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갤럭시S4에 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직접 보고 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욕심을 떨쳐내기 힘든 새벽이다. 뉴욕 시각으로 저녁 8시에 라디오시티 홀에서 진행했던 언팩 행사는 모두 끝났다. 하지만 직접 제품을 만지기까지 그 뒤로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워낙 많은 이들이 몰린 탓이다. 줄을 서야 했고, 나는 중간쯤에 서 있었다. 앞과 뒤로 완전히 포위된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 차례만을 기다렸다. 많은 인파가 몰린 탓에 한 사람이 갤럭시 S4를 둘러보는 데 고작 10분이 전부. 덕분에 앞서 둘러본 이들이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내 차례가 다가왔지만, 갤럭시S4를 만진다는 설렘보다 10분 안에 그 많은 기능을 어떻게 다 볼까 고민만 늘었다. 물론 나는 1시간 이상을 한 테이블에 서서 제품을 둘러봤다. 오히려 갤럭시S4를 늦게 마주한 덕분에 다른 이를 위해 갤럭시S4를 양보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이어지는 만듦새
갤럭시S4와 마주쳤을 때 이것이 유출된 것과 같다는 것을 알아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사실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였는데, 그럼에도 역시 사진만으로 그 느낌의 전달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낀다. 아마 이글도 그 느낌을 전하는 데 한계는 있을 것이다.
갤럭시S4는 갤럭시S3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같은 모양새도 아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둥근 모서리를 갖고 있긴 해도 위와 아래가 완만한 곡선을 그렸던 갤럭시S3와 달리 더 커진 화면에 맞춰 곡선을 느낌을 조금 줄였다. 처음 접한 하얀 갤럭시S4는 볼록한 점을 촘촘히 박아 넣은 무늬가 있었다. 그게 강하게 드러나지 않다보니 사진으로는 밋밋한 느낌이 들지만 가까이서 볼 때 그런 느낌은 줄어든다. 더불어 갤럭시S4의 화면 위를 덮고 있는 보호 유리는 코닝의 고릴라 글래스 3로 생활 흠집에는 더 강해졌고, 무엇보다 평평하게 덮은 덕분에 보호 필름을 붙이기는 한결 편해졌다.
뒤쪽을 돌려보니 살짝 튀어 나온 1300만 화소 카메라를 빼면 완전 평면이다. 지난 해에는 조약돌의 느낌이 들게끔 조금 둥글게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 든다. 머릿결을 살린 무늬가 너무 눈에 띄웠던 갤럭시S3와 대조적으로 갤럭시S4의 뒤판 무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배터리 덮개는 그물망처럼 선들이 얽혀 있는 무늬로 되어 있지만, 빛을 비추어야 눈에 띈다. 빛이 있는 곳에서 좀더 반짝이면 더 좋았을 것 같은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갤럭시S4의 둘레는 새삼스럽진 않다. 색다른 모양을 과감하게 시도한 전작과 비교했을 때 그런 과감한 시도는 생략되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는 것은 손에 쥐었을 때다. 내 손은 다른 이들보다 좀 작은 편이지만, 일단 갤럭시S3와 비교했을 때 크기의 차이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길이는 그대로였고 좌우 폭이 약간 짧아졌음에도 덩치는 커지지 않았고 오히려 두께는 얇아진 데다 미세하게 무게를 줄인 덕분에 큰 차이가 없던 것이다. 단지 갤럭시S3가 뒤부분을 둥글게 만들어 손에 착 감기던 맛이 좋았던 것에 비해 이 녀석은 그 맛이 덜하다. 그래도 갤럭시S3를 한 손에 쥐고 쓰던 이들에게 큰 부담은 지우지 않을 녀석이다.
갤럭시S4 제원과 실제
이리저리 만듦새를 둘러본 뒤 잠금 화면을 본다. 풀HD 해상도의 슈퍼 아몰레드가 적용된 갤럭시S4의 화면을 보면서 조금은 마음을 놓았다. LCD와 같은 배열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해상력의 측면에서 조금은 걱정이 되던 게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여러 가지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이 화면은 그런 걱정을 덜 해도 될 만큼 안심되는 화질이다. 441ppi 라는 팩트보다 눈으로 믿을 만한 화질이다. 문제는 아몰레드 특유의 색감을 잡는 일인데, 어댑트 디스플레이 기능으로 화면에 실행된 앱에 따라 색감이 자동으로 조정되고 그것이 싫으면 이용자가 원하는 색감을 자동 설정할 수 있다. 예전처럼 푸르딩딩한 화면을 덜 보게 될 것이다.
풀HD 화면에서 다양한 앱의 실행과 UI의 움직임은 제법 부드러웠다. 갑작스런 조작에 조금씩 끊어짐을 보이던 다른 모델과 달리 이 제품은 그런 현상 자체를 잘 감추고 있다. 그런데 라디오시티홀에 나타난 갤럭시S4가 중국에서 유출된 제품과 다른 점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600을 AP로 쓴다는 점이다. 그리고 LPDDR3를 써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한 궁합을 제대로 맞췄다. 덕분에 벤치마크 결과는 모두 최고에 이르렀고 일단 성능에 대한 의구심은 잘 해소했다. 단지 발열이나 배터리 소모량 같은 반작용에 대해선 이 시간에 확인이 어려운 터라 실제 제품이 나오면 다시 봐야 한다.
배터리는 2600mAh. 갤럭시 S3보다는 460mAh가 많고 갤럭시 노트 2보다는 500mAh가 적다. 하지만 7.9mm의 두께에 착탈식 배터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선방한 용량이다. 하지만 배터리 시간을 확인하기에는 역시 시간이 모자랐다.
1300만 화소 카메라는 하드웨어보다 그것을 쓰는 기능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하다.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이렇게 고화소 카메라가 필요한지 여전히 의문을 지니고 있지만, 제원에서 밀릴 수 없는 현실에서 이 선택은 불가피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드웨어적인 강점이 화소 외에는 찾아볼 수 있게 사진을 잘 찍는 구조적인 접근도 필요한 부분이나 그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발견하기 힘들었다.
단지 실제 사진을 찍는 행위와 관련된 각 기능들이 보여준 가능성은 괜찮아 보인다. 물론 듀얼 카메라처럼 경쟁사 스마트폰에서 먼저 보여준 기능도 있기는 하지만, 프레임을 이용한 약간의 효과와 동영상은 물론 사진으로도 남길 수 있는 저장 방식 차이 등 결과물을 대하는 감성은 약간 다르다. 다중 노출과 비슷한 결과물을 만드는 드라마샷이나 소리와 이미지를 함께 저장하는 사운드&샷은 흥미를 끄는 재주들이다. 단지 지우개 촬영은 촬영 순간까지 다섯장의 이미지를 임시로 저장한 뒤 불필요한 피사체를 지우는 것인데, 여러 장을 연속으로 촬영한 뒤 괜찮은 이미지 하나를 고르는 베스트샷보다 나은지 의문이다.
갤럭시S4를 보는 관점을 달리해야 할 두 가지
아마 이에 관한 이야기는 좀더 하겠지만, 갤럭시S4를 보면서 두 가지 관점에서 다르게 봐야 할 부분이 있다. 먼저 지난 해 갤럭시S3가 주목을 받았던 것은 하드웨어의 변화와 소프트웨어의 변화 모두를 처음으로 충족한 때문이다. 이번 갤럭시S4는 아마도 하드웨어의 변화 부문에서 너무 예상된 방향으로 나온 터라 아주 좋은 소리를 듣기는 힘들 수도 있다. 반면 소프트웨어 부문은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방향의 기능이 들어갔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상황의 맥을 이해하는 것 말이다. 이용자의 이용 환경을 분석하기 위한 다양한 감각과 기술을 갤럭시S4에 도입하고 이를 여러 기능으로 분산해 넣은 것은 일단 주목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터치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조작하는 것은 이번 갤럭시S4가 제시하려는 여러 방향 가운데 큰 줄기였다.
또 다른 하나는 단순히 스마트폰의 생태계만 만들려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주변 장치 환경까지 확대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플립 커버 같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케이스를 말하는 게 아니다. 게임을 위한 조이패드와 무선 충전 패드와 같은 주변 장치를 포함해 S헬스를 위한 팔목 밴드와 심박측정기, 체중계 같은 장치와 집 안에 두는 올쉐어 플레이 서버인 홈 싱크 등 갤럭시S4의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아우르는 영역으로 더 넓혔다는 점이다.
물론 이번에 공개한 제품을 통해 완벽하다는 느낌은 아직 갖지는 못했는데, 사실 대부분의 발표회에서 기능을 시연하고 완벽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일은 거의 없다. 일부는 당장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 것처럼 보이는 것도 있었고, 일단 가능성을 두고 실험적으로 시도한 부분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갤럭시S4의 하드웨어가 이미 예측한 것을 뛰어 넘지 못했다는 이야기보다 더 가치가 있는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을 제대로 보려면 이런 짧은 발표회로는 시간이 모자란다. 이것은 모두 긴 호흡이 필요한, 또한 이용자들을 오랫동안 설득해야 하는 것들이고 이제 삼성이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좋은 글입니다!
당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