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심 기대는 했다. 삼성 페이의 기반 기술을 먼저 적용했던 루프 페이를 쓴 적이 있던 터라 단말기와 통합된 삼성 페이에서 좀더 편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 페이는 그 기대를 넘어섰다. 지갑의 보조 도구로 생각하는 수준이 아니라 지갑을 보조 도구로 바꾼 것이다. 물론 삼성 페이만의 힘은 아니지만, 결제의 모든 중심을 스마트폰으로 옮기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만은 틀림 없다.
많은 이들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결제하는 것과 삼성 페이에서 카드를 열어 결제하는 편의성과 속도의 차이를 궁금해한다. 그것은 시스템의 작동 과정을 궁금해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원에게 주고 결제를 끝내는 습관과 비교했을 때 쓸 가치가 있느냐는 뜻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계산원에게 카드를 주던 오래된 습관보다 편하다는 말은 함부로 꺼내기 힘들다. 이용자가 결제할 카드를 꺼내고 인증하고 단말에 대는 과정이 지갑보다 무조건 빠르고 편하진 않아서다. 아, 다른 스마트폰 지불 방식보다 빠를 수 있긴 해도 어쨌거나 종전 습관과 비교하면 더 편하다는 말은 아니다. 더구나 여기에 삼성 페이에 등록한 카드가 날아가거나 일부 매장에서 쓸 수 없거나 결제가 늦어지는 몇몇 오류까지 곁들여지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 페이는 다른 의미의 효율성이 있다. 두터운 지갑과 스마트폰을 움켜 쥐었던 손을 가볍게 만드는 점도 그 중 하나다. 그게 지갑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결제를 끝내기 위해 삼성 페이를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으면 가방 깊숙이 넣어둔 지갑을 일부러 꺼내지 않아도 되는 것뿐이다. 연락을 받거나 정보를 찾기 위해 항상 들고다닐 수밖에 없는 필수 휴대품인 스마트폰에 결제 기능을 얹으니 같은 목적으로 지갑을 꺼내는 게 불필요해진 것. 때문에 나도 예외는 아니지만, 아마도 삼성 페이를 쓰는 이들은 지금쯤 가까운 편의점이나 식당, 마트 정도는 지갑을 집에 두고 가거나 그냥 가방 속에 넣어둘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환경에서 삼성 페이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통 카드는 T머니를, ATM을 통한 현금 인출이나 계좌이체는 뱅크월렛카카오를, 포인트 적립과 소비는 시럽 같은 서비스를 대신 써야 한다. 모바일 결제는 별도다. 삼성 페이 하나만으로 지갑의 결제, 금융 업무를 모두 해결하진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하지만 삼성 페이는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활용한 수많은 결제와 금융 수단을 더 쓰게 만드는 촉진제 역할을 한다. 지갑의 결제 기능을 스마트폰으로 옮겨 그 활용도를 높일수록 지갑보다 스마트폰 안에서 여러 일을 처리하는 게 한결 편해지기 때문이다.
변수는 삼성 페이에 대한 인식이다. 얼마나 빨리 많은 이들이 삼성 페이를 이해하느냐다. 무엇보다 돈을 내는 쪽이 아니라 돈을 받는 쪽의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대부분은 삼성 페이에 거부감이 없고 신기하게 바라보지만, 새로운 결제 시스템에 부담을 느끼거나 결제 방법을 몰라 당황하는 일도 종종 있다. 또한 계산원에 편하게 설계된 카드 결제기의 방향이나 주유소처럼 차안에서 상품을 주문하는 곳에서 쓰는 불편도 여전히다. 포인트 적립을 위한 앱을 먼저 띄운 뒤 또 삼성 페이를 띄워 결제하는 불편한 경험도 빨리 없애야 한다.
이처럼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그렇다해도 스마트폰이 지갑의 역할을 대신하는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 같은 느낌이다. ‘스마트폰은 지갑을 어디까지 삼켰나?‘라는 글에서 신분증이나 카드키 같은 몇 가지를 담기 위한 지갑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것은 일상의 저장 매체로써 지갑의 역할일뿐 예전처럼 적극적인 수단으로 쓰지는 못할 것 같다.
아마 삼성 페이를 시작하는 이들은 지갑이 없을 때나 쓰는 비상용 결제 수단으로 생각하고 써보려 할 것이다. 나도 시작은 그랬다. 하지만 일주일만 써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지갑의 보조 도구가 아니라 지갑을 보조 수단으로 바꿨다는 것을…
멤버십 할인과 결제…
생각해보니 스마트폰을 주고 받으면서 다소 이상한 모양새로 결제를 하겠네요.
바코드기로 한번 읽고 카드기로 한번 읽고… 이것만 아니면 덜 귀찮을 듯 싶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