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소니 부스는 여전히 같은 곳에 있었다. 다만 규모가 상당히 줄어든 느낌이다. 좌우를 보니 부스 크기는 그다지 줄어든 것 같진 않았다. 곰곰히 이유를 생각해보니 지난 해와 비교해 소니의 체험 부스 규모가 상당히 줄어든 것이다. 넓은 체험존을 운영했던 지난 해와 비교하면 올해는 그 절반만 체험 공간으로 만들었고, 나머지 공간을 다른 용도로 쓰는 듯했다. 효율적인 공간 활용은 지금의 소니에게 더 없이 필요한 일이지만, 좁은 공간을 채울 제품을 줄여야 하기에 안타까운 면도 있다.
그래도 MWC 2016의 소니 부스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역시 스마트폰이다. 올해는 태블릿 같은 다른 모바일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엑스페리아 X와 X 퍼포먼스, XA라는 세 개의 스마트폰만 출시했다. 그 외에 아이디어 제품도 몇 가지 선보였지만, 역시 엑스페리아라는 이름의 스마트폰을 보니 소니 모바일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긴 한다.
소니가 공개한 세 가지 엑스페리아 X는 엑스페리아 Z 시리즈와 완전히 다른 이미지다. 엑스페리아 Z가 좀더 무거운 느낌이라면 엑스페리아 X는 부드럽다. 하지만 세 제품의 성격은 확연히 다르게 만들지는 않았다. 고급, 중급, 보급이라는 단어를 적용하기 딱 좋은 유형의 제품들이다. 이는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제품군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더 많은 제품을 팔아야 하는 소니의 고민이 각 제품의 이름에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는 플래그십 Z 시리즈보다 한단계 낮은 고급형 스마트폰이다. 플래그십에 가깝지만, 플래그십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애매하다. 화면과 같은 몇몇 부분은 플래그십과 거리가 멀어서다. 엑스페리아 X는 메탈 재질을 쓴 데다 IP68 방수 방진 등급을 얻는 등 일상에서 있을 지 모르는 충격에 대비했다. 딱딱한 엑스페리아 Z보다 좀더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해 4가지 색깔을 적용한 데다 부드러운 모서리를 가진 글래스를 앞뒤에 발랐다. 처리 장치는 퀄컴 스냅드래곤 820을 넣어 처리 능력은 어디에도 떨어지지 않지만 3GB 램, 풀HD(1920×1080) 해상도의 5인치 화면 등 몇몇 구성에서 요즘 플래그십으로 분류하기는 조금 어렵다.
엑스페리아 X는 중급기다. 하지만 그냥 만만한 중급기는 아니다. 아마도 평범한 색상의 스마트폰을 싫어하는 이들의 취향을 저격할 가능성이 있다. 너무 진하지 않은 색을 입히고 글래스로 부드럽게 감싼 터라 제품의 이미지는 생각보다 부드럽고 산뜻하다. 퀄컴 스냅드래곤 650 AP와 5인치 풀HD 화면, 3GB 램, 32/64GB 저장 공간을 갖췄다. f2.0 밝기의 렌즈와 2천300만 화소를 담은 1/2.3인치 센서를 결합한 카메라, 이용자의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하는 지문 센서를 전원 버튼에 넣었다.
엑스페리아 XA는 보급기다. 소니가 보급형 제품을 전혀 만들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제품은 이전의 소니가 만들던 보급기와 다르다. 종전까지 보급형이라도 어느 정도 핵심 부품은 유지했지만, 이 제품은 아니다. 처음으로 미디어텍 헬리오 P10(2GHz 옥타코어)을 썼다. 화면은 5인치이나 해상도는 HD(1280×720)으로 낮추고 램은 2GB, 저장 공간은 16GB만 담았다. 엑스페리아 X와 화면 크기는 똑같지만, 화면 좌우의 검은 띠를 거의 없앤 때문에 훨씬 길어 보일 뿐만 아니라 화면 크기에 비하면 손에 쥐는 것도 훨씬 편하다.
소니가 내놓은 세 제품의 공통점은 모두 5인치 스마트폰이지만, 화면 크기만 같을 뿐 나머지 성격은 너무 다르다. 엑스페리아 X 퍼포먼스와 X, XA를 번갈아가면서 보더라도 제품 성격은 확연히 구분된다. 분명한 점은 엑스페리아 X 브랜드가 플래그십 모델에서 비중 있게 소개되는 새로운 기능을 많이 담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움직이는 피사체의 동선을 미리 예측해 빠르게 초점을 잡는 예측 AF가 눈길을 끌지만, 그 외에 말할 만한 기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기능보다 제품에서 풍기는 이미지 승부가 먹힐 것인지 소니는 또 실험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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