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페리아2 출시하는 소니코리아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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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소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 것이 분명하다. 에릭슨에서 모든 지분을 인수한 이후 2013년 초 소니는 3위권 스마트폰 업체로 출발했지만, 2013년 말에는 중국 업체에게 추월을 허용하고 7위 권으로 떨어졌다. 물론 7위가 마지노선은 아니다. 그 뒤에도 샤오미 같은 더 강력한 후발 주자들의 무서운 질주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바깥에서 보이는 소니는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처럼 위태로운 느낌이다.

이런 상황이면 그들 스스로 모바일 부문에서 위기라는 단어를 쓸법하지만, 소니는 위기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는다. 특히 한국에서 더욱 그렇다. 많은 국내 매체들이 소니 코리아의 모바일에 대한 위기 의식을 증폭시키는 것과 반대로 정작 소니 코리아 모바일 부서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잃을 게 없는 상황이라서다.

에릭슨에서 지분을 인수한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의 국내 부문이 소니 코리아로 흡수된 직후 한동안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이는 사업부 통폐합 이후 어수선해진 조직의 정비와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 통신 환경에 맞는 제품의 부재, 기존 시장 환경에 대한 대응 실패 등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한 탓이다. 물론 이는 국내 뿐만 아니라 소니의 모바일 사업부 전체에 드러난 문제기도 했는데, 그 모든 것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한 때가 2013년 엑스페리아 Z를 발표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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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페리아 Z2

하지만 우리나라에 소니 모바일 제품이 다시 출시된 것은 올해 1월이었다. 이는 지난 해 9월 말에 있었던 IFA에서 처음 공개되었던 엑스페리아 Z1을 4개월 만에 국내 시장에 공개한 것이다. 엑스페리아 Z1을 출시한 소니는 상당히 파격적인 방식을 들고 나왔다. 이용자가 제 값을 주고 사는 자급제 판매 방식을 도입하면서 KT의 요금제로 가입할 경우 일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이는 기존 이통사 중심의 유통 채널을 벗어나 제조사가 직접 유통에 나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그런데 당시 국내 엑스페리아 Z1은 소니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맞긴 했지만, 그 후속작인 엑스페리아 Z2의 공개를 눈앞에 둔 상황이어서 제품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처럼 불리한 조건에도 소니 코리아가 엑스페리아 Z1의 출시를 강행한 것은 앞으로 국내 사업을 위한 유통의 실험이 목적이 더 컸다. 어제 엑스페리아 Z2 출시 행사에 앞서 만난 소니 모바일 코리아 조성택 부장은 엑스페리아 Z1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는지를 묻는 질문에 “당시 엑스페리아 Z1은 판매 실적을 올리려던 게 아니라 한동안 제품 출시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내 모바일 사업을 위한 준비가 되었는지 시험한 것”이라고 출시 의미에 대한 선을 그었다. 그는 국내 판매량에 대해선 밝힐 수 없는 입장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소니 모바일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작업들이 얼마나 작동하는 지 알아보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정비를 마치고 달릴 준비가 되었는지 엔진에 시동을 걸고 짧은 거리를 달려본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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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R10 스마트밴드

엑스페리아 Z1을 출시한 학습 효과가 생긴 때문인지는 몰라도 소니 코리아는 엑스페리아 Z1을 출시한지 불과 4개월, 엑스페리아 Z2를 공개한지 3개월 만인 어제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그 후속제품인 엑스페리아 Z2의 대규모 출시 행사를 자신있게 열었다. 소니 모바일 부서에서 제품 출시를 위한 행사를 연 것은 거의 3년 만에 일인데, 이는 본격적으로 가속 페달을 밟는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더 많은 것을 준비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자급제라는 기본 방식은 바꾸지 않았으면서 국내 환경에 맞는 번들링 전략, 유통 채널 확장, 보조금 지원 확대 등 많은 부분을 개선했다. 자급제 단말로 SKT와 KT에서 개통을 할 수도 있고, KT를 통해 구매하면 요금제에 따라 24만원의 보조금과 12개월 할부를 받을 수도 있다. 79만9천원에 보조금을 받으면 54만9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종전 6곳 판매망을 30개까지 확장하고 프리비아와 같은 카드 쇼핑몰과 연계해 카드 포인트를 소진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어제 소니는 엑스페리아 Z2를 공개했지만, 이 자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말기만 단독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소니는 SWR10이라는 스마트 밴드와 아울러 국내 업체가 만든 액세서리도 함께 공개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801 AP와 5.2인치 IPS 화면, 3GB 램, 엑스모어 R 이미지 센서를 쓴 카메라 같은 엑스페리아 Z2의 기능과 특징만 소개하는 자리로도 충분하지만, 스마트폰 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한계를 알고 있었다. 또한 방수나 사진 효과 같은 엑스페리아 Z2의 핵심 기능들은 이미 경쟁 제품들도 소구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데다 국내 환경에서 모든 소니 서비스를 쓸 수 없는 제약이 있는 터라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SWR10을 엑스페리아 Z2와 함께 소개한 이유에 대해 소니 코리아 조성택 부장은 “장치의 특징이나 기능만 보면 경쟁 제품과 차별화될 수 있는 요소가 적지만, SWR10 같은 장치는 지금까지 스마트폰에서 얻었던 그 무엇과 다른 경험으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조합에 대한 해설을 덧붙였다. 비록 엑스페리아 Z2와 SWR10의 번들링이 예약 판매 기간 동안만 이뤄지는 것이긴 하나, 엑스페리아 Z2의 단짝으로 디지털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될 것이라 했던 예상을 깬 때문인지 의외의 결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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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페리아Z2와 SWR10 액세서리들. 국내 액세서리 업체도 참여했다.

더불어 준비된 액세서리 전략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물론 소니 자체의 액세서리도 부족한 편은 아니지만, 보호 케이스와 같은 일부 액세서리는 국내 전문 제조사들과 협업해 내놓았기 때문이다. SWR10용 목걸이 파우치나 엑스페리아 Z2용 퀵커버 등은 제누스와 협력했다. 액세서리 판매는 엑스페리아 Z2의 판매량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전용 제품을 내놓는 것은 매우 힘든 결정이지만, 전세계에 동일 모델을 출시하는 제품이어서 액세서리 수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단말 제조사가 직접 참여하는 바람에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액세서리 업체들을 적극 끌어안은 외산 제조사의 이미지레 얼마나 영향을 미칠 지도 두고볼 일이다.

다만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도 남아 있다. 소니의 모바일용 음악, 영화 서비스들이 엑스페리아 Z2에서 아직 즐길 수 없고 국내 환경에 맞는 서비스를 접목하지 못하는 점이다. 소니 코리아도 관련 서비스를 해야 하는 계열사와 협력 관계를 제대로 풀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 한다. 서비스까지 곁들인 좀더 완벽한 제품을 다음에 볼 수 있을진 미지수지만, 외산 제조사의 무덤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생존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으로 뿌리를 내리는 것이 이들에게는 많은 제품을 파는 것보다 더 중요한 시점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3 Comments

  1. 2014년 5월 9일
    Reply

    노캔 이어폰과 충전용 독이 별매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인가요?
    외국 판매버전 리뷰한 동영상엔 같이 동봉되어 있던데…

    • 칫솔
      2014년 5월 9일
      Reply

      별매 맞습니다. 원래 별매인데 출시국마다 번들링의 차이가 있더군요.
      국내에서는 예판 구매자에게만 SWR10을 번들하는 것으로 정했다고 하네요~

  2. 가히 외산폰의 무덤이라 봐도 될 정도의 시장이 한국이다 그나마 존재감을 좀 내고 있는 애플(Apple) 아이폰도 점유율이 많이 떨어져서 국내 시장은 삼성 LG 팬택 등 국내 제조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모양새다. 과거에 어느정도 명함을 내밀었던 모토롤라, 노키아 등은 아예 짐을 싸다시피 해서 자취를 감춘 상황… 전세계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순위를 보면 중국 브랜드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한국 시장만큼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고, 이런 상황에서 조금은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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