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개발하다가 포기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보는 일입니다. 시장 상황이 바뀌어 제품의 상품성이 약해지거나 없어졌을 때, 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 여력이 낮아지면서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개발을 하지 못하고 중단되는 일은 비일비재하지요. 때문에 제품 개발을 중단할 때 소식이 크게 부각되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그 제품이 주식 시장에 영향을 주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그냥 기업 내부에서 개발을 진행하다 포기한 정도로 인식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런데 개발 중단의 사례 가운데 조금 난감한 때가 있습니다. 어느 한 기업이 독자적으로 제품을 만들던 게 아니라 다른 파트너 기업과 관계를 맺고 개발 중인 제품이 돌연 포기를 하게 됐을 때입니다. 최근 이런 제품이 두 가지나 있었지요. HP 슬레이트와 LG GW990 말입니다.
함께 등장하고 함께 퇴장?
HP 슬레이트는 태블릿 PC, LG GW990은 MID(mobile internet device)입니다. 그런데 이 두 제품은 거의 같은 시간에 등장해 거의 같은 시간에 퇴장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제품 모두 지난 1월에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에서 발표되었고, 불과 며칠 전 출시 연기 또는 개발 중단이라는 이야기가 확정적으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제품의 등장이 단순하게 보기 어려운 것은 둘다 자사에서 발표된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HP 슬레이트를 HP가 발표하지 않았고, LG GW990 역시 LG가 발표한 게 아니라는 말이지요. 둘다 제조사에서 공식 발표는 한 적이 없고, 타의에 의해 만천하에 공개되었다는 점도 똑같습니다. HP 슬레이트는 마이크로소프트, LG GW990은 인텔의 기조 연설에서 발표된 제품입니다.
두 제품 무대 위에 머무른 시간은 단 몇 분에 불과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티브 발머 회장과 폴 오텔리니 인텔 CEO가 꺼내들고 있는 HP 슬레이트와 GW990이 무대 위에 머물렀던 시간보다 CES 기조 연설이라는 자리에서 공개됐다는 상징성이 중요한 것이었죠. 문제는 그런 상징성을 가진 두 개의 제품 모두가 개발 방향을 틀었거나 포기했다는 점입니다.
왜 MS와 인텔이 난감한가?
보통 기조 연설에 들어 나온 제품들은 그 회사의 차기 전략을 대변하는 것들입니다. HP 슬레이트로 MS는 윈도 7을 탑재한 태블릿 같은 다양한 장치의 출현을 이야기했고, 인텔은 LG GW990으로 차기 모바일 프로세서를 이용한 모바일 제품군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기조 연설이 모두에게 허락된 것이 아닌 자리다보니 이러한 제품이 무대에 오르는 것도 매우 까다롭게 선택될 수밖에 없지만, 일단 이 자리에 쏠린 수많은 눈길을 잡을 수 있는 터여서 전 세계에 대한 홍보 효과도 만만치 않습니다. 또한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의 기조 연설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 기업과 긴밀하게 일하고 있다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HP 슬레이트와 LG GW990의 방향 전환 또는 개발 포기는 이러한 상징성을 무너뜨리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팜을 인수한 HP는 슬레이트의 출시를 무기한 연기 또는 포기할 것으로 보이고 LG GW990은 스마트폰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더 이상의 개발하지 않겠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CES에서 밝힌 MS와 인텔의 전략에 흠집을 낸 것이지요.
특히 HP는 슬레이트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7 대신 webOS 채택을 고려하고 있어 운영체제를 바꿔 출시하면 MS를 완전히 물먹이는 상황이 됩니다. 더구나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HP가 슬레이트에 대한 마케팅까지 진행하던 차에 출시를 하지 않는다는 소식은 MS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 맞은 일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HP가 대놓고 “태블릿에 윈도 7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요.
인텔도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국내에는 유경이나 코원처럼 MID를 만드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있고 외국에도 여러 중소 업체들이 MID를 내놓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마케팅 능력을 가진 대기업의 참여가 없어 고민이었습니다. 그나마 지난 몇 년 동안 인텔과 착실하게 제품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LG가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를 들며 돌연 개발을 중단한 것은 결국 개발 제품의 시장성에 대한 의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업체 입장에서는 제품의 시장성을 감안해 당연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컴퓨팅 생태계가 혼란스러운 요즘에는 이러한 일들이 전하는 의미가 단순한 제품 개발 중단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어쩌면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아군도 없는, 믿을 건 오직 자기 뿐이라는 인식이 제품 시장에 급격하게 가속화되는 현상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이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에게 미치는 충격이 그리 크지 않는다 해도 그동안 믿었던 생태계 구성원들로부터 이 같은 잽을 연타로 맞으면 충격은 오래갑니다. 어쩌면 MS나 인텔 모두 미래의 생태계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하는 상황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무어스타운의 상황이 별로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막 발표되어서 ‘단숨에 시장을 휩쓸어버릴 거야!’하는 식으로 언론보도를 하고 있지만 정작 LG에서는 취소했고, 파트너사는 발표하고 있지도 않고… 사실 X86 주제에 윈도를 지원하지 않는 시점에서 게임이 끝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물론 스마트폰 시장을 조준한 거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습니다만)
윈도7은 역시 태블릿에선 안된다고 봅니다. MS는 윈도 폰7을 태블릿에서도 허하던가, 태블릿용 에디션을 만들던가, 그것도 아니면 태블릿 시장을 위한 새로운 OS를 준비해야겠죠. 솔직히 안드로이드로 아이패드 대항마를 외치는건 영^^;
무어스타운이 바로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인텔에 대한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어서요. 때문에 노트북과 스마트폰 사이를 공략해야 할 다른 시장이 하나 필요합니다. 그게 태블릿이나 PMP가 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안드로이드나 리눅스 쪽은 잘 지원하고 있더군요. MS도 생각이 있다면 윈7 대신 윈도폰 7으로 밀겠죠. 생각이 있으면.. ^^
윗분이 핵심을 콕 집어주셨네요.
“x86주제에 윈도우가 안 깔린다”
인텔과 MS가 상생하는 방법이 있죠.
무어스타운용 윈도우를 MS가 만드는 것.
물론 아이폰OS 만큼 가볍고
기존 윈도우용 App와도 호환이 되어야하며
테블릿PC용 OS로도 손색이 없을 것…. 이란 조건이 붙습니다만.
이것마저도 MS가 꿈꾸는 윈도우폰7이 망해야 시작할 수 있겠죠.
이래저래 진퇴양란 같습니다.
역설적으로 x86에서 윈도우가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는 없죠.
무엇을 하던간에 애플의 폭발력을 무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발 취소 된게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하아.. 언제쯤 TC-1100 정식 후계모델이 나올려나요 ㅠ.ㅠ
개발 취소보다는 지금 듀얼 부트나 다른 쪽으로 개발 방향이 조금 바뀐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어쨌든 오리무중인 건 사실이죠~ ^^
음 어렵다
역시나.. 죄송합니다. ^^
요즘 모바일 시장이 정말 빨리 변한다 했더니..
이런 일 까지 생기는 군요.
이런 굴지의 기업들이 들고 발표회장에 나왔던 제품들까지 말이죠…
지금은 갑작스럽게 속도가 바뀌어 모두 당황하고 있지만, 곧 안정될 거라 봅니다. ^^
칫솔양, HP에게 확인해봤남? HP 슬레이트는 드롭하지 않았어요!! 쿠리오가 포기했죠 ^^
다들 헤깔려 하는 것 같아 한자 적고 감!!
ㅋㅋ 드롭은 하지 않았는데, 지금 오리무중인 건 사실이잖수~ 윈7으로 그대로 나올지도 미지수고~
그나저나 쿠리어나 잘 만들라니까 그건 왜 포기해가지구~ 이그.
만화같은 이야기지만 [Apple] VS [ARM,Intel,AMD,Nvidia,Google,MS,HP,DELL,SONY,SAMSUNG,LG,HTC,ASUS] 이렇게 연합군을 만들어서 한제품만 개발시키면서 모든 최첨단 하드웨어,UX,앱,성능,UI 등 만들어서 뜨면 좋겠다, 참고로 이 연합군은 애플과 맺고 있는 모든 관계들을 다 끊을것, 그러면 이길수있을까?
솔직히 아이패드 좋긴 좋지만 이제 애플이 독점하는시대를 끝내고, 엄청난게 나와서 시장을 초토화 시켜버렸으면….
그런 업체들 다 모으면 제품 자체가 안나옵니다. 서로 잘났다고 할 것이기에~ ^^
좋네요… AMD 엔비디아 공동개발 그래픽카드… 엘지와 삼성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나 하드웨어, 마소와 구글 공동개발한 가벼운 인터넷 사용가능하고 피씨와 연동가능한 좋은 OS. 소니의 완제품. 델의 가격…
역시 사회에는 믿음직한 전우가 없군요!
하긴… 대신 군에는 고문관이 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문관보다는 낫잖아요!
냉정한 전우가 낫잖아요!
저는 둘 다 싫어요~ ^^;
슬레이트나 GW990이나 참 아쉬운 제품들이에요.
슬레이트는 WebOS 기반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고,
GW990도… MeeGo로 뭔가 좀 힘써줬으면 좋겠네요 ;ㅁ;
사실 슬레이트는 긴가민가 합니다. 외국에서는 포기했다는 소문이 팽배한데, 여전히 출시가 될 거라는 이야기도 많아서요~ 사실 저는 이 소문이 틀리기를 바란답니다. ^^
MS 쿠리어도 중단 했는데 ㅇㅅㅇ.. 참
왜 HP건 LG건 중단하는건지 … 낄낄
저는 HP 슬레이트 기다렸단말이에요 !!!
흐긓ㄱ흥르흥그흥ㄱ흥르흥그흘으흥ㄱ흐
윈도 버전의 슬레이트는 접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습니다. HP가 얼른 포기 선언을 하고 다른 OS로 내놓는 게 답인 건 분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