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 만든 것이라도 그 운을 잘못 타면 실패작이 되기도 하고, 아무리 못 만든 것이라도 절묘한 때와 운이 맞아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요. 그런 의미에서 넷북은 천운을 타고 난 제품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싸고 가볍고 오래가는 제품의 특징을 가졌지만, 그 성장의 이면에는 미국발 경제 위기가 있었음은 물론이니까요. 모든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넷북이 없었다면 올해 여러 PC 업체가 목록에서 지워졌을지도 모르고, 기업이나 일반 이용자들도 투자를 줄인만큼 생산성의 문제를 겪었을 지도 모릅니다. 넷북은 어려운 경제 여건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가면서 이제 완전한 제품군으로 정착을 했지만, 또다른 그늘을 만들고 있습니다.
넷북, PC 업체의 독이 되다
그제 이런 뉴스가 하나 나왔습니다. 디지털데일리의 “판매 늘었지만 수익 떨어지고”…넷북, PC업계에 ‘독’ 이라는 기사지요.
사실 이 기사를 준비하던 기자와 기사를 올리기 며칠 전 통화를 했습니다. 지난 분기 델의 실적이 나왔는데, 판매대수는 늘었는데도 매출까지 줄어든 이유에 대해 몇가지 질문과 답을 주고 받았었지요. 물론 이는 델뿐만 아니라 지금 모든 PC 업체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므로 단순히 델만을 놓고 평가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필자나 기자나 동의하고 있던 이야기였습니다.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2009년 2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6천814만9천 대 입니다. 전년 동기 7천174만1천 대보다 359만2천 대를 덜 출하한 것으로 -5% 정도 역성장한 것이지요. 그런데 PC 부문 상위 5개 기업 중 델만 전년 동기 대비 200만 대 가량 덜 출하한 것으로 나타났고 HP와 에이서, 레노버, 도시바 등 나머지 업체의 제품 출하량은 최소 3.2%~최대34.2%까지 오히려 늘었습니다. 특히 에이서는 넷북을 등에 업고 이 부문 1위 업체로 올라서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 눈에 띕니다.
하지만 문제는 PC 시장 상위 5개 업체가 벌이는 썩 좋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델을 제외하면 전체 출하량은 줄지 않았는데, 매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요. 델은 출하량과 매출 모두 감소한 유일한 케이스였고, HP는 18%, 에이서는 5%의 매출 감소가 나타났습니다. (기사에서는 17% 늘었다고 했지만, 가트너와 IDC 자료에서는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많이 팔았는데, 이익이 줄었다는 소리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넷북은 얼마나 많이 팔리고 있을까요? 엄밀히 따지면 넷북이 대세라고는 해도 여전히 노트북을 더 많이 파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팔리고 있습니다. 디스플레이서치의 지난 분기 노트북 출하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노트북 시장의 매출 가운데 무려 22.2%가 넷북이었고, 노트북은 77.8%였습니다. 다섯 대 중 한 대는 넷북이었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전년 동기 5.6%와 비교하면 무려 4배나 성장한 것입니다.
문제는 넷북의 판매량이 늘수록 업계의 순익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데 고민이 있습니다. 종전 노트북의 판매량과 별도로 넷북이 전체 노트북의 판매량을 늘리는 데 일조했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노트북 시장의 일부를 대체하는 상황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노트북 업체들의 채산성은 점점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아무리 넷북의 제조 원가가 싸다 해도 대당 이익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다, 노트북을 1대 팔아서 남길 이익을 넷북 두 대를 팔아서 남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지요. 더구나 넷북이 원래 주목했던 개발 도상국이 아니라 선진국에서 더 많이 팔리는 이 문제는 이제 가볍게 여길 상황이 아닙니다.
넷북이 PC 시장의 급격한 축소를 막은 데는 큰 역할을 했지만, 이제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매출 구조 개선 위해 울트라씬 도입 서두를 것
인텔은 지난 6월 타이페이 컴퓨텍스에서 울트라씬을 발표하고 이를 시장에 정착시키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울트라씬은 넷북과 노트북의 특징을 골고루 섞은 노트북 범주입니다. 노트북보다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면서 넷북보다 성능은 좋은 얇은 노트북을 일컫는 제품군입니다. 물론 넷북만큼 작지도 않고 노트북만큼 성능이 좋지도 않습니다만, 둘을 적당히 섞어 휴대성과 성능, 작업 편의성을 키운 것이 울트라 씬이지요.
울트라씬은 사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은 아닙니다. 맥북 에어나 소니 바이오 Z, TT 시리즈, 레노버 씽크패드 X301, 삼성 X360, 델 아다모 등 이미 이런 형태의 노트북들은 많이 나왔습니다. 모두 초박형에 날렵하게 생겼지만 울트라씬 제품군의 발표 이전에 나왔던 이 제품의 가격들은 150~300만 원대에 이릅니다. 이 가격대로는 대중화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인텔은 울트라씬에 맞는 저전력 프로세서 플랫폼의 다양화를 컴퓨텍스에서 밝힙니다. 셀러론과 펜티엄, 코어2솔로, 코어2듀오 등 현재 노트북에 들어가는 프로세서 중 일부에 저전력(ULV) 기능을 강화해 울트라씬 용으로 내놓는 것이지요. 값싼 셀러론부터 비싼 코어2듀오까지 적용가능한 프로세서군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과 더불어 넷북의 취약한 그래픽 기능을 강화한 칩셋을 묶음으로써 넷북과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도록 만들려는 것입니다.
인텔이 주장하는 울트라씬의 가격 범위는 499~1299달러(63~163만 원)입니다. 목표 가격 299달러 안팎의 넷북과 비교해 적게는 200달러, 많으면 1,000달러의 차이를 보입니다. 이렇게 다른 가격차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부품 원가도 다르다는 이야기인데, 넷북에 들어가는 아톰에 비하면 가격 차이는 훨씬 큽니다. 넷북이나 울트라씬이나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도록 만들지만, 결국 업계가 나눠 가질 수 있는 돈의 액수가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하겠지요.
때문에 업계에서는 울트라씬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시작할 것입니다. 언제나 한발 늦는 우리나라 시장과 달리 외국에서는 울트라씬 제품들, 특히 넷북과 200~300달러 정도 다른 가격의 울트라씬이 델과 에이서, MSI 등에서 출시된 상태입니다. 넷북과 가격 차이를 최소로 줄이면서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이 급선무인 상황입니다. 넷북으로 쏠리는 관심의 차단이 울트라씬의 목표인 것이지요.
하지만 울트라씬의 걸림돌은 매우 많습니다. 낮아진 넷북 가격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발, 점점 더 좋아지는 넷북의 능력, 너무 많은 프로세서 군으로 인해 소비자가 성능 혼란을 느낄 수 있는 점 등입니다. 그래도 업계는 울트라씬을 서서히 밀어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경기 침체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닌 상황이지만, 지난 해보다 작아진 시장 규모에서 넷북은 PC 업체의 침체를 유지시키는 위험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같은 매출 구조를 개선하고 싶은 것이 노트북 업계의 고민거리이고 이를 탈출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울트라씬입니다.
아마 가을 이후에는 울트라씬에 대한 대대적인 마케팅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조금 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언제나 한발 늦게 시작하는 시장이거든요. ^^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넵. 배리본즈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솔직히 PC 업체들이 주주들을 위해, 주가를 위해 ‘불경기 PC 판매 자구책’으로 넷북을 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시장의 파이를 줄여버리는 모순에 빠진 게 아닐까요. 그 값싼 가격에 눈이 동그래졌던 사람들에게 이제 값비싼 노트북은 외면이나 받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MS나 인텔 진영에서는 그 때문에 넷북 시장이 어서 수그러들기만을 바라지만, 글쎄요….^^
사실 기존 노트북은 사용시간 때문에 진정한 mobile computer로서는 한계에 있었죠.
그리고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노트북 한 개 사는 것보다는 적당한 넷북 하나에 데스크탑 컴터 한 개 사는게 더 효용가치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넷북은 컴터 시장 재편의 시발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에이서 3180은 가격 성능 면에서 아주 매력적인 듯. 안정성과 AS만 확실하다면 현재까지 나온 가장 이상적인 노트북인 듯 합니다.
맞습니다. 자기함정에 걸려들기 일보 직전인 상황인게지요. 물론 값비싼 노트북은 외면을 받을 겁니다. 전체적인 가격하락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단지 스타일과 독창성을 무기로 오히려 가격을 올리는 부류도 나타나겠지요. 어떻게 보면 자동차 시장이랑 다를 게 하나 없습니다. ^^
나쁘게 말하자면, 이전의 노트북은 아주 제대로 뽕을 뽑아내고 있었다는 이야기군요.
이윤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에게 있어서 당연한 거지만, 구매자 입장에서는 썩 유쾌한 일은 아니죠.
넷북이라는 개념도 애매모호해지더니, 결국에는 노트북의 자리를 꿰차게 되는군요
아.. 이전에 뽕을 뽑아낸 상황은 아니고요. 지금은 미세 공정이나 제조 기술이 좋아진터라 노트북의 제조 단가도 점점 내려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마 내년도에는 가격 경쟁이 더 심화될 거에요~ ^^
멋진 글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오~
이제는 울트라씬이군요~
넵~ 울트라맨이 아닌 울트라씬~ ^^
수요가 공급을 부르는건데
무조건 채산성 때문에 울트라씬 내놓는다고
넷북 수요자가 울트라씬으로 옮겨갈지…
그리고 이미 넷북이 그만큼 팔렸는데
또 울트라씬을 소화할 수요가 많은지…
두고볼일이네요 ㅎ
사실 넷북도 처음에는 없는 수요를 이끌어냈다고 봐야겠지요. 울트라씬도 그러한 수요를 이끌어낼지는.. 잘 모르겠네요. ^^
넷북만 해도 대단한 발상이었는데
이젠 울트라로… 역시 과학기술은 절 기다려
주지않는군요. 털썩.ㅋ
그러게요. 아.. 정말 빠른 세상입니다~ ^^
저같은 사람한테는 딱 적합한 모델인 것 같습니다. 적당히 쓸만한 적당한 가격의 적당한 노트북!ㅋㅋ
이제 된장남으로 다시 태어나는 건가요? ^^
유용한 정보 잘 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뭔가 옵션을 자꾸 만들고, 새로 나오는 옵션의 장점을 부각하니….
당연히 그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
문득 속고 있는 기분도 들긴 합니다만 ㅋ
기대 되는건 어쩔 수 없네요.
사실 노트북 들고다니면 무게 때문에 고생이고,
넷북을 사자니 성능이 너무 안좋다고 하고, 작아 그런거지만 자판도 불편해보이고..
답은 에어같은 크면서 무게를 줄이는 것일텐데…
가격이 …. ㅡㅡ;;
노트북을 사려면 좀 더 있어야겠군요~
원래 세상은 속고 속이면서 사는 게 아닐까 싶어요.
노트북은 내년을 기약하는 게 답일 겁니다. ^^
컴퓨터를 잘 몰라서…
이런 정보라도 조금씩 취해야겠어요 ㅎㅎ
원래 조금씩이 무서운거죠. 야금야금 알다가 어느새 전문가로 거듭나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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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보감사합니다^^
살짝 트랙백 걸고 갑니다.
헛~ 일단은 놔두겠습니다. ^^
급한 마무리;; 뭐 그래서 지금 울트라씬 노트북을 알아보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13인치대 모니터 크기에 얇고 가볍고 적당한 사양.. 가격은 한 80만원대로~추천 좀 해주세요..ㅎㅎ 관련글보기 2009/07/24 – [어줍짢은웹툰/웹툰속 PC세상] – [웹툰] 강자이너, 컴퓨터를 사다(1) 2009/07/30 – [어줍짢은웹툰/웹툰속 PC세상] – [웹툰] 강자이너, 컴퓨터를 사다(2) 2009/08/04 – [어줍짢은웹툰/웹툰속 PC세상] – [웹..
결론은 인텔하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무서운 인텔…정말 우주선을 주웠을 지도. ^^;;
넷북 정말 많이 성장했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인텔하기 나름이죠. ^^
근데 우주선을 주운게 아니라 그 자체가 우주선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