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에서 발표된 MID는 모두 3가지 입니다. 유경 빌립 S5와 TG삼보 루온 모빗, 그리고 UMID의 엠북이었지요. 시장의 성숙도를 간 본 뒤에 참여하는 국내 대기업과 달리 세 제품은 모두 MID 시장이 시작될 때 중소 기업에 의해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제품들입니다. 이들 덕에 새로운 PC 시장이 열릴 때 우리나라만 소외받는 듯한 인상을 조금은 지울 수 있었으니까요.
이들 세 제품의 부품 구성은 엇비슷합니다. 특히 핵심 CPU는 모두 똑같은 것(인텔 아톰 z520)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핵심 부품이 같다고 모두 동일한 제품은 아닙니다. 생긴 것은 물론이고 여러 기능이나 소프트웨어의 작동 수준은 모두 다릅니다. 그 차이를 보고 싶으면 역시 한 자리에 놓고 살펴보는 게 중요하겠죠. UMID 엠북이 없어 아쉽지만, 빌립 S5와 루온 모빗을 함께 비교해봤습니다.
형태
둘다 가운데 화면을 두고 양옆에 버튼을 둔 형태입니다. 두께는 모빗이 좀더 얇고, 좌우 길이도 모빗이 좀더 깁니다. 모빗이나 S5 둘다 플라스틱 재질이지만, 느낌은 전혀 다릅니다. 반들반들하게 광택 처리한 모빗과 달리 S5는 무광으로 단순하면서 전혀 지저분하지 않게 처리했습니다. 때문에 모빗은 깔끔한 반면, 빌립 S5는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모빗은 화면 위에 투명 덮개로 덮어 일체형의 느낌이 강하고 빌립 S5는 일반 터치 장치처럼 느껴집니다. 대각 길이 12.2cm(4.8 인치)의 화면 크기는 똑같습니다. 해상도는 둘다 1,024×600으로 똑같습니다. 문제는 모빗의 화면 위 커버 때문에 터치를 하는 지점이 정확하게 매치되지 않는 것인데요. 커버와 화면 사이 공간 때문인지, 원하는 지점에 커서를 올려두기가 조금 버거워 조작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뒤쪽은 둘다 배터리로 채워진 듯 보입니다만, 모빗은 가운데 부분에 카메라를 넣은 게 눈에 띄네요. 모빗은 배터리 부분에도 광택 처리했네요.
무게
MID는 손에 들고 다뤄야 하는 장치인 만큼 무게가 매우 중요합니다. 무조건 가벼운 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가벼울 수록 오래 들고 보는 데 좋습니다. 본체 무게는 루온 모빗이 360g, 빌립 S5가 436g입니다. 76g 더 무거울 뿐이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약간 무게 차가 느껴집니다. 모빗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지고, S5는 약간 묵직한 느낌입니다. 가로가 긴 모빗이 무게를 분산시키는 반면, S5는 무게가 한쪽으로 집중된 듯합니다.
지난 번 브루스님이 어댑터 무게도 따져보자고 해 어댑터의 무게도 재보았습니다. 일반 노트북형 어댑터를 쓰는 모빗은 무려 385g. 빌립 S5의 어댑터는 고작 174g으로 무려 211g이나 차이납니다. 장시간 쓰기 위해 어댑터를 갖고 나가야 한다면 모빗은 낙제, 빌립 S5는 합격점입니다.
발열과 소음, 배터리 시간
MID 장치들은 대부분 손에 들고 써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본체의 열이 손으로 바로 전해질 수밖에 없는데요. 어느 정도 열이 나는지 2시간 동안 두 제품을 켜둔 뒤 두 제품의 왼쪽과 가운데, 오른쪽의 온도를 측정해봤습니다. 모빗은 42도, 46.4도, 37.8도를, S5는 40도, 43.2도, 40.1도를 기록했습니다. 모빗은 만지는 부위에 따라서 조금 후끈한 느낌이 들고, S5는 그냥미지근한 느낌만 듭니다.
소음은 모빗만 났습니다. S5는 방열팬이 없어 소음이 없지만, 모빗은 뒤쪽 배터리를 빼면 안쪽에 작은 방열팬이 돌면서 아주 미세한 고주파 잡음을 내더군요. 조용한 곳에서는 신경 쓰입니다.
배터리 용량은 모빗이 2140mAh, 빌립 S5가 6200mAh로 거의 3배 차이납니다. 당연히 작동시간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720P MKV 동영상을 재생해보니 모빗이 2시간 동안 영화 한편을 겨우 재생한 반면, 빌립 S5는 4시간 가까이 2번 연속 재생을 했습니다. 빌립 S5는 배터리 칸이 거의 바닥이어도 꽤 오랫동안 작동하더군요. 모빗을 들고다녀도 오래쓰긴 어려울 듯 싶습니다만.
파우치
어디든 들고다니면서 써야 하는 MID를 보호하려면 파우치도 중요합니다. 모빗용 파우치는 모빗에 흠집 정도만 막는 얇은 천으로 만든 작은 주머니에 불과합니다. 충격에 대비한 기능은 없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고요. S5는 두툼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흠집은 물론 약간의 충격까지도 흡수해 안쪽의 S5를 보호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또한 덮개를 열면 바로 쓸 수 있도록 편의성도 갖췄고요.
메인 UI와 애플리케이션
모빗과 빌립 S5는 둘다 운영체제 위에 자체적인 메인 UI를 갖고 있습니다. 모빗은 오른쪽 위의 UI 버튼을 누르면 아이콘을 가로로 나열한 UI가 뜹니다. 좌우로 이동하면 몇 개의 메뉴가 더 나타나지만, 그냥 한 화면에 모두 나타나게 하는 게 더 효과적일 만큼 효율적이진 않습니다. 반면 S5의 메인 UI는 육면체 큐브가 나타나는데 위 또는 아래로 스크롤을 하면 이 큐브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스크롤이 되고 그 안에 이용자가 심어둔 아이콘이 나타납니다. 둘다 프로그램을 선택하면 UI가 닫히고 프로그램을 띄웁니다만, 다시 원래 UI로 제대로 돌아오는 것은 S5 뿐입니다.
MID에서도 영화를 많이 보기 때문에 두 MID에서 720P 영화 재생을 통해 애플리케이션의 능력을 살펴봤는데요. UI쪽은 모빗이 좀더 유연합니다. 전체 화면에서 재생을 제어하는 UI가 뜨는 반면 S5는 화면을 축소한 상태에서만 그 UI가 나타나니까요. 하지만 재생 능력은 S5가 훨씬 뛰어납니다. 모빗은 중간중간 소리만 나고 영상이 멈추는 현상이 잦은 데 반해, S5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끊어짐 없이 자연스럽게 재생합니다.
둘다 할 수 있는 재주는 비슷합니다. 인터넷, DMB, 동영상, 음악은 공통이고요. 모빗은 다른 기능이 없고 지하철 노선도나 일정표, 리모트 뷰 등 이미지 뷰어나 가벼운 애플리케이션 위주로 추가한 반면, S5는 GPS를 이용한 내비게이션까지 할 수 있습니다.
가상 키보드
둘다 터치 스크린을 쓰다보니 키보드가 없습니다. 때문에 가상 키보드를 넣어 해결하고자 했는데요. 키보드의 형태나 쓰는 방식도 확연히 다릅니다. 모빗은 가상 키보드를 실행하면 실제와 비슷한 키보드가 화면에 나타나 이를 터치 펜으로 다룰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키보드가 입력 화면을 가리는 데다 펜으로 키를 하나씩 일일이 누르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습니다.
S5의 가상 키보드는 오른쪽 아래 버튼으로 언제나 켜고 끌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가상 키보드를 띄우면 양손으로 받친 채 엄지로 누를 수 있도록 양옆으로 나뉘어 배열된 반투명 키보드가 나타납니다. 화면을 차지하는 공간은 분명 넓지만, 반투명이다보니 문서 작업을 할 때 작업 공간을 가려서 생기는 불편은 적습니다. 더불어 키를 누를 때 진동이 있기 때문에 키를 입력했음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빌립 S5의 완승. 루온 모빗은 도대체…
겉모양만 보면 루온 모빗이 꽤 깔끔하게 보입니다. 정말 갖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만들었지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영양가는 별로입니다. 비록 빌립 S5가 앞서 나온 PMP와 거의 비슷하고 조금 투박해 보여도 MID라는 특성에 맞춘 기능의 완성도는 훨씬 높았습니다. 본체가 약간 무겁긴 해도 발열이 적고 깔끔한 터치 UI에 4시간의 동영상 재생 성능과 DMB,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고, 투명 키보드도 S5 이상 가는 것은 보기 힘듭니다. 루온 모빗은 가벼웠지만, 그 가벼움 만큼 모든 능력도 가벼웠던 것 같습니다. 기능은 다양해도 배터리 시간, 동영상 재생, 터치 키보드 등 알찬 모습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네요.
이 승부는 빌립 S5의 완승입니다. 루온 모빗,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군요.
덧붙임 #
* 휴대 인터넷 장치(Mobile Internet Device)는 쉽게 들고다니면서 인터넷 애플리케이션이나 자기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휴대 PC, 휴대 컴퓨팅 장치입니다.
네비게이션의 혁명이 네요~^^
좋은 정보 잘 보고 가요.
좋은하루 되세요~*^^*
이제는 하나의 장치에서 모든 것이 다 되는 세상이 열리겠죠~ 정말 흥미로운 변화 아닌가요? ^^
헐 이렇게 비교해 보니.. 정말 차이점을 확실히 알겠네요..
모빗의 존재이유.. 저도 궁금해집니다. ^^
저도 비교를 하면서 그 차이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
역시나 루온모빗은 존재이유가..참…..웹켐도 잘 달고 뒤에다 놓는건…………..멍미..
아무튼..깔끔한 비교십니다~
제품을 좀 억지스럽게 만든 건 아닐까 하는 느낌도 있더라구요. 다음에는 소비자 편의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는.. ^^
저도 S5유져인데용 발열과 무게를 제외하고는 모빗에 점수를 줄수가 없습니당 ^^;;
S5 사용한지 4일째 ㅋㅋㅋ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지금까지 여러 MID를 만져봤지만, 투박해도 S5만큼 무난한 건 없는 듯 싶네요. 열심히 오래오래 쓰세용. ^^
지름신님 오시게 이런 포스팅을 올리시다니 나빠요! ㅠ.ㅠ
그나저나.. 맛있는 오렌지색에 흰색은 안나오나요 ㅋㅋ
안나올 것 같아요. 저도 흰색에 주황색 라인을 넣은 것을 기대했거든요. ^^
뭡니까!!
지름신 오실날은 몇달뒤 월급날인데…님이 이렇게 제단을 차려 제사까지 지내시는바람에…
조만간 강림 하실듯하네요…
이번에 바칠제물은…S5 F-LOG 입니다…….ㅠ.ㅠ
여하튼 망설임을 한방에 잠제워주신 글에 감사드립니다.
오.. 벌써 F-Log를 제물로 바치신 건 아니시구요? ^^
1년반전인가 GPS, 네비게이션 소프트웨어 , 윈도우 XP홈에디션이 설치된 루온 A1 이라는 모델을 썼었는데 그때 역시나 발열, 가장자리 부분에서 터치인식이 잘 안되는 현상, 가상키보드의 화면전면을 덮는현상, 엄청난 무게로 컨셉이 모호한(?) 제품을 썼었는데 6개월만에 팔아버린 기억이 있는데 아직도 그런 문제가 죽 이어지는군요..^^ 그나마 좋아진건 전체 무게가 줄었다는점이군요.
그렇군요. 사실 모빗을 보면서 TG삼보가 제품의 컨셉을 이해하지 못하고 만드는 게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더군요. 왼손님 말씀처럼요. ^^
하핫. “루온 모빗, 존재의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군요”라니… 굉장히 쎈 평가십니다. ㅎㅎ
정말 쎈… 건가요? ^^;
무더운 7월… 엔비디아의 아이온 플랫폼을 탑재한 넷북의 출시도 예정되어 있고 유경테크놀리지의 키보드와 스위블 LCD를 채택하고 있는 800g 의 MID 출시도 예정되어 있어 어느 여름보다 풍성한 IT 기기를 만나볼 수 있을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이미 CES 2009 에서 S7 를 전시하였고 7월 10일에는 블로거 체험단 명단을 발표했으며 6월 이벤트로 당첨된 사람에게는 7월 3째주에 상품을 일괄 발송한다고 공지된 상태다. 새로운 MID S7의 특..
선생님 안녕하세요. MID 에 관련해서 두가지만 문의드리겠습니다.
1) 제가 MID 로 주식투자를 할려고 하는데, S5 에 HTS 를 깔고 사용하는게 문제는 없는지요 ?
2) 인터넷이 연결되어야 하니 S5 를 구매하고 와이브로에 가입을 해야 하겠지요 ?
그런데 S5 에 별도로 뭔가를 더 붙여야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나요 ?
아님 뭔가가 내장되어있어 그냥 가입만 하면 인터넷이 되는건지요.
기사용자로서 위 두가지만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아.. 조금 늦게 답변을 드리게 됐네요. 1) 제가 주식을 하지 않아 HTS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PC용 프로그램이라면 설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2) 와이브로는 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외부 모뎀이나 EGG 같은 장치를 따로 구입해 쓰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