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서스 플레이어는 구글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을 얹은 첫 상용 제품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TV의 첫 상용 제품일 뿐, 구글이 도전했던 첫 TV 플랫폼이 아니다. 순서를 따지면 안드로이드TV는 2010년 이후 4번째. 그만큼 구글은 TV 플랫폼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내왔다. 물론 처음부터 성공했다면 4번째 플랫폼을 내놓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두 번의 큰 실패를 겪은 뒤 교훈을 얻은 덕분에 지금은 어느 정도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더 높은 TV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넥서스 플레이어를 통해 안드로이드TV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먼저 구글의 TV 플랫폼 도전사를 정리한다.
구글TV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스마트TV 운영체제로 적용하기 위해서 내놨던 TV 플랫폼으로 2010년 열린 구글IO 행사에서 발표했다. LG, 소니 같은 TV 제조사와 로지텍, 에이수스, 비지오 등 셋톱 박스 제조사들이 참여했다. 이들 업체는 구글TV 플랫폼을 얹은 스마트TV와 셋톱 박스 등을 출시했다. 하지만 구글 TV는 관심에 비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당시 스마트폰과 너무 유사한 방식의 UI와 서비스를 구성하면서 TV의 이용자 경험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 가장 컸다. 지금과 달리 안드로이드와 호환성이 약한 x86 기반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쓴 것도 단점으로 작용했다. 키보드와 마우스 같은 장치를 연결해야 할 만큼 쓰기 불편했다. 몇 번의 버전을 업그레이드한 뒤 3년 만에 플랫폼을 접었다.
넥서스Q
구글이 내놓은 새로운 미디어 플레이어로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와 함께 2012년 구글 IO에서 공개했다. 구글 플레이와 유투브의 콘텐츠를 TV와 오디오에서 재생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미디어 플레이어 시장을 겨냥했고, 스마트폰에서 지정한 콘텐츠를 IP 방식으로 끌어오는 구글 캐스트가 시범적으로 적용됐다. 구글 TV에 비하면 확실히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진화했지만, 발표 직후 299달러라는 비싼 가격에 비해 할 게 없다는 비판을 받아 정식 출시는 하지 않고 곧바로 출시를 포기했다. 다만 예약 구매자들에게 예약 비용을 모두 환불하고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무상으로 배송해 화제가 됐다.
크롬캐스트
비싼 가격에 할 게 없다던 넥서스Q를 대폭 축소시켜 2013년에 출시한 TV 어댑터다. USB 메모리보다 조금 더 큰 동글을 TV의 HDMI 단자에 곧바로 꽂아서 쓰는 제품으로 35달러라는 파격적 가격과 넷플릭스 3개월 무료 이용권을 번들로 넣으면서 초반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크롬캐스트는 구글 캐스트를 적용해 스마트폰에서 실행한 앱의 콘텐츠를 IP를 통해 인터넷에서 직접 끌어와 보여주도록 설계했다. 2014년 중반 크롬캐스트 업그레이드를 통해 스마트폰 화면을 그대로 TV에서 볼 수 있도록 하는 미러링 기능이 추가됐다. 크롬캐스트라는 이름과 달리 안드로이드 커널 위에서 실행하고 있지만, 성능이 뛰어나지 않아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TV
안드로이드 5.0 롤리팝과 함께 2014년에 발표된 안드로이드TV 플랫폼이다. 철저하게 TV의 이용자 경험에 맞춘 UI를 구성하고 여기에 구글 캐스트를 결합해 스마트 TV 플랫폼으로 완성했다. 무엇보다 그 동안 유투브와 구글 플레이 등 자사 콘텐츠 서비스의 성장을 통해 자체적인 미디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데다 리모컨 만으로도 조작할 수 있는 쉬운 UI를 가지고 있다. 특히 블루투스 게임 컨트롤러를 연결해 안드로이드 게임도 즐길 수 있어 콘솔 게임기의 기능까지 영역을 넓혔다. 구글 캐스트 기능도 넣어 크롬캐스트를 대체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TV의 첫 번째 상용 제품이 넥서스 플레이어로 가격은 99달러다. 우리나라에서 살 수 없지만, 이용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덧붙임 #
이 글은 디지에코에 기고한 ‘안드로이드TV의 주요 특징과 전망’이라는 보고서의 일부를 블로그에 옮긴 것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해당 보고서를 내려받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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