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임시로 쓸만한 SIM 카드, 레바라(Lebara)

2주 전 영국 런던에 출장을 나갔다가 스마트폰을 도난 당했습니다. 런던 아이 근처를 걸어가다 겉옷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을 털렸죠. 그나마 스마트폰과 주변기기만 도난 당한 터라 다행이었지만, 그 뒤로 아주 혹독한 뒤처리를 해야만 했습니다. 도난 당했을 때 시스템을 잠궈버리는 앱이라도 깔아놨으면 여러모로 쉬웠을 텐데, 그마저도 안해 놓은 터라 할 일이 참 많았죠. 스마트폰과 연결된 모든 계정의 비밀 번호를 바꾸고 국내 이통사에 전화 걸어 연결을 정지시킨 뒤 현지 경찰에 신고한 문서 한장 받아들고 귀국했네요.

어쨌거나 도난 당한 스마트폰을 찾을 길이 없을 것으로 보고 포기했지만, 현지에서 연락이 문제였습니다. 예비로 챙겨간 스마트폰이 한 대 더 있긴 했는데, 문제는 통화가능한 SIM이 없다는 것이었죠. 현지에서 남은 일정이 이틀 정도여서 보다폰처럼 비싼 현지 선불심을 쓰는 것은 무리가 있었습니다. 물론 급한 대로 사서 써야 하는 게 맞지만, 도난 당한 스마트폰 때문에 생긴 손해가 이만저만한 것도 아닌데 비싼 선불심을 쓰려니 속이 쓰리더군요. 그런데 의외로 간단한 해법을 찾았습니다.

소매치기 당한 당일 런던에서 유학(?) 중인 지인과 호텔에서 만났는데, 괜찮은 선불 SIM 카드가 있다고 알려주더군요. 문제는 밤 9시에 만났다는 것인데, 이 시각은 대부분의 런던 매장이 문을 닫습니다. 다만 옥스포드 거리 쪽은 밤 늦게까지 여는 가게가 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함께 그곳으로 찾아갔습니다.

지인이 알려준 그 심카드가 바로 레바라(Lebara)입니다. 보다폰이나 몇몇 이통사는 알겠는데 레바라는 정말 낯설었지요. 레바라는 런던에 거주하는 다른 국가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선불 SIM을 판매하는 별정 통신, MVNO 같은 류의 사업자 같아 보입니다. 선불 SIM 이라 지불 금액 만큼 충전이 되어 있다고 하는 데, 보통 5파운드 이상의 SIM 카드부터 충전되어 있더군요. 주의할 점은 충전이 되지 않은 SIM도 있다는 점입니다. 빈 SIM 카드는 레바라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충전해서 써야 하는데, 제가 실수로 충전되지 않는 SIM 카드를 샀습니다. 값은 2파운드.

그런데 충전되지 않은 레바라 SIM 카드가 아주 흥미로운 기능을 하더군요. 충전된 요금이 없어 전화를 걸지 못하는 데, 이 SIM 카드의 전화번호로 받을 수는 있습니다. 당장 돈이 없다고 전화번호를 중지 시키진 않더군요.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충전액이 없어도 하루 10MB 정도의 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레바라 사이트의 안내문을 읽어보면 특정 기간까지만 10MB를 쓸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지인의 말로는 이전부터 계속 하루 10MB 무료 인터넷을 계속 서비스했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이 정책이 크게 바뀌지 않는 한 10MB의 무료 인터넷은 계속 쓸 수 있을 듯 합니다.

무료 인터넷이 중요한 것은 문자도 안되는 상황에서 인터넷 메신저로 급하게 연락을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올리거나 하는 대용량 작업은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연락이라도 주고 받을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중요한 건 우리 돈으로 4천 원에 가장 큰 걸림돌이 해결되어 그나마 조금 위안이 됐습니다. 런던에서 저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거나 런던 안에서 좀더 값싸게 통화를 원한다면 이 SIM 카드를 찾아보시길… 나중에 보니 레바라 외에도 다양한 선불 SIM 카드가 있는데, 모두 이렇게 기능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덧붙임 #

1. 참고로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유럽 전역의 소매치기가 런던으로 모이고 있다고 하니 런던으로 여행이나 출장가는 분들 이 기간 만이라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2. 외국에서 데이터를 많이 쓰려면 국내 이통사의 무제한 데이터 로밍이 갑이긴 합니다만, 저와 같은 상황에 처했거나 굳이 데이터 로밍을 많이 쓰지 않는 상황이면 이 SIM 카드에 대해 알아두시면 좋을 듯 합니다.  

3. 레바라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서비스하고 있지만, 10MB 무료 인터넷은 영국에서만 가능한 듯 합니다. 스페인은 고작 1MB만 주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