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으면서 PC 부품 쪽에 작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봤습니다. 앞서 ‘2세대 코어 프로세서 업그레이드, 바꿔야 할 것은?‘이라는 글에서 소켓과 기능의 변화에 따라 메인보드의 교체는 불가피하지만 램은 그대로 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또다른 부품이 바뀔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그것이 하드디스크였죠.
2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나오면서 하드디스크 업계의 기대도 생각보다 컸습니다. 종전에 쓰던 SATA2와 함께 이번부터 SATA3를 쓸 수 있게 됐으니까요. SATA3는 SATA2의 전송 대역폭(3.0Gbps)을 두 배(6.0Gbps) 늘린 터라 대용량 파일을 복사할 때 좀더 나은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사실 자잘한 파일들이야 이 대역폭을 통째로 쓸 일이 없어 그다지 높은 성능을 내지는 못할지라도 점점 큰 파일이 늘고 있는 요즘 추세에서 대역폭이 늘어나는 게 약간 유리한 부분도 있기 때문이죠.
때문에 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성능을 테스트할 계획이 있던 터라 여기에서 쓸 최근에 출시된 웨스턴디지털 캐비어 블랙 SATA3 하드디스크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웨스턴 디지털 블랙 라벨은 SATA3라는 특징 외에도 듀얼 프로세서와 64MB 버퍼를 가진 웨스턴 디지털의 고급 모델이지요. 재미있는 점은 웨스턴 디지털이 SATA3 캐비어 블랙을 내놓은 뒤 SATA2용 블랙 모델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캐비어 블루나 그린은 SATA2와 SATA3로 내놓는데 비해 블랙만 SATA2가 사라졌는데, 아무래도 SATA3 제품이라도 SATA2에서 쓸 수 있는 데다 성능을 강화한 제품군에서 굳이 둘로 나누어 놓을 이유가 없었나 봅니다.
문제는 준비해 놓은 하드디스크를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는 점인데요. 2세대 코어 프로세서 샘플을 구할 수 없게 된 탓이지요. 이유는 이미 알려진 대로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쓰기 위해 필요한 메인보드 칩셋의 오류 문제로 인해 샘플이 전량 회수되었기 때문입니다. 프로세서가 아닌 칩셋 문제였지만, 이로 인해 주변 장치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처리 장치와 메모리 컨트롤러, 그래픽 코어를 프로세서에 담았지만, 하드디스크, USB, 내장 사운드를 비롯한 그밖의 기능들은여전히 메인보드 칩셋이 맡고 있습니다. 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위한 메인보드 칩셋이 6시리즈라고 하지요. 현재 이 칩셋은 P67과 H67이 나와 있는 상태이고, 저가형 H61이 하반기에 나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보급된 P67과 H67의 SATA2 인터페이스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SATA3는 문제가 없는데, SATA2 인터페이스에 연결된 장치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제 성능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SATA2의 기능과 관련된 트랜지스터의 설계가 잘못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당 트랜지스터에 아주 낮은 전압을 가해야 하지만 너무 높은 전압이 가해져 누설 전류가 생기고 이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심하면 고장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문제인데, 결과적으로 내부 설계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참 희한하게도 SATA3가 아닌 SATA2에서 발견된 문제였지만, 어쨌든 일부분만 바뀌면 되는 문제가 아닌 터라 관련 메인보드 샘플이 모두 회수된 상태입니다. 지금 판매되는 (B3 스테핑)메인보드는 SATA2와 관련된 기능을 막아 놓은 것 뿐인데, 이를 구해서 테스트를 해볼 수는 있지만, 왠지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찝찝함이 있는 터라 여기서 성능을 점검해 보는 것도 의미는 없을 것 같더군요.
이런 상황이다보니 웨스턴 디지털 캐비어 블랙 SATA3 하드디스크가 졸지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될 뻔했는데, 일단 SATA2에 물려서 쓰기로 한 때문에 그런 처지는 피했습니다. 단지 성능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는 게 문제일 뿐, SATA3 하드디스크를 지금 보급된 PC에서 쓰는 데 전혀 문제는 없는데요. 일단 웨스턴 디지털 캐비어 블랙 SATA3 하드디스크를 제가 쓰고 있는 PC(코어 i7-860에 MSI P55 메인보드, 4GB램)에 꽂아 가볍게 테스트를 돌려봤습니다.
위 결과의 왼쪽은 웨스턴 디지털 캐비어 그린(SATA2, 32M)이고 오른쪽이 캐비어 블랙의 크리스탈 디스크마크 테스트 결과입니다. 1GB 크기의 파일을 순차, 512KB 단위 랜덤, 4KB 단위 랜덤으로 읽기 쓰기를 한 결과인데, SATA2에 연결했음에도 성능은 확실히 눈에 띄는군요. SATA2에 연결하더라도 다른 보급형보다는 나은 성능을 가진 제품처럼 보입니다. 참고로 캐비어 그린은 성능보다 저전력에 초점을 맞춘 보급형 제품이기에 캐비어 블랙보다 값이 쌉니다.
이번에는 HD튠 프로로 전송 성능을 확인해봤습니다. 역시 왼쪽은 캐비어 그린, 오른쪽은 캐비어 블랙이고요. 순간적인 변화가 많은 최소와 최대 전송률은 제외하고 평균 값을 보면 캐비어 그린 78MB/s, 캐비어 블랙 101.2MB/s입니다. 접근 시간도 19.3ms과 14.4ms로 차이를 보이는군요. 역시 SATA2에 연결한 캐비어 블랙이 보급형보다는 확실히 나은 결과를 낸 것 같습니다.
일단 웨스턴 디지털의 고성능 하드디스크를 쓰려는 이들에게 SATA2용 캐비어 블랙이 없는 지금 SATA3 캐비어 블랙이 유일한 선택일 수밖에 없을 텐데, 성능에 대한 걱정은 덜어도 될 듯 싶습니다. 단지 SATA3로 연결했을 때의 결과와 비교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나은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는게 안타깝군요. 정상적인 인텔 2세대 메인보드 칩셋이 나오면 캐비어 블랙 같은 SATA3 하드디스크도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만, 그 시기가 언제쯤일지는 알 수가 없군요.
참고로 캐비어 그린은 성능보다 용량에 초점을 맞춘 보급형 제품이기에 캐비어 블랙보다 값이 쌉니다.’
음.. 그린 제품군은 저전력 등에 중점을 둔 녀석 아니었나요?
아차차~ 그 특징을 빼먹었군요. ^^;
아.. 레이드 해보고 싶은데
이 벤치마크를 보니… 블랙으로 RAID 를 해보고 싶어지는데… 지갑은 얇은 뿐이고 ㅠ.ㅠ
아무튼, 요즘에는 SSD에 읽기/쓰기 속도를 표기하던데 HDD 쪽도 이러한 값을 적어주면 좋겠던데 아직은 안적혀 있어서 아쉬워요 ㅠ.ㅠ
사실 두 개의 블랙을 SATA3로 물리고 대용량 파일 복사만 해봐도 왠지 성능 차이가 날 것 같은 느낌이.. 어쨌거나 캐비어 블랙은 생각보다 괜찮은 제품인 듯 싶더군요. ^^
어; 잘못된 정보 아닌가요?; B3 스테핑은 문제점 개선해서 나온 칩셋으로 아는데요. 현재 메인보드 교환은 그럼 S-ATA 2는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요?
네, 일부 수정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