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미완의 아이팟 킬러, Zii EGG

얼마 전 크리에이티브랩이 미디어 플레이어인 Zii EGG를 공개했습니다. 그 제원만 보면 아이팟 터치를 넘어서는 강력한 제품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듯 한데요. Zii EGG는 일반 버전은 판매하지 않고 개발자 버전만 399달러(32GB 모델)라는 다소 비싼 가격에 판매 중입니다. 그런데 정말 Zii EGG가 아이팟 터치를 이길 수 있을까 궁금해서 개발자 버전을 직접 구매했습니다. (배송비까지 거의 600$ 정도 들었습니다. ㅠ.ㅠ)

Zii EGG는 종이로 만든 하얀 상자에 담겨 도착했습니다. 상판에 양각으로 Zii라고 새겨져 있는데 눈에 잘 안띄더군요. 상자를 열면 위에 바로 Zii EGG가 나타납니다. 사실 개발자 버전이라고 해도 실제 들어 있는 내용물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Zii EGG 1대와 어댑터, 이어폰, USB 케이블, 보증서가 전부더군요. 개발용 도구(SDK)는 해당 제품을 인터넷에 등록한 뒤 다운로드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Zii EGG를 꺼내 앞뒤를 살펴봤습니다. 앞뒤 모두 깔끔합니다. 특히 뒤쪽의 약간 까끌까끌한 재질이 마음에 드네요. 그래도 끈끈함이 없어서 그냥 손에 쥐면 미끈거립니다. 검은 색을 쓴 터라 좀 무거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많이 가볍더군요. 재질 자체는 가벼운 듯 한데, 색깔 때문에 막연히 무겁다는 인상을 줍니다. 네 귀퉁이를 둥글게 깎은 덕에 부드럽게 보이긴 하는데, 갖고 있던 2G아이폰과 비교해보니 거의 판박이네요. 화면은 320×480으로 표시하는 3.5인치 LCD입니다. 화면의 Z 아이콘을 사선으로 그으면 언락이 되면서 아이콘이 나타납니다.

세세히 살펴보면 앞쪽 위에는 스피커가 달려 있습니다. 마치 휴대폰에서 소리를 듣는 수화부처럼 만들어놨더군요. 귀에 대고 듣기는 좋을 듯 한데, 스카이프같은 전화를 쓰는 게 아니라면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이크가 있으니까 스카이프 같은 인터넷 전화를 쓰는 데는 어려움은 없어 보입니다만..

스피커 오른쪽 옆에 전면 카메라가 있습니다. 30만 화소 카메라고요. 화질이 어떤지는 지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뒤쪽에는 HD(720P)로 촬영하는 카메라가 하나 더 있고요. 사진 뿐만 아니라 고화질 동영상도 찍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역시 품질은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이유는 잠시 후에…) 아래쪽에는 미니 USB 단자와 HDTV 케이블 연결 단자, 오디오 단자가 있습니다. Zii EGG 익스플로러를 설치한 뒤 USB 단자만 꽂으면 윈도 탐색기에서 별 어려움 없이 인식됩니다. 원래 개발자 버전에는 HDTV 케이블을 함께 준다고 되어 있었는데, 이 케이블만 배송을 따로 한다더군요. 그래서 TV 출력도 못해본 상황입니다.

전원을 켜고 조금 기다리면 플라즈마 운영체제가 실행되고 위와 같은 아이콘들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더군요. 생각보다 아이콘이 적었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각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보니 역시 모든 기능을 다 쓸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습니다. 원래 기능이 이것이 전부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지만, 상당히 심하게 뺐네요. 특히 앞뒤 카메라 기능과 블루투스도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해결은 되겠지만, 당장은 확인해보기 어려울 듯 하네요

지금 당장 해볼 수 있는 재주라면 인터넷과 사진 뷰어, 음악 재생, 동영상 감상 정도 입니다. 무선 랜을 잡은 뒤 인터넷을 실행해 보니 오페라가 뜹니다. 그다지 느린 느낌은 들지 않고, 글꼴은 마음에 안들지만, 한글도 잘 나오긴 합니다. 3축 센서가 있어 Zii EGG를 세우면 세로모드로, 눕히면 가로 모드로 자동 전환 됩니다. 샘플로 넣어 준 720P MP4 동영상은 모두 잘 재생하더군요. 동영상을 플레이할 때는 자동으로 1080P는 HDTV 케이블이 있어야 볼 수 있는데, 케이블이 없으니 테스트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요. 음악이나 사진도 별다른 문제 없이 재생은 했습니다. 기본 음질만큼은 제법 좋더군요.

테스트가 짧은 이유는 제품 자체의 완성도가 그만큼 짧기 때문(?)입니다. 하드웨어는 다 완성되었다고 해도 현 애플리케이션은 50, 60% 수준이 아닐까 싶더군요. 큰 기능이 빠진 것은 물론이고 세세한 부분들도 전혀 완성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음악 플레이어는 재생을 위한 기능만 있을 뿐 EQ 같은 세부 설정은 빠진 상태고, 동영상 역시 이용자가 설정할 수 있는 옵션이라는 게 없습니다. 전체적인 시스템 설정도 빈약합니다. 심지어 날짜나 시각도 변경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멀티 터치를 제대로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하나도 없다는 게 불편하더군요. 조작감도 썩 좋지 않았고요. 개발자 버전이라 그럴 수 있다고 보지만, 아쉬움이 큽니다.

일단 아이팟 터치 킬러라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아 보입니다만 아직 완성된 버전이라 부를 수 없다는 점, 기능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봐야겠네요. 제대로 된 펌웨어가 나온 뒤에야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듯 하네요.

덧붙임 #

1. Zii EGG의 운영체제는 플라즈마 OS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설치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 기본 운영체제가 아니고요.

2. 개발툴은 모두 리눅스에서만 작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