이기 위한 ARM과 운영체제 제조사의 노력은 해마다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ARM 기반 노트북 시장에 도전기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한 의미 있는 역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비록 ARM 라이센스를 획득해 설계하는 프로세서 제조사들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다양한 환경에 충분히 적용가능한 모바일 프로세서를 꾸준히 내놓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ARM 아키텍처에서 작동하는 윈도 RT로 변화에 화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음에도 x86 중심의 모바일 PC 체제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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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 노트북용으로 발표한 퀄컴 스냅드래곤 850을 탑재한 요가 C630 WOS.

물론 배터리 효율성이 노트북 시장에서 파괴력을 갖지 못한 이유는 적지 않다. 초기 ARM은 인텔 주도의 넷북 시장을 겨냥했다. 성능은 뛰어나지 않으나 전력 효율성을 강조한 가칭 스마트북 콘셉트로 맞불을 놓으려 했다. 하지만 성능 낮은 넷북이라도 윈도 프로그램의 실행할 수 있던 반면 ARM 기반 제품은 윈도 프로그램은 커녕 윈도조차 실행할 수 없었다.

그 뒤 ARM이 목표로 했던 넷북이 소임을 다한 채 소멸하면서 노트북의 관점은 성능과 저전력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쪽에 집중됐다. 그런데 충분한 성능을 갖고 있던 x86 프로세서의 저전력 성능 향상은 기대치를 밑돌고, ARM은 저전력에 기반한 성능을 대폭 강화하면서 심리적 간극을 좁히기 시작했다. 여기에 윈도 노트북의 경험을 ARM 장치에서 이어갈 수 있는 윈도 RT와 32비트 x86 프로그램까지 실행하는 윈도 온 암(Windows on ARM)은 ARM 기반 윈도 노트북의 도전사에 빛이 들 기회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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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C630은 겉보기에 평범한 노트북처럼 보인다.

마침내 일부 PC 제조사들이 ARM 기반 윈도 10 노트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835 기반의 윈도 노트북으로 엿본 가능성은 스냅드래곤 845에서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장점을 덧붙였고, 두 가지 장점을 살려 윈도 전용 프로세서로 내놓은 퀄컴 스냅드래곤 850을 실은 노트북이 마침내 등장한 것이다. 그 첫 테이프를 끊은 제품 중 하나가 레노버가 IFA 2018에서 공개한 요가 C630 WOS(Yoga C630 WOS)이다.(참고로 WOS는 Windows On Snapdragon을 의미한다)

요가 C630 WOS는 정말 평범한 노트북처럼 보인다. 겉모습에서 이 제품이 퀄컴 스냅드래곤 850을 탑재한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는 힌트는 담고 있지 않다. 노트북을 펼쳐 보면 알 수 있을까? 아마도 십중팔구는 모를 것이다. 버젓이 윈도 10이 실행되고 있는 데다, 모든 조작은 기존 노트북에서 보던 윈도 10과 다를 바 없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우며, 기본 프로그램 및 게임은 물론 윈도 스토어에서 볼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의 종류에서 별다른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어서다.(단, 이번 요가 630 WOS의 운영체제는 윈도 10 S로 윈도 스토어를 거치지 않은 크롬 브라우저 같은 32비트 써드파티 데스크톱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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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북 C630 WOS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50은 옥타코어 프로세서가 모두 작동한다.

물론 좀더 꼼꼼한 이들이라면 윈도 10의 작업 관리자를 열어 성능 탭에서 정체를 확인할 것이다. 아마도 성능 탭에서 인텔 코어 또는 아톰 프로세서로 표시될 자리에 퀄컴 스냅드래곤 850의 이름을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적지 않은 흥미를 느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할 일이 아니다. 더구나 레노버 요가 C630 WOS 속 스냅드래곤 850이 실시간으로 그리는 8코어의 그래프도 제법 볼만한 장면이다.

이처럼 속을 까봐야 기존 노트북과 다른 점을 알 수 있을 만큼 요가 C630 WOS는 옆에 제원 설명을 써놓지 않으면 겉만 보고 그 차이를 찾아내긴 힘들다. 13.3인치 풀HD 터치 디스플레이와 1.2kg의 무게, 화면을 360도 접을 수 있는 요가 폼팩터는 영락 없는 일반 노트북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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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노버는 스냅드래곤 850 노트북을 요가 라인업에 넣어 화면을 접어 터치 스크린으로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기존 노트북과 차이가 줄어 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지, 실제 이 제품이 말하는 장점은 아니다. 이제 노트북답게 만든 것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기존 노트북에서 없던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앞서 설명한 대로 ARM 계열 프로세서의 강점은 역시 전력 효율성에서 드러난다. 최신 기술의 x86 프로세서를 탑재한 13.3인치 윈도 노트북이 실제 동영상 재생 기준으로 12시간을 넘기기 어려운 것과 다르게 요가 C630 WOS는 한번 충전으로 25시간 동안 쉬지 않고 동영상을 재생한다. 굳이 어댑터를 챙겨 나가는 수고 없이 하루 쯤은 마음 놓고 외부에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에 혹시나 모를 배터리 부족에서 느낄 공포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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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사각형 모양으로 된 부분이 심카드 트레이다. 여기에 개통된 심카드를 꽂으면 윈도에서 LTE 망에 연결해 인터넷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언제나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연결성을 갖췄다. 요가 C630 WOS는 퀄컴 스냅드래곤 X20 LTE 모뎀을 싣고 있다. 이용자가 개통된 심카드를 꽂으면 LTE 망에서 최대 1.2기가비트의 속도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바깥에서 작업할 때 LTE 네트워크 신호가 미치는 곳이면 어디라도 정체 불명의 무선 랜을 찾아 헤맬 필요 없이 안전하게 인터넷에 들어가 클라우드의 자료를 내려받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 일할 수 있다. 방열 팬을 넣지 않는 구조라 팬 소음을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도서관처럼 소음에 민감한 장소에서 쓰는 데 무리는 없다.

만듦새만 노트북처럼 그럴 싸하게 보여주는 데 그칠 줄 알았던 요가 C630 WOS은 이처럼 오히려 기존 노트북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기술을 채워 다른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할 수 있는 점에서 흥미롭다. 물론 여전히 데스크톱 응용 프로그램의 실행은 높은 벽은 가로막혀 있고, 그 이유만으로 또다시 실패 제품 목록에 이름을 쓸지도 모른다. 하지만 출시하자마자 실패할 것이라는 쉬운 예상을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요가 C630 WOS의 해법은 놀랍다. 오래 쓸 수 있는 전력 효율성과 항상 망에 연결되는 올웨이즈 커넥티드라는 새로운 과제를 슬기롭게 풀어낸 요가 C630 WOS처럼 같은 과제를 해결한 x86 노트북의 등장이 늦으면 노트북 시장에 발을 담그고 싶었던 ARM의 오랜 숙원을 푸는 순간은 더 빨리 다가올 수 있음을 요가 C630 WOS가 증명할 듯하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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