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품으로 전락하던 TV, 이렇게 쓰기로…

며칠 전 거실에 작은 변화를 줬다. 거실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52인치 TV를 좀더 쓸모있게 만들고 싶어 손을 좀 본 것이다. 장식용으로 산 것이 아닌데도, 알고 보면 기능도 적지 않는 제품인 데도, 점점 역할을 잃고 장식품이 되어 가는 TV를 보면서 이것을 그냥 두는 것은 공간 낭비이면서 쓸데 없는 데 돈을 썼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친 때문이다.



결국 1시간 정도 작업을 한 끝에 지금 내가 PC와 스마트폰 같은 다양한 장치에서 소비하고 있는 수많은 컨텐츠를 TV에서 모두 소화할 수 있도록 거실을 정리했다. 컨텐츠가 어디에 있던 간에 TV에서 내가 보고 듣는 모든 컨텐츠를 다 볼 수 있게 정리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컨텐츠의 재생에서 끝난 게 아니라 리모컨을 대신해 TV에서 이 컨텐츠를 보기 위한 조작성까지 고려했음을 뜻한다.


최근 들어 나는 인터넷을 통해 스트리밍 방식으로 보는 컨텐츠가 대부분이고, 공중파나 케이블은 거의 보지 않는다. TV를 볼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꼭 챙겨서 보는 프로그램이라는 게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보니 굳이 시간 맞춰가면서 TV 앞에 앉아 있을 이유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K팝스타2의 라쿤 보이즈가 불러 화제가 된 <스릴러>의 클립 영상은 다음에서 볼 수 있고, 소녀시대의 신곡 뮤직 비디오는 유투브에 먼저 공개된다. 이러한 컨텐츠는 지금 거실에 있는 TV만으로 소비할 수 없다. PC나 태블릿, 스마트폰에서 티빙이나 유투브 앱, 다음 사이트를 통해서 소비하는 스트리밍 컨텐츠가 더 편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실 이러한 시청 습관은 나만의 경향은 아닌 듯하다. 스마트TV에서 소비하는 컨텐츠의 환경에 관한 NPD의 발표 자료에서 나타난 결과와 거의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다. NPD는 스마트TV에서 넷플릭스와 유투브 같은 OTT 서비스를 통해 컨텐츠를 소비하는 비율이 무려 60%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는데, 스마트TV가 없는 나는 인터넷 컨텐츠를 꾸준히 소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고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컨텐츠를 TV에서 소화하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TV를 바꾸지 않고서 인터넷의 시청 경험을 넣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의 시청 경험이라는 게 지금 쓰고 있는 장치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그 모든 경험을 모두 반영할 수 없어서다. 앱을 통한 기능의 확장성은 PC나 모바일이나 비슷하다. 단지 조작은 모바일 장치를 이용한 미러링 방식이 더 편하지만 상대적으로 화질이 떨어지고, PC는 화질이나 실행 속도, 미디어 호환성 면에서 낫지만 조작성에서 문제가 있을 것으로 봤다. 때문에 TV와 호흡이 가장 잘 맞는 조합을 찾는 것이 필요했는데, TV를 통해서 보려는 욕구가 왜 작용하느냐를 보니 큰 스크린에서 고화질 인터넷 컨텐츠를 스트리밍하는 쪽이 더 우세했다.


결국 TV의 파트너로 PC를 선택했다. 이 PC는 이미 몇 차례 소개했던 NUC라는 초소형  폼팩터의 PC다. 이 작업 전에 몇 가지 실험을 하면서 그 가능성을 확인해 이번에 확실하게 작업한 것이다. NUC를 비롯해 이 작업을 통해 정리한 하드웨어는 다음과 같다.



  • NUC | 3세대 코어 i3로 작동하는 초소형, 저전력 PC로 윈도8을 운영체제로 썼다. 무선 랜으로 네트워크에 접속했으며 HDMI 단자로 TV에 연결해 풀HD 해상도로 설정해 놓았다. 윈도8용 유투브와 푹(pooq), 다음 같은 스트리밍 앱을 설치했고, 윈도8의 IE10에서 티빙 시청을 위한 플래시 작업도 해 놓았다. 물론 다른 PC의 컨텐츠도 스트리밍으로 끌어와 재생할 수 있게 공유 설정도 되어 있다. NUC에서 가상 케이블 또는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사용성과 관련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자세하게 할 예정이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 무선 키보드 | 윈도8 앱이나 브라우저에서 빠른 컨텐츠 검색을 위해 준비한 키보드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 블루투스 마우스 | 윈도8의 기본 UI를 조작하기 위해 블루투스 마우스를 연결했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 넥서스10 | 키보드와 마우스 대신 리모트 데스크탑으로 NUC를 조작하기 위해 준비했다. 스플래시탑의 윈도8 테스트베드 버전을 이용해 윈도8 인터페이스를 터치스크린에서 완벽하게 조작할 수 있다. 그냥 태블릿이 아니라 넥서스10이라고 한 이유는 고해상도 태블릿이라 TV 해상도를 바꾸지 않아도 화면이 깨지지 않아서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 벨킨 Wi-Di 어댑터 | 이 어댑터는 안방에 있는 다른 TV에 연결되어 있으며 거실의 NUC를 안방에서 조작할 수 있다. 즉, 거실 TV를 끄더라도 안방에 있는 TV에서 거실 NUC의 영상을 볼 수 있다.사용자 삽입 이미지 

좀 복잡하게 보일지 몰라도 사실 PC를 연결하는 구성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넥서스 10의 활용이 의외일 텐데 이 부분은 글이 길어질 수 있으니 다음 글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하는 걸로.


어쨌거나 PC와 태블릿 등 비용은 무척 많이 들어갔지만, 이러한 설정을 끝낸 TV는 내가 시청하기를 원하는 컨텐츠를 볼 수 있는 나만의 기준을 만족시킨 상태다. 그 기준은 컨텐츠의 질을 보장하고 여러 경로로 들어오는 미디어의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화면 전환 없이 기존 채널도 볼 수 있으며 이용 편의성을 확보하는 것과 복잡한 환경에서도 다양한 작업을 재빠르게 처리하고 장단기 인터넷 시청 환경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굳이 영상 입력 모드를 바꾸지 않아도 윈도8 전용 앱과 인터넷 브라우저를 통해 종전의 방송 채널은 물론 인터넷 컨텐츠를 모두 소비할 수 있고, 수많은 앱과 웹의 자연스럽게 오가면서 다채로운 방법으로 인터넷 컨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감히 스마트TV라고는 단언할 수는 없다. 지금의 스마트TV가 초보적인 단계라 그렇지 진짜 TV를 많이 보는 이들은 물론 원하는 인터넷 컨텐츠만 보려는 이들에 맞춰 더 쉽게 자동화된 기능으로 다룰 수 있도록 고민을 하면서 계속 진화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TV가 갖춰야 할 기능의 일부를 직접 구현했을 뿐이다. 그런 구현은 위와 같은 방법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다. 단지 나의 욕심으로 여기까지 일을 벌인 것일 뿐…

사용자 삽입 이미지
IE10에서 보는 티빙의 간편시청모드. 굳이 입력 전환을 하지 않아도 실시간 채널을 볼 수 있다.


그래서 TV를 잘 쓰고 있냐고? 물론이다. 수많은 걸그룹의 뮤직비디오는 유투브에서, 실시간 방송 채널은 티빙과 푹으로, 전날 못 본 <짝>의 주요 장면은 다음에서,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한 영화는 팟플레이어를 이용해 TV에서 본다. 앞으로 TV는 계속 이렇게 쓰는 걸로.


덧붙임 #

1. 앞으로 나의 욕심을 더 쉽게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의 출현을 기대한다. 다음 TV, 구글 TV 등도 더 진화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2.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윈도8은 정말 다재다능한 운영체제다. 그 사실을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만 모른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6 Comments

  1. 2013년 1월 3일
    Reply

    마지막 문장에 공감합니다.
    재밌게 읽고 갑니다.

    • 칫솔
      2013년 1월 13일
      Reply

      아크몬드님이야 선수시니까 공감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맙네요. ^^

  2. 궁금해요!
    2013년 1월 20일
    Reply

    눈팅족이었는데 시도해볼만한 포스팅인것 같습니다!
    버벅거림이 전혀 없나요? 내장그래픽 그래픽스4000인데 52인치 FHD가 잘 돌아가나요?

    • 칫솔
      2013년 1월 21일
      Reply

      일단 화면 크기에 상관 없이 GMA 4000으로도 여러 응용 프로그램을 풀HD 해상도를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물론 디아블로3 같은 무거운 게임은 무리입니다.

  3. 라임오렌지
    2013년 2월 1일
    Reply

    이 포스트는 일전에 읽었지만, 다시 읽으면서 이제야 댓글 쓰네요. 읽은 글을 다시 읽는 이유는..
    제가 언젠가부터 거실TV로 구현하고 싶던 시스템을 모두 갖추셨기 때문입니다. 넘 부럽네요.
    거실에 어울리는 적당한 미니PC를 이전부터 생각해 왔는데 대부분 저사양 뿐이고 의외로 적당한 미니 PC는 보기 어려웠습니다. 애플은 호환성문제도 있고, 넘 고가이기도 해서 패쓰..
    거기다 태블릿으로 리모컨기능과 미러링 구현하는 것까지 제가 상상한 모든걸 갖추시고 계시니..이 글을 다시 한번 읽게 만드는군요. NUC를 장만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저도 빨리 저와 같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칫솔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 칫솔
      2013년 2월 3일
      Reply

      이런 모델을 구현하고자 하신다니 반갑고 고맙습니다. ^^
      NUC에 대해선 인텔에 확인해보니 가능성을 진단하는 수준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아마 올해 안에 몇몇 대만 업체들이 관련 제품을 몇 개 내놓고 함께 실험하게 될 테니 좀더 지켜봐도 좋을 듯합니다. 되도록 값싼 완제품을 구하시는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태블릿 컨트롤은 가능성은 있지만,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사실 이 모든 게 통합된 장치가 나와야 할텐데 언제쯤 나올런지… 아무튼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이것을 즐기면서 미래를 대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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