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스포티파이(Spotify), 아이튠즈 라디오(iTunes Radio) 같은 서비스는 무료 또는 아주 싼 가격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 안되는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이 서비스들은 이용자가 음악을 일일이 고르는 일 없이 정해진 항목의 음악이 순서대로 재생되기에 자유도에선 빵점 서비스지만, 가끔씩 아무 생각 없이 음악을 듣고 싶을 땐 이런 서비스도 나쁘진 않아 보였던 것이다. 꼭 원하는 음악만 콕 찝어 듣기 어려워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선곡을 생략한 채 누군가 음악을 골라 들려주는 라디오처럼 음악을 듣기 때문에 이를 ‘스트리밍 라디오’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스트리밍 라디오는 아직 낯선 것이긴 하나 그렇다고 앞서 소개한 스포티파이나 아이튠즈 라디오는 우리나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음원을 쓸 수 있는 권리의 제약 같은 이유가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이유로 작용했고, 우리나라 이용자들이 좋아할 음원도 충분치 않은 것도 이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어렵게나마 외국 계정을 만드는 방법까지 공유하는 이들이 종종 보였던 것은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한 바람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고 볼 순 있다.
이제는 굳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외국 계정을 만들지 않아도 될 듯하다. 앞서 외국 계정을 뚫었던 예들은 국내에 비슷한 서비스가 없을 때의 이야기들이니 말이다. 사실 지난 며칠 동안 우리나라에서 이용할 수 있는 비트와 밀크라는 두 개의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를 쓰다보니 음악 플레이어를 켜는 일이 거의 없어진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아무런 생각 없이 음악을 틀어 놓고 이 글을 쓰는 것조차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사실 먼저 접했던 스트리밍 라디오는 비트(Beat)였다. 네이버에서 인수했던 미투데이를 만든 박수만 대표가 이끄는 비트패킹컴퍼니의 서비스로 스트리밍 라디오의 틀을 갖추고 있다. 비트의 특징은 진짜 라디오와 같은 느낌을 전달하려는 것에 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나 타블로의 <꿈꾸는 라디오>, 써니의 <FM데이트> 같은 실제 MBC 라디오의 스트리밍과 더불어 <음악탐정 김뮤직>, <옥상달빛> 등 전문 DJ 못지 않은 실력을 지닌 이들이 직접 라디오와 같은 방송 형식으로 사연과 음악을 소개하는 점에서 단순히 음악만 흘려보내는 스트리밍 라디오와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악동 뮤지션이 선곡한 음악 같은 흥미로운 채널도 있고 친구들이 들었던 음악을 찾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음악탐정 김뮤직의 DJ 목소리를 좋아하는데 이런 목소리라면 매일 라디오를 들어도 질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런 목소리를 가진 채널이 많지 않아 한편으론 아쉽다.
더불어 스트리밍 라디오가 시청자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다채로운 항목으로 나눠 음악을 스트리밍하는 기본 요소에서 보면 비트는 그 점에선 다소 약하다. 라디오라는 특성상 이용자의 직접 선곡은 어렵더라도 원하는 장르나 특정 소재의 음악만 들을 수 있는 여러 분류가 필요하지만, 그 분류가 현저히 적다. 특히 YG나 SM 등 대형 아이돌 기획사 중심의 음악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 이용자들의 취향에 맞춘 국내 가요에 대한 분류가 적은 점이 아쉽다. 채널을 쉽게 찾을 수 있게 앨범 형식으로 구성한 UI는 비교적 단조롭고 그리 특색을 느끼긴 어렵다.
요즘 듣기 시작한 스트리밍 라디오는 밀크(Milk)다. ‘Music, I Like’를 줄여서 부르는 밀크는 갤럭시 노트4의 국내 출시에 맞춰 서비스를 시작하는 스트리밍 라디오다. 이미 북미 지역을 비롯해 몇몇 외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로 국내는 서비스도 시작한다. 밀크 서비스는 전통적인 라디오와 거리를 두고 있다. 채널을 고르기만 하면 음악을 듣는 스트리밍 라디오라는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 채널 항목을 220개로 세분화했다. 이용자가 어떤 취향의 음악을 검색한 뒤 이를 스테이션에 넣어 자체적인 채널처럼 만들 수 있는 기능도 더했는데, 이용자는 취향에 따라 소리바다의 360만 곡의 음원을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다. 최고 음질은 192kbps mp3다.
사실 밀크를 듣는 이유는 아이팟 같은 다이얼 구조의 UI 편의성 같은 게 아니라 감성을 자극할 만한 가요를 모아 놓은 스테이션 때문이다. 어느 날 밤 포크 채널을 뒤적이다 찾은 김광석의 모든 노래 듣기나 1990년대 추억의 음악을 좀더 쉽게 찾을 수 있는 세심한 분류 때문이다. 댄스, 발라드 같은 장르, 신구 세대가 좋아할 만한 시대별 뷴루, 가요와 팝 같은 곡의 성향 등 다양한 취향을 잘 반영해 놓았고 그것이 음악을 듣는 재미를 좀더 끌어 올린다. 하지만 밀크는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니다. 국내에 출시된 삼성의 안드로이드 단말기 가운데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이상 업그레이드가 된 제품에서만 음악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아마도 3년 이내 출시된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쓰고 있다면 어려움 없이 들을 수 있을 듯하다.
비트와 밀크는 특징과 지향성, 사업 모델이 모두 다르다. 단지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비용에 대한 고미 없이 음악을 듣는 편의성에서 둘다 비슷한 인상이다. 굳이 음악을 고르는 데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점에선 말이다. 때문에 두 서비스로 스트리밍 라디오를 듣기 시작한 이후 음악을 듣는 재미가 더해진 것 역시 공통점이다. 비록 스트리밍 라디오가 원하는 곡만 모아서 듣는 건 어렵다곤 하나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이라고 스트리밍 라디오를 들어보시라. 음악을 듣는 즐거운 경험을 마다할 이유는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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