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뤘던 엔비디아 쉴드의 PC 게임즈 스트리밍 기능을 며칠 전 실험했다. PC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쉴드에서 즐기는 이 기능을 미리 살펴보지 못한 이유는 PC 제원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기능을 쓰기 위해선 엔비디아 GTX650 이상의 그래픽 카드를 써야 하는데, 4년이 넘은 메인보드에 이 그래픽 카드를 쓰기 위한 PCIe 3.0 16x 인터페이스가 없던 터라 결국 메인보드와 프로세서까지 모두 교체한 뒤에야 실험을 끝낼 수 있었다. 프로세서나 다른 기준보다 이 기능은 데스크탑용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가 있는 데스크탑 PC만 쓸 수 있으므로 최소 그래픽 카드에 맞는 시스템 제원이 필요하다.
쉴드에서 PC 게임의 스트리밍을 구현하는 건 그리 어렵진 않은 편. 엔비디아 지포스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의 기본설정에 있는 스트리밍 옵션을 활성화 시켜주면 그만이다. 물론 지포스 익스피리언스에서 PC에 접속하려는 쉴드를 한번 허용해 줘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여기까지 과정 자체는 쉬운 편이다. 단지 설치 폴더를 다른 곳에 만들면 쉴드에서 실행할 게임이 보이지 않는 현상이 있는데, 이는 지포스 익스피리언스에서 게임이 설치된 맨 위 폴더를 지정해주면 해결된다.
쉴드에서 즐길 수 있는 PC 게임은 엔비디아가 따로 목록을 모아 정리했다. 생각보다 게임의 수는 많지 않고, 그렇다고 최신 게임만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목록에 있는 게임이라면 직접 디스크를 사서 설치한 게임이어도 되고, 스팀에서 내려받은 게임도 상관 없이 즐길 수 있다. 스팀을 이용 중이라면 그 안에 깔아 둔 체험판도 실행할 수 있다.
PC 게임즈 화면에 떠 있는 커다란 게임 표지를 선택하는 것으로 PC에 설치된 게임이 자동으로 실행되어 그 화면이 쉴드로 들어오기 때문에 마치 스마트 단말에서 앱을 실행하는 것과 느낌이다. 스팀을 통해 쉴드에서 즐길 수 있는 3개의 본편(더트3와 바이오쇼크 : 인피니티, 하프라이프2)과 1개의 체험판(F1 2012)을 내려받아 실행했을 때 실행하는 과정 자체에서는 딱히 PC 게임을 실행한다는 차별된 생각을 갖게 하진 않는다.
다만 쉴드로 스트리밍되었을 때 느낌은 게임마다 많이 달랐는데, 할만한 게임과 아닌 게임으로 구분된다. 더트3와 F1 2012는 그런 대로 할만했다면 다른 두 게임은 괜찮은 정도라고 말하긴 어려운 수준이다. PC에서 실행한 게임과 쉴드로 전송된 영상은 크게 어긋나지 않고 장면 당 그래픽 품질도 제법 괜찮다. 단지 쉴드로 스트리밍된 게임 화면의 프레임이 너무 부족해 자연스럽지 못해 게임을 마음 편히 즐기기 어렵다. 물론 쉴드의 화면 해상도에 맞춰 PC 해상도를 1280×720으로 낮추긴 하나 스트림된 영상의 프레임이 너무 적어 정상적으로 게임을 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 자연스럽지 않은 프레임과 별개로 PC에서 쉴드로 스트리밍을 할 때 두 장치에 표시되는 지연 현상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비슷하게 표시되는 것은 다행이다. 덕분에 쉴드의 컨트롤러로 게임을 할 때 실제 PC에서 게임하는 것과 거의 다르지 않을 만큼 반응도 빨라 조작성의 문제는 찾기 힘들다. 참고로 쉴드에서 실행한 PC 게임들은 쉴드를 컨트롤러로 알아채므로 조작 옵션을 바꿀 필요도 없다. 또한 터치스크린을 이용해 마우스 커서를 조작할 수 있어 대체적으로 조작은 상대적으로 편하다.
이번 실험에서 쉴드와 PC 두 장치의 동기화는 제법 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윈도와 안드로이드의 RDP보다 훨씬 나은 부분이다. 단지 스트리밍 게임의 프레임 저하 문제가 처리 장치의 영향을 받는 것이면 고민이 좀더 깊어질 수 있다. 이번 실험은 하스웰 기반 4세대 코어 i5-4670(3.4GHz)과 GTX650 기반의 PC에서 진행했는데, 이 제원보다 더 고성능 시스템이 필요하면 쉴드의 PC 스트리밍 게임은 대중적인 접근이 어렵다고 볼 수도 있어서다. 물론 PC 게임을 휴대 게임기처럼 집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지만, 이런 즐거움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점은 걸림돌일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베타 수준이므로 더 개선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어느 정도 게임 그래픽을 양보하더라도 일단 PC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데 부담이 없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고 개선한다면 PC와 쉴드의 사용성을 둘다 높일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런 막연한 가능성보다 더 확실하게 바꿔야만 새로운 경험에 대한 확신을 이야기할 수 있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스트리밍 게이밍이 더 늘어갈 것을 감안하면 더 확실한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덧붙임 #
PC 게임을 쉴드로 스트리밍할 때 쉴드에서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사운드 문제는 아직 해결이 안되었나 보군요. 출시 직후 사서 잘 갖고 놀고 있습니다.
윈도우의 로그인 국가설정을 미국으로 바꾸면 사운드도 잘 나옵니다.
헉… 윈도의 국가 설정을 바꿔야 하나요? 그냥 고쳐질 때까지 기다려야겠군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