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의 약자, 인텔이 선택한 미고(MeeGo)

사용자 삽입 이미지인텔은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지구상의 대부분의 컴퓨팅 파워를 가진 장치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거대 기업입니다. 핵심부품은 단순히 프로세서 뿐만 아니라 메모리, 저장 장치, 네트워크, 그밖의 주변 기기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각종 부품과 기술을 보유한 기업입니다. 지구가 멸망한다면 가장 끝까지 살아남을 기업 1위로 꼽히는 데는 전자 계산기를 포함한 모든 컴퓨팅 장치의 핵심 기술의 대부분에 인텔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텔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실제로는 몇 가지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장 큰 약점은 이들이 직접 완성품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과 하드웨어에 기초한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전자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기로 하고) 일단 하드웨어에 기초한 기업의 약점은 최근들어 더욱 두드러진 모양새를 띄고 있습니다. 특히 모바일 분야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인텔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없이 많은 스마트폰이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인텔의 컴퓨팅 파워를 지닌 장치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 비해, 아직 소비자나 업계의 관심을 끌만한 완성품을 만들 수 있는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칩 기반 업체의 고민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더구나 인텔의 프로세서들은 소프트웨어 없이 작동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이 프로세서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 상품을 내놔야 합니다. 하지만 인텔이 그 모든 것을 만들 수 없는 탓에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에 의지해 왔습니다. 그런데 모바일 시장에서 인텔을 기다리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PC 시장을 함께 주름 잡았던 마이크로소프트마저 모바일 분야에서는 인텔을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윈도 CE를 비롯해 온갖 윈도 모바일과 윈도폰 7 시리즈까지 ARM을 선택해 왔고, 윈도폰 7 시리즈에서는 ARM 코어 기반의 스냅드래곤을 생산하는 퀄컴과의 관계를 강조하기도 했지요.


또한 PC 시장의 또 다른 축인 애플 역시 모바일 시장에서 인텔을 기다리지도 않을 뿐더러 아이패드에서는 자체 칩을 넣어버렸습니다. 인텔 프로세서를 쓸 수도 있었지만, 소프트웨어 기업이 직접 프로세서 기업을 소유하고 앞으로 경쟁이 될 프로세서를 내놓은 것이지요. 인텔에게는 PC 분야의 협력자가 모바일 분야에서 경쟁자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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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모블린 v2
하드웨어 생태계에 있어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쪽만 맡고 있던 인텔에게는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큰 위협이 됩니다.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공급,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조와 유통에 이르는 분업화된 생태계의 기존 질서가 모바일 시장에서는 새로운 형태로 구축되는 상황이 된 것이지요.


물론 여기에 이르기 전 인텔도 스스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종전에는 소프트웨어 기업에 드라이버나 기초적인 코드를 제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더 적극적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에 투자를 늘린 것이었지요. 이미 인텔은 넷북을 출시한 뒤 오픈 소스 프로젝트인 모블린 재단을 통해 인텔이 만드는 프로세서에서 돌아가는 리눅스 운영체제 ‘모블린’을 발전시켜왔습니다. 모블린 재단을 통해 한쪽으로 소외되어 있던 리눅스 개발 업체를 한 곳으로 응집시켜 인텔 넷북과 모바일에 좀더 효과적인 리눅스 운영체제를 만든다는 것이었지만, 실제 상업적인 제품에 거의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 취지에 반해 가망성이 그닥 커 보이는 운영체제가 될 상황은 아닌 것입니다. 가망성이 없다는 이야기는 모블린을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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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앱업 센터
또한 인텔은 넷북을 위한 앱스토어인 앱업 센터도 열었습니다. 넷북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만들어 놓은 넷북용 마켓 플레이스입니다. 이제 베타 서비스 중이어서 성공 여부를 알 수 없지만, 넷북의 활용가치를 높이는 애플리케이션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역시 성공을 장담하긴 어렵습니다.


인텔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가 큰 결실을 맺지 못하는 상황, 이른바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실패한 인텔은 좀더 큰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키아와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만들어낸 것이 미고(MeeGo) 플랫폼입니다. 인텔의 모블린과 노키아가 주도했던 오픈소스 마에모를 결합해 거대한 오픈 소스 플랫폼을 선보인 것이지요. 모블린과 마에모가 가진 모든 자산을 통합해 소프트웨어의 개발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든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중요한 것은 미고 플랫폼에서 인텔은 x86만을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미고 플랫폼을 인텔 프로세서가 아니어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하드웨어 업체들에 개방해 놨다는 말입니다. 이는 어떤 하드웨어에 상관없이 미고 플랫폼 안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내놓을 수 있는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인텔은 아톰 개발자 프로그램을 통해 x86 개발자들을 뒷받침하겠지만, 동시에 ARM에 대한 노키아의 개발 지원이 따를 것이므로 모바일과 x86 개발자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생산된 것들을 앱업 센터를 통해 유통하고 넷북이나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이를 쓰게 되는 순간 또하나의 거대한 모바일 생태계가 구축됩니다.


지금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나 아이폰 OS, 윈도폰 7 시리즈 등에 가려져 있지만, 미고 역시 거대한 플랫폼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텔을 중심으로 하는 고성능 모바일 플랫폼이 요구될 때 그 빛을 발하게 되겠지요. 지금은 인텔과 노키아가 함께 만든 플랫폼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지만, 인텔의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가 나올 시점을 전후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주시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8 Comments

  1. 2010년 2월 22일
    Reply

    인텔이 잘 풀려야할텐데.. 이상하게 인텔한테 끌리는 저입니다-,.-;;

    • 칫솔
      2010년 2월 24일
      Reply

      가뜩이나 요즘 인텔 미워하는 사람도 많은데 인텔 관계자가 들으면 좋아하겠는데요. ^^

  2. 2010년 2월 23일
    Reply

    인텔도 다각도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네요..
    요즘 업계가 전쟁이다 보니…

    • 칫솔
      2010년 2월 24일
      Reply

      말씀대로 정말 전쟁입니다. 잘 나가던 기업도 하나만 해서는 먹고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듯 싶어요. ^^

  3. 2010년 2월 23일
    Reply

    MWC 2010이 개최되면서 새로운 단말의 출시도 줄을 잇고 있지만 그 못잖게 모바일 운영체제들의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바다(bada) 운영체제를 탑재한 웨이브폰을 내놨고 안드로이드 진영의 단말 출시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만하다. 스마트폰이 인기가 없었던 시절에는 이런 전개를 예상한 사람이 얼마 안됐을 것같지만 이제는 누구나 모바일 운영체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터져나온 노키아와 인텔, 두 거두의 만남 역시 관심을..

  4. 이동통신 관련 분야를 다루는 MWC 2010 행사에서 조금 낯선 이름, 인텔이 보인 것은 MeeGo라는 OS의 발표 때문이다. 이미 2009년 협력 관계를 천명한 바 있는 노키아의 Maemo와 인텔의 Moblin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미고(MeeGo)는 모블린의 코어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사용자 경험, 마이모의 Qt UI 툴킷으로 구성되어 있는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OS다. 이 MeeGo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갈수록 흔해지는(?) 모바일..

  5. 2010년 2월 23일
    Reply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6. 2010년 2월 23일
    Reply

    IT 판이 격동기네요. 누가 살아남을지 궁금해 지는군요.
    잘보고 갑니다. ^^

    • 칫솔
      2010년 2월 24일
      Reply

      지금은 그야말로 플랫폼의 삼국시대가 아니라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

  7. 2010년 2월 23일
    Reply

    문득 궁금해지는게 Intel에서 x86이 아닌 다른계열의 프로세서도 제작을 하나요?
    그나저나 AMD는 소식이 없네요 ㅠ.ㅠ 무소식이 희소식이기를 ㅠ.ㅠ

    • 칫솔
      2010년 2월 24일
      Reply

      아뇨. 전에는 했지만, x86을 위해 몇 년 전에 매각해버렸죠. AMD는 계속 통합 프로세서만 만들고 있는 중이랍니다. ^^

  8. 2010년 2월 23일
    Reply

    인텔…. 소프트웨어 제작기술은.. 에휴.. GMA 는 하드웨어는 둘째고, 소프트웨어는.. 그래픽 감속기라 불릴 정도죠..

    • 칫솔
      2010년 2월 24일
      Reply

      그러게요. 드라이버 하나만 잘 만들어도 좋은 평가를 받을 회사인 건 맞는 데 말이죠. -.ㅡㅋ

    • 칫솔
      2010년 2월 24일
      Reply

      상성은 어느 기업인가요? -.ㅡㅋ

  9. 2010년 2월 23일
    Reply

    아직 갈길이 멀어보이는게 사실입니다만 기대는 되더라고요..
    미고.. ^^;

    • 칫솔
      2010년 2월 24일
      Reply

      아마 그 결실은 1년은 지나봐야 알 것 같네요. 지금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10. 2010년 5월 31일
    Reply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노키아와 인텔이 넷북용 리눅스를 기반으로 공동 개발한 운영체제 MeeGo를 발표했죠. 그리고, 얼마전 MeeGo의 첫번째 버전(V 1.0)이 미고 웹사이트(http://www.meego.com)에 공개되어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고를 설치할수 있는 넷북은 아래와 같고 웹브라우저로 구글 크롬도 제공되고 앞으로 모질라의 모바일 브라우저인 페넥(Fennec)이 보강될수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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