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그 뚜껑을 열면 누가 환호할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저녁 LG 더블로거의 8월 정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이번 주제는 ‘스마트 TV’. 올해 구글이 인텔, 소니, 이베이 등과 연합 진영을 꾸려 구글 스마트 TV의 컨셉을 발표한 뒤 가전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던 터라 LG전자의 스마트TV 개발자가 참석해 관련 내용을 소개한 것이죠. 얼마 전 어느 지인과 스마트TV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터라 이번 자리가 특별히 더 관심이 가긴 했지만, 미리 경험해 볼만한 시제품도 없는 자리였던 터라 살짝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습니다.


스마트 TV에 대한 정의는 여전히 매듭짓지 못한 스마트폰의 정의와 다를 게 없을 겁니다. ‘스마트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사람마다 내리는 스마트폰의 정의가 다른 것처럼 스마트TV의 정의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딱 한 마디로 말하기 힘들 정도로 그 이면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죠. 저는 따로 정의를 내리진 않지만, 종전의 TV가 영상을 보려는 시청자의 관점에서 보여주는 하드웨어와 기술(화질, 음향, 입체 영상 등)을 강조해온 것과는 다르다는 정도로만 스마트TV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스마트TV는 개념을 잡는 것부터 어려워 보입니다. 고전적인 영상 가전 개념에서 발전한 TV로 봐야 할지, 새로운 정보 통신 장치로 봐야할 지 애매한 구석이 있기 때문이지요. 스마트TV는 채널, 비디오 시청 등 영상 표시 장치로서 역할은 유지하면서도, 인터넷을 연결하고 컴퓨팅 성능을 강화해 영상 검색이나 인터넷 브라우징은 물론 응용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등 종전의 단순했던 경험을 확장합니다. 이는 통화라는 목적성이 뚜렷했던 휴대폰에서 쓰는 이에 따라 활용도를 넓힐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때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스마트폰과 스마트TV가 똑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


물론 스마트TV가 채널이나 연결된 외부 장치에서 재생하는 컨텐츠를 보던 수동적인 개념을 가진 이전 TV보다 무조건 복잡하다고 말하는 건 곤란합니다. 하지만 전원 버튼은 누르고 채널만 돌리면 됐던 단순한 사용자 경험을 스마트TV가 지향하고 있는 확대된 사용자 경험으로 돌리는 데 얼마나 시간이 필요할지 참 궁금하더군요. 왜냐하면 소수의 얼리어답터들로부터 환영을 받을지는 모르지만, 안방이나 거실에서 리모컨을 쥐고 있는 다수의 보수적인 채널 관리자(어머니, 아내 그밖의 가정 내 실질적 권력자)들에게 스마트TV의 필요성을 어렴풋하게나마 느낄까 하는 의문이 들거든요. 이들이 원하는 것은 케이블TV나 IPTV 만으로 벌써 해결한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때문에 스마트TV는 이런 보수적인 시청자를 겨냥하고 있지 않을 것입니다. 스마트TV가 꼭 누구에게 어울린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PC나 스마트폰 등 컴퓨팅 환경에 익숙해 있는 이용자들이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겠지요. 채널에 종속되어 있지 않고 시간의 구속을 피하면서 TV를 이용하는 이들 말입니다. 이들이라면 스마트TV에 대한 남다른 욕구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물론 이들도 TV 시청 방법이 보수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스마트폰과 PC를 두고 TV 앞에 앉아서 또 다른 사용 경험을 기대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없긴 합니다.


아마도 지금 스마트TV를 궁금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구글이 나서서 새로운 TV 경험을 줄 수 있는 것을 내놓겠다고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대로라면 스마트TV에서 검색을 통해 원하는 영상과 정보를 찾고 수많은 앱을 즐기며,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수많은 앱을 통해 스마트TV는 사람마다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로 무한 변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모습이 마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마치 대형화된 스마트폰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지요. 실제로 이렇게 나올지는 알 수 없지만, 만약 스마트폰을 쓰던 기존의 경험을 TV에서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 스마트TV라면 아마 실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보다 몇 배 더 비싸게 팔릴 스마트TV가 스마트폰 수준의 가치 밖에 줄 수 없게 된다면 굳이 스마트TV에 큰 가치를 둘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는 지나친 경계심 또는 우려 정도로 여겼으면 합니다. 아직 구글TV 같은 스마트TV의 진짜 모습을 보지도 못했는데, 너무 앞서 갔던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거든요. 마치 밥짓는 솥뚜껑을 열기도 전에 밥이 잘 됐을까, 너무 타진 않았을까, 혹시 설익은 건 아닐까 하는 것 같은 걱정을 하는 거나 다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전혀 다른 밥맛을 낸다는 값비싼 솥을 만들고 있다는데, 이 정도 상상과 기대와 걱정은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기존 TV의 경험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만으로 값비싼 스마트TV를 거실에 들여 놓도록 만들 것인가 하는 수많은 의문과 난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이제 곧 밝혀질 겁니다. 9월 3일부터 열리는 IFA에 LG와 소니가 스마트TV 중 하나인 구글 TV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할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제 뚜껑을 열 때가 되었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뚜껑을 열고 본 밥맛에 과연 환호를 보내도 좋을까요? 직접 시식해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


덧붙임 #


1. 여러분이 생각하는 스마트TV는 무엇인가요?

2. 스마트 장치에 대한 변함없는 사실은…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스마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13 Comments

  1. 2010년 8월 26일
    Reply

    다루는 사람이 스마트하지 않아도 스마트하게 작동되는게 진정한 스마트 기기 아닐까요?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재미있게 즐기다 오세요. ^^

    • 칫솔
      2010년 8월 27일
      Reply

      그렇게 되면 사람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될지도 모르죠~ ^^;
      무리하지 않겠습니다. 다녀와서 뵐께요.

  2. 2010년 8월 26일
    Reply

    미디어 서버로 진화하지 않을까요?
    이제 스마트TV의 기분은 하드 용량이 됩니다 20테라! 막 이러면서 광고할꺼 같아요.
    그리고 홈 네트워크 서버로서 기가비트 및 무선공유기 기능도 내장하고
    웹서버 및 파일서버까지 통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그러면서 외부에서는 인증을 통해 스마트폰등으로 예약 녹화 해놓은 내용을 스트리밍으로 틀고.. 머 이러지 않을까요? 어쩌면 스마트 TV는 이러한 스트리밍 박스에 대형 스크린이 달린 형태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UX는 기본이겠지만요)

    • 칫솔
      2010년 8월 27일
      Reply

      미디어 서버 단계는 이미 지났거나 스마트TV의 일부분이라고 봐야 할 듯 싶습니다. 그보다 더 진보한 무엇이겠지요. 아직 우리의 상상이 미치지 못한.. ^^

  3. 2010년 8월 26일
    Reply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타임머신 기능이 한때 유행이었죠.
    스마트 TV라는 것이 어디까지 스마트해질지는 모르겠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손쉽게 영상을 볼 수 있고..
    TV 시청 뿐만 아니라 인터넷도 즐길 수 있으며 자신이 체널 및 방송을 선택해서 스케쥴링할 수 있는..
    지금까지 나온 스마트 TV에 대한 부분은 어찌보면 스마트폰과의 연계성 등을 다 고려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난해한 듯 싶어요.. 스마트 TV라는 것은 말이죠..

    • 칫솔
      2010년 8월 27일
      Reply

      역시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겠네요. 그만큼 스마트TV를 만들고 있는 사업자가 가능성 있는 것들을 보여줘야만 하는 책임이 있지 않아 싶어요. ^^

  4. 2010년 8월 26일
    Reply

    스마트TV하면 떠오르는 어떤 서비스? 모델? 등이 없어서 그런지 뭐라 정의하기 힘든것 같아요. (한때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히트를 치긴했지만요)
    사실 스마트폰처럼 휴대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얼마나 활용이 될런지도 예상이 안되고요. ^^

    • 칫솔
      2010년 8월 27일
      Reply

      스마트TV 시대에도 스마트폰처럼 활용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군요. 흠.. ^^

  5. 2010년 8월 27일
    Reply

    오~~ 덧붙임이 의미심장합니다.~~
    다루는 사람이 스마트해야한다. 정답입니다.~~

    • 칫솔
      2010년 8월 27일
      Reply

      둔필승총님이 정답이라고 외쳐주시다니.. 감읍할 따름입니다. ^^

  6. 2010년 8월 30일
    Reply

    칫솔님의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사실 나름 얼리어답터이며 이쪽을 이끌어갈? 대딩으로써도 의문이 생기는 점이었습니다만…

    “스마트폰? 폰 이외의 다른 기능 구현이 가능한??”정도의 ‘가늠’조차 사실 스마트TV는 조금 힘듭니다

    이미 너무나 많이 보급된 PC라는 놈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미 너무나 많이 사람들의 만족을 주는 TV가 있는 상황에서

    ‘인터넷이 가능한, 검색이 가능한, 혹은 그 이상의 기능이 있는 TV’라는 점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임팩트를 가져다 줄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모든 기기가 이제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쪽으로 흘러가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아직은 그 흐름이 시기상조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네요

    PC에서도 TV를 볼 수 있습니다만

    TV에서도 인터넷을 쓸 수 있지요

    Open Platform에서 TV가 할 수 있는 ‘스마트한 짓’이 무엇인지

    저도 정말 기대가 됩니다 ㅋㅋ 잘 맛보고 오십시요~~~

    • 칫솔
      2010년 8월 31일
      Reply

      네.. 지금은 모든 시장이 안개속을 걷는 것만 같죠. 스마트 TV 뿐만 아니라 모든 시장의 경계가 사라져가고 있지만, 정작 이용자들은 안개속을 헤매는 사람들의 건너편에서 구경만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누가 이용자들이 원하는 길을 빨리 찾아낼지가 관건일텐데, 이번에 그런 가능성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잘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

  7. 2010년 8월 31일
    Reply

    한여름 무더위와 여름 장마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25일 저녁. 저는 The BLOGer 3기의 두번째 모임이자 8월 정기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여의도에서 저~멀리 대치동 차이나팩토리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지만, 행사 시작 시간이 다가오면서 반가운 얼굴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는데요, 이번 모임은 The BLOGer 3기 15명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던지요. 그만큼 다들 The BLOGer..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