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대에겐 디지털 TV도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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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거실에 LG 인피니아 3DTV 설치하면서 올린 글에 aozora님이 이러한 댓글을 남기셨습니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 데 디지털 TV가 채널 위 아래 이딴 아날로그식으로 채널전환을 하고 있으니…번호 누르면 다이렉트로 가기야 가지만 채널 외워서? 이건 아니잖아요. LG는 모션 컨트롤러가 맘에 들어요. 채널 54개 쫙뿌리고 보고싶은거 클릭하는게….

저는 이 말에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디지털 시대로 넘어 오면서도 TV를 다루는 방식은 아날로그 시대를 벗지 못한 것이 사실이거든요 소수의 공중파 채널만 잡히던 시절에서 수많은 디지털/아날로그 채널이 섞여 있는 지금도 채널을 선택하는 방법은 위나 아래 버튼을 누르는 과거 방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TV의 기능이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지면서 리모컨에 그 기능을 담으려 하다보니 리모컨 역시 복잡해졌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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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처럼 복잡한 리모컨이 나온 게 아니겠습니까~
(아.. 머리 아파~ 마이 아파~)


물론 과거의 리모컨이 편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기능을 바로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TV UI가 방향 버튼에 맞춰져 움직이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몇 개의 버튼만 알면 조작할 수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편하게 만들기 위해 버튼을 따로 배치했다고 해도 이건 너무 복잡하지요.


특히 PC를 다루면서 마우스에 익숙한 세대들은 이처럼 버튼이 많은 리모컨이 거추장스러울 수 밖에 없어요. 마우스를 움직여 왼쪽, 또는 오른쪽 버튼을 누른 뒤 원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던 PC 세대들에게 이러한 리모컨은 오히려 복잡하고 어렵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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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TV에 이러한 마우스 기능을 넣는 것은 불가능…? (응?)


어쩌면 일반 마우스는 TV에서 다루기 어려울 지 모르지만, 자이로 마우스 같은 것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겠죠. 자이로 마우스는 평판에 놓고 쓰는 게 아니라 공중에서 들고 움직여도 화면의 커서가 움직이도록 만든 마우스입니다. 자이로 센서를 써서 만든 마우스인데, 이를 리모컨에 응용하지 못할 리가 없는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러한 기술을 접목한 것이 바로 아래의 리모컨입니다. ‘매직 모션 리모컨'(Magic Motion Remote Control)이라고 부르는 데 인피니아 3DTV를 비롯해 LG 디지털 TV에 있는 리모컨이지요. 이 리모컨은 버튼이 거의 없습니다. 전원과 채널(위 아래), 볼륨(위 아래), 무음, 확인 등 딱 7개 뿐입니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도 TV의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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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이 달랑 7개 밖에 없는데 어떻게 3DTV의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을까 참 궁금하더군요. 물론 컨트롤러만 바뀐다고 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이 리모컨으로 다룰 때 화면이 일반 리모컨으로 다룰 때와 다르게 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한마디로 리모컨에 따라서 조작 화면(UI)이 바뀐다는 것이지요. 일반 리모컨을 쓸 때는 방향 버튼에 맞춰 메뉴를 구성하지만, 매직 리모컨을 다룰 때는 이처럼 화면에 있는 커서를 이용해 다루기 편하도록 화면 배치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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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모션 리모컨으로다룰 수 있도록 만든 화면
때문에 PC에서 프로그램을 실행한 뒤 마우스를 움직여 기능을 수행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메뉴도 복잡하지 않고 녹화/재생을 할 때의 화면은 마치 PC에서 동영상 플레이어를 다루는 것과 똑같이 쓸 수 있습니다. 또한 3DTV에서는 3D 영상이 나올 때 그에 맞는 화면 모드를 선택해 줘야 하는데, 그 메뉴 역시 갖춰 놓았습니다. 정말 PC를 다루는 것과 별반 다른 게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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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압권인 것은 바로 위 화면입니다. 지금 인피니아 3DTV가 수신할 수 있는 전 채널을 한 화면에 보여주고, 지금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썸네일 형태로 표시하는 화면이지요. 시간이 지나면 각각의 장면이 갱신되므로 지금 어떤 채널에서 무슨 방송이 방영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이 중에 보고 싶은 채널을 매직 모션 리모컨으로 커서를 움직여 선택만 하면 해당 채널을 열 수가 있죠.


물론 이처럼 화려하지 않게 종전의 리모컨을 가지고 채널 번호를 눌러 보고자하는 채널로 건너 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케이블 TV나 위성 방송이 쏟아지는 요즘 같은 다채널 시대에 모든 채널을 다 외우기도 힘들고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지금 방영되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채널 번호만 외우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는 시대일 것입니다. 수많은 채널의 영상을 보고 원하는 프로그램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디지털 TV에 요구되는 것 중 하나였는데, 매직 모션 리모컨으로 그런 일을 해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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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 모션 리모컨으로 일정 만들기
꼭 TV를 보지 않아도 매직 리모컨을 활용할 것은 많습니다. 이를 이용해 즐길 수 있는 게임도 많이 넣었더군요. 직소 퍼즐이나 윷놀이, 두더지 게임(망치로 때리는 오락실 게임 아니에요~), 스도쿠 등 적지 않은 게임이 있습니다. 마우스 대신 공중에 대고 이리저러 움직이면서 즐기는 것이라 색다른 맛이 나긴 하는데, TV에 게임 기능을 넣은 것일 뿐 전문 게임기가 아니다보니 게임 진행이 좀 더딥니다. 이 부분은 조금더 성능을 강화했으면 싶더군요. 일정 관리도 할 수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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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에서 보는 것과 익숙하다
또한 USB로 연결한 외장 저장장치나 DLNA로 PC나 스마트폰에 있는 컨텐츠를 불러올 때 매직 모션 리모컨으로 조작하면 마치 PC에서 폴더를 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분류를 선택하고 폴더를 열어 파일을 고르는 과정이 모두 PC에서 쓰는 것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일상적으로 PC를 쓰던 사람들에게 TV가 주는 이질감을 덜 느끼게 만든 것이 매직 모션 리모컨의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단지 여기에 한 가지 생각을 좀 덧붙이고 싶은데요. 매직 마우스도 상황에 따라서 공간적인 제어가 가능할텐데, 이를 이용해 3D 입체 조작 화면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더군요. 사실 TV에서 3D 입체 컨텐츠는 안경을 쓰고 공간감을 느낄 수는 있지만, 컨텐츠가 없으면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잖아요. 그런데 매직 마우스와 입체감 있는 테스트 화면을 3DTV 안에 담아 입체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면 소비자들도 좀더 기대감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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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과거에는 TV처럼 쉬운 PC를 만드는 게 바람이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오히려 PC의 이용 습관을 담는 것이 더 편한 TV인 듯 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참 얄궂은 상황이네요. 불과 얼마 전까지 PC가 TV처럼 편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주장을 이제는 뒤집어서 생각해야 하는 시대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LG 인피니아 3DTV 같은 일부 제품에만 적용이 되어 있는 매직 모션 리모컨 같은 조작 방법이 앞으로 더 많은 TV가 좀더 쉬워졌으면 좋겠어요. ^^


덧붙임 #


그런데 이 녀석도 모름지기 3DTV를 위해서 나온 리모컨인데.. 왠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듯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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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6 Comments

    • 칫솔
      2010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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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PC에서 자이로 마우스 쓸 때는 별로 였는데, TV에서 작동하는 매직 리모컨은 확실히 편하더라구요~ ^^

  1. 3
    2010년 7월 28일
    Reply

    위. 위네요

    • 칫솔
      2010년 7월 31일
      Reply

      그렇게 보이나요? ^^

  2. 2010년 7월 28일
    Reply

    으아.. 이제 TV가 PC를 삼키는 시대 ㅠ.ㅠ
    개발자는 죽어 나겠군요 ^^;

    • 칫솔
      2010년 7월 31일
      Reply

      이렇게 좋은 기능을 칭찬해 주는 것으로 보상되지 않을까요? ^^

  3. 2010년 7월 28일
    Reply

    허..쉬는동안(?) 세상이 너무 좋아졌어요~

    • 칫솔
      2010년 7월 31일
      Reply

      크… 잠시만 한 눈 팔아도 순식간에 세상이 바뀌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

  4. 2010년 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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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만날 수 없는 유익한 글이네요. ^^
    윗분 말씀처럼 ‘위’가 떠오르는 리모컨입니다. 세상이 얼마나 더 발전할까요?

    • 칫솔
      2010년 7월 31일
      Reply

      기술이 사람을 향하도록 애쓰는 한 세상은 계속 바뀌지 않을까요? ^^

  5. 2010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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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우! 그러고보니 리모콘의 발전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네요! ㅎㅎㅎ
    요즘 리모콘보면 무슨 키보드같더라고요! ㅋㅋㅋㅋ
    TV보면서 채팅할 기세~! ㄷㄷㄷㄷ

    • 칫솔
      2010년 7월 31일
      Reply

      조만간 TV에 음성 기능이 접목되면 리모컨도 필요 없지 않을까 싶더군요. ^^

  6. 2010년 7월 29일
    Reply

    마치 전체채널 화면은 영화의 한장 면 같군요… 티비를 안본지 어연 5년인가 -ㅅ-;; 대신 컴퓨터가 ^^;;

    • 칫솔
      2010년 7월 31일
      Reply

      너무 PC와 자동차에 빠져 계신것 아닌가요? ^^

  7. 2010년 7월 29일
    Reply

    TV가 진화하고 있다. PDP, LCD의 고화질 평판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고 3D UI에 감성 리모컨까지… LG전자의 보더리스 TV는 프레임이 없는 ‘보이지 않는 디자인’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또 하나 특별한 매력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바로 TV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기 위해 3D UI와 감성을 강조한 ‘매직모션 UI’가 갖춰진 친절한 TV라는 점이다. LG전자 HEB(Home Entertainment Busi..

  8. 2010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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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 선택 화면 최곤데요.
    선택의 편의성도 좋고, 무엇보다도 종합적으로 채널을 볼 수 있어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그러면 주말 쇼파에 누워있는 남자들의 모습도 변하게 되겠네요. ^^

    • 칫솔
      2010년 7월 31일
      Reply

      네, 채널 선택 화면은 정말 잘 만들었더라구요. 그나저나 주말 남편 모습이 바뀔 수도 있지만, 평일 리모컨의 주도권을 가진 아내의 모습도 많이 바뀌지 않을까 싶어요~ ^^

  9. 2010년 7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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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이건 도대체가… 헐…..

    정말 먼가 대단한것이.. ㅎㄷㄷ 하네요…

    썸네일로 쫙 나오는것도 진짜 신기해요..

    • 칫솔
      2010년 7월 31일
      Reply

      저도 신기했습니다. TV의 발전도 새삼 흥미롭더라구요~ ^^

  10. dylanseo1995
    2010년 7월 30일
    Reply

    아크마우스 저랑 똑같은 색상이시네…. 아직까지는 뿌린채널들이 실시간으로 부드럽게 돌아가지 않는군요…. 물론 돌아간다면 좀 사기겠죠?

    • 칫솔
      2010년 7월 31일
      Reply

      실시간으로 부드럽게 보여주기는 아직 기술적으로 어려울 거에요. 지금은 채널 하나씩 탐색해서 보여주는 수준이니까요.

  11. 머싸마
    2010년 8월 3일
    Reply

    거기서 클릭하면 tv api랑 연동해서 그 채널로 곧바로 가게되는…
    혹시 이거 이미 있나요?

    • 칫솔
      2010년 8월 4일
      Reply

      글쎄요. 그 부분은 저도 잘 모르겠네요.

  12. 머싸마
    2010년 8월 3일
    Reply

    1995님// 일본에서 데스크탑 cpu를 넣은(초고성능) tv가 나옵니다. 지금 tv 처리유닛이랑 비교할 수 없는..
    그정도 되면 많이 부드러워지겠지요.

    나중엔 그런 서비스를 하는 채널이 생기지 않을까요. 거기서 클릭하면 tv api랑 연동해서 그 채널로 바로 가게되는…
    그러면 채널 하나씩 탐색해서 보여주는 것보단 일반tv에서도 훨씬 부드럽게 실시간으로 돌아가겠죠.
    이미 그런 서비스가 있으려나요?

    • 칫솔
      2010년 8월 4일
      Reply

      스마트 TV를 말씀하시나요? 10월에 발표된다고 하니 기다려 보시는 게 좋을 듯 싶네요. 참고로 그 SoC의 성능은 아주 좋은 편은 아니랍니다. ^^;

  13. 안녕하세요, 더블로그(The Blog)에서 처음 인사드리는 HE 스마트TV팀의 유성호 대리입니다. 개인적으로 외부에 기고 경험도 있고, (한적한~) 각종 커뮤니티나 개인 블로그에 글을 써왔기에 온라인 글쓰기가 익숙한 편이지만, 막상 재직 중인 회사 공식 블로그에, 그것도 업무 관련 내용을 쓰게 되니 무척 어렵게 느껴집니다. 혹시라도 회사 기밀이 유출(?)되진 않을지 (쿨럭), 또 괜히 오버하다가 Top management에게 불려 가진 않을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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