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상 어떤 시리즈를 꾸준하게 모으는 편은 아니지만, 몇몇 예외는 있다. 최근에 우연찮게 모으게 된 것이 구글 넥서스 시리즈다. 실제 판매 되는 제품을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지인 덕분에 샘플로만 뿌려진 넥서스 Q까지 손에 넣은 것은 운이 좀 따랐다. 한 자리에 모은 7개의 넥서스 제품을 나눠보니 스마트폰이 넷, 태블릿이 둘, 미디어 플레이어가 하나다. 사실 넥서스 시리즈를 쓰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좀더 빨리 쓰고픈 열망 때문이었으나 시간이 흐르고 다시 보니 새로운 사용성에 대한 실험적인 도전도 있었던 모양이다. 어쨌거나 이달 말께 새로운 넥서스 시리즈가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그것이 사실로 확인되기에 앞서 지금까지 나온 넥서스 시리즈와 이에 얽힌 이야기를 가볍게 정리해 본다.
넥서스원
구글이 슈퍼폰이라고 2010년 1월 자신있게 소개했던 제품이다. 그럴 만도 했다. 첫 기가헤르쯔(GHz)대 AP와 512MB 램, 3.7인치 AMOLED 화면, 트랙볼, 확장 슬롯 등 제원은 다른 경쟁 제품에 비해 상당히 앞서 있었으니까. 더구나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하는 모델이라 의미도 적잖았다. 이 제품을 구매한 건 출시 후 두어달 쯤 지난 뒤였는데, 넥서스원을 쓰기 위해 전파인증을 받느라 발품을 팔았던 덕분에 이통 정책에 대한 공부도 많이 됐고 여러모로 의미를 갖고 있는 제품이다.
넥서스S
구글이 2010년 12월에 내놓은 두번째 레퍼런스다. 넥서스원에 비하면 1GHz AP와 512MB 램, 4인치 AMOLED등 주요 제원의 변화가 크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마이크로SD 확장 슬롯을 뺀 대신 저장 공간을 16GB로 늘렸고 NFC와 SIP VOIP 기능도 탑재했다. 하지만 당시에 NFC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가 거의 없어 무용 지물이나 다름 없었다. 와이파이 핫스팟, USB 테더링 같은 안드로이드의 발전을 촉진했던 기능들을 담은 진저브레드를 처음 넣어 내놓은 단말이었는데, 무엇보다 넥서스S는 만듦새가 참 특이했다. 화면 자체를 휜 것은 아니지만, 화면부를 살짝 휘어 곡면 효과를 살린 것이다. 3달 뒤 국내에 출시하기 전 미국에 나오자마자 구매했던 넥서스S를 쓰기 위해 전파인증 대신 반입신고절차를 하면서 또 한번 분노했고 결국 지금은 개인의 신고절차는 거의 다 사라진 상황이됐다.
갤럭시 넥서스
세 번째 넥서스 스마트폰인 갤럭시 넥서스는 2011년 11월에 출시됐다.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 것인 2011년 11월 갤럭시 노트 월드 투어 인 서울이었고 12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넥서스S를 만든 삼성과 함께 한번 더 출시하면서 삼성의 갤럭시 상표를 섞어 내놓은 때문에 넥서스 전략의 변화를 엿볼 수 있었다. 카메라 기능을 강화하고 데이터 사용량 제한과 잠금 화면의 알림 기능 작동 등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이었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담고 나왔다. 제원은 전작보다 훨씬 좋아졌다. 1.2GHz 듀얼 코어 AP와 1GB 램, 16/32GB 플래시 메모리, 1280×720 해상도의 4.65인치 AMOLED(일부 국가는 LCD로 출시) 화면을 얹었다. 역시 곡면 디자인을 채택했지만 넥서스S보다 휜 느낌이 덜했는데, 이 시기부터 더 고성능 단말이 나오는 바람에 그리 돋보이진 못했다. 더구나 물리적 버튼 대신 스크린 버튼을 적용, 사용성이 바뀌면서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넥서스7
구글이 넥서스 브랜드로 내놓은 첫 태블릿으로 아수스가 제조했다. 무선 랜 버전을 2012년 7월에 먼저 출시하고 그해 11월에 3G 버전을 일부 국가에 내놓았다. 후면 카메라는 없지만 쿼드코어 AP, 1GB 램, 최대 32GB의 저장 공간, 1280×800 해상도의 7인치 화면 등 제원은 뒤떨어지지 않는 데 비해 199달러(8GB 모델)라는 값이 너무 매력적이라 많은 인기를 모았다. 여기에 UI에 변화를 주고 화면 반응 속도를 높인 4.1 젤리빈을 얹어서 내놓은 것은 확실히 돋보이지만, 넥서스7은 태블릿용 안드로이드 앱 환경의 개선에는 크게 영향을 줄 수 없는 제품이었다. 그래도 이달 말께 후속 넥서스7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다.
넥서스 10
레퍼런스 스마트폰을 대신 삼성이 내놓은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2012년 10월에 발표했다. 만듦새는 갤럭시탭을 많이 닮기는 했지만 오히려 군더더기가 없고, 2,560×1,600 해상도의 10.1인치 화면과 코어텍스 A15 기반 1.7GHz 듀얼 코어 AP, 2GB램, 16/32GB 플래시 메모리, 전후면 카메라 등 제원은 향상됐다. 하지만 좋은 제원을 다 활용하긴 힘들었는데, 워낙 안드로이드 태블릿용 앱이 적다보니 이 하드웨어에서 즐길 만한 앱을 쉽게 찾을 수 없던 게 좀 답답한 부분이긴 했다. 넥서스 10은 안드로이드 4.2 젤리빈을 얹어 나왔는데, 젤리빈의 여러 기능 가운데 여러 사람이 한 단말을 등록해서 쓰는 다중 사용자 로그인 기능와 잠금 화면 위젯 기능 등을 반영했다.
넥서스4
LG는 왜 넥서스4를 옵티머스G로 내놓지 않았을까? 넥서스4를 볼때마다 이런 생각을 감추기가 어렵다. 넥서스 10과 함께 발표된 넥서스4는 LG의 첫 레퍼런스인데, 처음 넥서스4를 봤을 때 섬세한 만듦새에 놀랐더랬다. 흠집이 잘 나는 재질이라는게 문제긴 했지만, 부드러운 선을 잘 살린 깔끔한 마감과 뒤판의 무늬 등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역력했는데, LG 이름으로 내놓는 게 더 나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아무튼 넥서스4 역시 4.2 젤리빈을 담아서 출시했는데 360도 스피어 촬영과 미라캐스트(무선 디스플레이) 기능을 쓸 수 있었다. 제원은 쿼드코어 AP와 2GB램, 8/16GB 저장공간, 1280×768의 4.7인치 IPS 화면을 넣었고, 무선 충전 기능도 갖췄다.
넥서스Q
세상의 빛도 제대로 못보고 사라진 제품이다. 가정용 미디어 스트리밍으로 개발된 제품이지만, 기능에 비해 너무 비싼 가격 탓에 출시 전부터 많은 비판에 휩싸였고 결국 출시 자체를 포기했다. 그럼에도 넥서스 Q가 남은 이유는 지난 해 구글 I/O 때 참석한 이들에게 선물로 나눠준 것과 초기 생산된 제품을 예약 구매자에게 무상으로 보내준 때문이다. 사실 넥서스Q를 실제로 보면 너무 예쁘게 생긴데다 마감도 좋은 높은 품질에 감탄한다. 그만큼 기대가 클 수밖에 없지만 막상 써보면 쓸 수 있는 기능이 너무 제한되어 있어 답답하다. 다만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넥서스Q를 제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바일 장치와 미디어 스트리밍 장치가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도 소프트웨어적으로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배울 점은 있던 장치다. 구글이 가격을 낮춘 후속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만, 넥서스Q는 소프트웨어 지원도 끊기고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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