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눈 앞에 있는 레노버 ‘아이디어패드 Z580’을 휴대하기 좋은 노트북으로 소개할 수 없다. 좀 더 얇고 가벼워서 애매한 두께와 무게였다면 그래도 밖에서도 쓸만한 제품일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번 만큼은 아니라고 말하는 게 옳다. 이는 Z580이 노리는 자리가 명확하다는 뜻이다. 노트북을 놓은 그 자리에서 멀리 옮길 필요가 없는 바로 그런 곳. 집의 거실이나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덩치와 무게에 반비례하는 성능이나 기능도 물론 좋지만, 거실이나 방이라는 환경에 현명하게 대응하고 있는 노트북이다.
아이디어패드 Z580을 거실에 두고 리뷰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외형적인 이유는 이미 이야기 한대로지만, 거실도 그 나름대로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거실은 가족이 모두 모일 수 있는 공간이면서도, 하드웨어적으로는 홈 미디어의 중심이다. 대부분의 거실에는 TV가 있고, 다양한 주변 장치와 연결되는 곳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디어 재생에 필요한 성능과 기능, 그리고 여러 장치에 맞는 연결성이다. 아이디어패드 Z580은 이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 터라 애초부터 거실에 터를 잡아버린 것이다.
물론 이것이 어떤 편견-휴대성이 약한 데스크노트의 이용성 같은-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지만, 그렇다해도 결론적으로 그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 난 아이디어패드 Z580이 거실에서 보여준 멀티미디어 재생과 외부 연결성과 관련된 태도가 가장 마음에 들었으니까. 고성능에 기반한 다양한 작업의 수행보다 고화질 영상을 맛깔스럽게 보여주고 무엇보다 TV와 연결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팬소리가 예상보다 시끄럽지 않았다는 점에선 보너스 점수를 줄만하다.
하지만 좋은 부품을 채웠으니 무조건 좋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이것은 이용자가 원하는 작업을 성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밑거름일 뿐 그것이 전부는 아니니까. 아이디어패드 Z580으로 여러 테스트를 했지만, 벤치마크보다 흥미로운 것은 실제 사용성이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3D 게임, 풀 HD 동영상 재생에서 얼마나 만족감을 줄 것인지가 숙제였고, 아이디어패드 Z580은 그것에 대한 적절한 답을 제시했다.
그런데 아이디어패드 Z580에서 가장 만족도가 좋았던 것은 좋은 제원으로 게임과 영화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잘 실행해서가 아니라 그 느낌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는 소리였다. 돌비 홈시어터 V4(Dolby Home Theater V4)의 옵션을 조정하거나 상단에 있는 터치 버튼을 통해 동영상 또는 지능형을 골랐을 때 그 상황에 맞는 소리를 더 웅장하고 묵직하게 뽑아준다. 처음 평범했던 소리라도 이 옵션을 켜면 좀 더 공간감을 살아나면서 빈약했던 부분까지 꽉 채워진다. 물론 노트북 스피커라고 만만하게 봐도 좋다. 이 소리를 듣고 난 뒤 다른 노트북의 스피커를 타박하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고성능 시스템일 수록 시끄러운 팬 소음이 스피커 소리를 방해하기 마련이지만, Z580은 그런 문제가 없다. 3D 게임처럼 무거운 응용 프로그램 대신 워드나 인터넷 등 일반적 환경에서도 팬소음도 거슬리지 않는다.
그러나 멀티미디어적 재능이 남다른 아이디어패드 Z580이라도 완벽하지 못한 두 가지가 있다. 화면과 키보드다. 이 노트북은 15.6인치 크기를 지니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해상도가 1366×768로 낮다. 작은 화면이라면 이 해상도가 무난하다고 말하겠지만, 큰 화면에서는 부족한 해상도다. 가로 1600 픽셀만 되어도 괜찮았을 텐데 말이다. 지금 해상도로 영화를 볼 때는 괜찮아도 3D 게임에서는 분명 세밀함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인텔 무선 디스플레이나 HDMI로 연결한 외부 디스플레이를 쓰면 더 높은 해상도로 볼 수 있지만, 정작 본체의 해상도가 낮으니 불만이다.
외형은 아주 돋보이지는 않는다. 요즘 워낙 얇은 노트북이 많이 나오다 보니 2cm 두께를 넘기기만 해도 왠지 노트북이 조금 투박한 느낌을 받기 마련이다. 아이디어패드 Z580의 두께는 3.3cm로 두께 경쟁에서 멀찌기 떨어져 있다보니 오히려 두께의 의미에는 둔감해진다. 더구나 색은 짙은 그라파이트 그레이를 썼다(참고로 흰색 모델도 있긴 하다). 그라파이트 그레이를 칠한 아이디어패드 Z580의 이미지는 너무 솔직하다.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 앉힌다. 정작 이 노트북을 쓰는 이들은 기분이 그렇지 않을 텐데도 말이다. 그래도 쇠의 질감과 그것을 돋보이게 하는 머릿결 문양으로 효과를 넣은 센스로 밋밋함은 덜었다. 더구나 회색이라고는 하지만 실내에서는 조명에 따라 약간 검붉게 보이는 것도 조금은 특이하다.
한동안 자리를 굳건하게 지킬 듯한 강인한 인상이다. 본체에 붙은 각종 부품 구성은 15.6형 제품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화면 위의 100만 화소 웹캠이 나를 노려보고 있고, 화면 바로 아래에 음량과 음향 모드를 조절하는 터치 버튼이 있다. USB는 모두 4개. 공간이 있는 만큼 넉넉하게 담은 셈이지만, 단자 부족으로 여러 주변 장치를 연결할 때마다 이전에 연결한 장치 하나를 빼야 하는 다른 노트북보단 낫다.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2개씩, 왼쪽의 두 개는 USB 3.0 단자다. HDMI와 랜, 모니터 연결에 필요한 RGB 단자가 왼쪽, DVD 멀티 드라이브와 이어폰, 마이크 단자가 오른쪽에 있다. 앞쪽에 SD카드 리더도 달았다.
애초에 고성능와 다기능에 초점을 맞춘 노트북이라 배터리 효율성에 대한 기대감은 숨기는 편이 안ㅅ다. 배터리 효율이 좋아진 아이비 브릿지를 싣고 있지만, 그래도 큰 화면에 고성능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높은 효율을 자랑하지는 못한다. 간단하게 말해 아이디어패드 Z580 배터리는 2시간짜리 풀HD 영화를 재생할 때까지 견딘다. 이보다 가벼운 작업이면 더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이 노트북의 배터리 사용성보다 거실처럼 이 노트북을 놓아둘 공간과 이용 환경을 고려하면 그게 개의치 않아도 될 문제기도 하다.
어쨌거나 아이디어패드 Z580은 명확하다. 거실 또는 멀티미디어를 즐겨야 하는 그 환경에 맞춰져 있다는 것. 그 색깔 하나 만큼은 또렷하다.
사진 멋지네요~
별 말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