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대체 왜 만들었을까 하다가도 손에 쥐고 이리 저리 훑어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제품들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좋은 컨셉트를 가진 제품도 실제로 출시했을 때 그 의도가 100% 제품에 반영된다고 볼 수 없는 탓에 간혹 제품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일들도 많은 것을 보면 제품을 보자마자 그 의도를 명확하게 하려는 의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요타폰(YotaPhone)도 자칫 그 의도를 제대로 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의문의 제품으로 남을 뻔했다. 지난 해에 이미 1세대 제품을 공개했던 요타폰은 두 개의 화면을 탑재한 독특한 스마트폰이었다. 앞에는 컬러 화면을, 뒤짚으면 흑백 화면을 쓴 제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작동 원리가 다른 두 화면이 하나의 장치에 앞뒤로 나란히 붙였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첫 판매를 시작했던 1세대 요타폰에 이어 이번 MWC에서 2세대 요타폰2의 시제품이 등장했다. 물론 이 제품은 완전히 공개된 제품은 아니다. 시제품인 만큼 일반 시연은 어느 정도 제한이 되어 있지만, 그 특징을 살피는 데 그리 어려움은 없는 정도. 단지 알게된 특징을 통해 어느 정도 공감을 하느냐는 다른 이야기지만 말이다.
요타폰2는 이전 요타폰 1에 비해 훨씬 정갈해진 만듦새를 하고 있다. 안쪽 양복 주머니에서 꺼낸 요타폰은 길죽하게 다듬어진 검은색 조약돌과도 같은 모습이다. 틈새도 별로 없고 매우 단단하게 느껴질 만큼 상당히 공들였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1세대의 만듦새에 대한 수많은 혹평과 그에 따라 제품을 출시하는 의문을 이제는 그만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빚어 낸 듯하다.
요타폰 2는 5인치 AMOLED 화면과 e페이퍼 디스플레이가 본체의 앞뒤로 나란히 붙어 있다. 앞쪽의 AMOLED는 매우 빠르고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주지만, e페이퍼 디스플레이는 단조롭고 느리다. 하지만 어떤 작업을 하느냐에 따라 두 화면의 장점을 다 쓸 수 있다. 게임이나 영화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를 즐긴다면 AMOLED를 이용해 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글씨가 많은 SNS 서비스나 인터넷 브라우징, e북 등을 읽을 때 e페이퍼는 아주 편안하다. 물론 글자가 AMOLED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글자를 편하게 볼 수 있도록 화면의 재질이나 되도록 빛을 적게 쓰는 표시 방식을 쓰고 있어 글자를 읽기 수월하다. 마리 킨들 페이퍼 화이트의 스마트폰 버전 같은 느낌이랄까.
AMOLED 화면은 당연히 조작할 수 있고, e페이퍼 디스플레이도 역시 조작할 수 있다. 1세대에선 e페이퍼 디스플레이의 조작성이 상당히 떨어졌으나 요타폰2는 확실히 좋아졌다. 특정 응용 프로그램에서만 조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대부분이 별다른 어려움없이 e페이퍼 디스플레이에 표시됐다. 물론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컨텐츠는 쉽게 구분되지만, 상황에 따라 백라이트를 쓰지 않을 수도 있어 남다른 배터리 절감 효과도 갖고 있다.
요타폰2는 두 개의 다른 성질의 화면과 쿼드코어 AP, NFC 센서와 무선 충전 기능까지 갖추는 등 매우 높은 제원의 제품이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이들은 이 제품을 꺼내 보이며 프리미엄급 제품이라고 선언했다. 1세대 요타폰이 실험작 수준에 불과했다면 MWC 현장에서 본 요타폰 2는 그 단계는 벗어나 제품으로써 평가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할 수 있다. 단지 어떻게 두 개의 화면에 모두 욕심을 내도록 만들 것인지는 의문이다. 두 얼굴의 재미있는 제품이지만, 그만큼 다르고자 하는 욕심만 너무 앞선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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