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 달쯤 전이었을까? 홍대 부근 횟집에서 여러 지인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던 중 용산을 안주 삼아 이야기를 주고 받은 적이 있다.
“지금 용산이 말이 아니야.”
“분위기 정말 뒤숭숭하다니까.”
“한마디로 시한 폭탄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어?”
“여름 지나고 어떤 모습일지 정말 궁금하기는 해.”
용산 전자상가가 늘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근근히 명줄을 이어오기는 했는데, 이제는 진짜 한계에 이른 모양이다. 여름 휴가 다녀오면 문 열지 않을 곳 여럿 생길까봐 전전긍긍하는 이야기는 그나마 낫다. 남 잘 되라고 응원은 못해 줄 망정 언제나 쓰러졌다는 소리가 들릴까 귀를 쫑긋 세워 수집한 온갖 이야기들이 널부러진 횟 조각 위로 쏟아져 내린다. 거참. 무슨 회가 그런지… 씹히는 맛도 모른 채 젓가락만 분주히 움직인다.
2. 며칠 전 만난 어느 지인과 강남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옥탑 바(?)에서 맥주 하나 시켜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또 다시 용산이 안주거리로 테이블 위에 올랐다.
“요즘 밀린 술 값 받는다고 룸 삼촌들이 용산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 하더라고.”
이 무슨 코미디냐 하겠지만, 현실이 그렇단다. 이야기인 즉, 룸 단골 업체가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술값 받아내려 용산의 그 업체부터 들렀다 간다는 것이다. 그래, 출근 도장 찍어서라도 술값 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 헌데 아마도 그 돈 받기는 쉽지 않을 게다. 단골 고객으로 모시던 업체가 문을 닫았다는데 술값 변제할 정신이 남아 있을 리 없으니 말이다. 물론 전국 형님 연합회 앞으로 지명수배 걸어놓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그나저나 룸을 들락날락할 정도의 업체였다니 그래도 규모는 적지 않았을 텐데, 걱정이다.
3. 용산. 그래도 기억을 가진 이들이 많다. 좋든 나쁘든. 용산을 통해서 PC나 휴대폰, 그밖의 혼수 제품을 샀던 이들이 있을 것이고, 아직 용산을 찾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을 갖는 이들이 늘지는 않을 것이다. 줄면 줄었지.
토요일만 되면 어느 전자 상가나 할 것없이 북새통을 이루던, 물건이 없어 못팔던 용산의 전성기는 이미 지난지 오래다. 어느 덧 최대 전자 제품 유통 단지라는 화려한 수식어는 온데간데 없고, 위기의 용산이라는 꼬리표만이 차압 딱지 마냥 여기저기 붙어 있는 듯 하다. 값과 유통력은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에서 밀리고, 소위 ‘용팔이’이라고 비하되는 상인들의 저하된 신뢰는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예전이야 용산에서 발품만 팔면 좀더 싸게 살 수 있었던 매력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마우스 버튼을 누르는 손가락이 그 매력을 대신하고 있다. 용산에 가면 볼 수 있던 다양한 물건 역시 인터넷과 TV 안으로 들어와 있다.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다. 여기에 용산은 대응하지 못했다. 어느 매장에 가더라도 똑같은 물건, 똑같은 값. 인터넷보다 친절한 것도 아니다. 장사가 될까? 물건이라도 좀 팔아서 돈이라도 만져야 밥값은 고사하고 받아온 물건 값이라도 댈텐데 말이다. “으휴… 매출만 일어나지 남는 장사를 해 본 기억이 없어”. 용산에서 15년 넘게 터를 잡고 일하고 있는 지인의 한숨은 그래서 크게 들린다.
알만한 소비자라면 가야할 이유도 목적도 없는, 말그대로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이제는 그마저도 불안해 ‘위험하다’는 경고등이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현금이 아닌 여신 거래의 관행으로 한 곳이 무너지면 도산의 도미노로 이어질 것이 불보듯 뻔한, 그 취약성으로 인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 되어 버린 용산. 용산의 여름은 그래서 더욱 덥기만 한 듯 싶다.
저도 용산 안 간지 진짜 오래됐네요…… 가더라도 전자랜드에 있는 애플 수리 센터만 갔었지요….
아이파크몰이었나 거긴 깨끗하긴 한데….. 터미널 상가와 다름 없는 호객행위에 진저리가 나더라구요…..
“학생~ 가격이나 알아보고 가요~” ….. 나 학생 아닌데 ㅠㅠ
뭘 그렇게 물어 보라는지…. 내가 무슨 개도 아니고 왈왈 ㅠㅠ
용산은 이제 CGV가 아니면 가보지는 않을 것 같네요……
‘아이파크몰 망신은 디지털 매장이 시킨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곧 정리되겠죠. 아이파크몰에서도 그 매장들은 애물단지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나마 아이파크몰은 기차역사를 겸하다보니 다른 용산 상가보다는 좀 나으리라 봅니다. ^^
후우.. 나도 어느 전자상가에서 물건을 사느라 일주일이 걸렸는데
요즘은 인터넷이 더 빠르니까
그 말에 공감 1천 배~
얼마전에(eee 사러갔다가) 보니 꽤 많은 숫자의 외국인들이 다녀가더군요… 제 생각이지만 용산이 이런 국제적 시장으로서 발돋움할 수만 있다면, 살아남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힘들겠지만요
(전 용산이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전 디지털 시대에 살지만, 물건살때는 꼭 현실세계에 가서 사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뭐… 우리나라 사람이 동경 방문하면 아키하바라 가는 것과 다를 바는 없을 겁니다. 다만 이들 같은 뜨내기들에게 바가지나 씌우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답니다. ^^
저도 정말 필요한 것은 동네 하이마트에 가서 삽니다. -.ㅡㅋ
그래도 용산이 있어야…이래저래 전자제품 가격도 싸게 유지되고 할텐데요…
요즘 용산에 아는 분들 이야기 들으면 정말 위태위태 합니다.
그렇죠. 용산의 순기능은 저가격 형성과 이를 통한 시장 견제인데, 지금은 이게 독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위태로움을 빨리 벗어나기를…
다나와 통해서 하드웨어 싸게 구하는 맛이 있는데 아쉽네요… 사라지면 안돼. 조만간 CPU 업글할거란 말야. ㅠ
그냥 집에서 앉아서 사세요. ㅋㅋㅋ 아참.. 다다음주에 시간 있으신가요? ^^
어차피 백수이고 방학 중이라 시간은 많아요. ㅋ
8월 둘째주라면 금~일 뺴고는 언제든 괜찮습니다.
메일 드리지요~ ^^
저도 이전에 아는 업체를 찾아 갔다가, 가격이 온라인 보다 비싸서 그냥 돌아 왔던 적이 있습니다.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용팔이라는 닉네임에 대한 인식은 깨졌으면 하네요.
저도 용산에 아는 업체가 있는데, 가서 원가 물어보고 몇천 원 더 주고 사옵니다. 그래도 몇푼은 남겨야 장사라 할 수 있잖아요. ^^
저도 용팔이라는 닉네임이 사라져야 한다고 여긴답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죠?
일본의 아키하바라가 오타쿠의 천국으로 변한 것도 전자제품 유통방식이 바뀐 덕분일텐데요… 우리로 따지자면 하이마트 같은 대규모 전자제품 매장이 전국 각지에 생겨서 전자제품 매장이 문을 닫고 대신 그쪽 관련 매장들이 자리를 잡은 것이라는데요…
하지만 패키지 시장이 폭삭 망한 우리나라에서 그런 식으로 바뀔 것 같진 않고, 역시 외국인이 많이 모이고 좋든 싫든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는 걸 활용해서 역시 국제적인 상가로 변모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역시 용팔이 이미지부터 개선해야겠네요… 적어도 한국의 지인에게 ‘용산? 바가지 씌우고 사기쳐먹는 동네?’라는 소리는 듣지 않아야 할테니까요… (그래도 다나와같은 가격비교사이트 덕분에 바가지는 거의 자취를 감춘 것 같던데요… 다만 호객행위가 여전하다는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뭐.. 일본이야 어딜가더라도 대형 마트가 엇비슷한 가격에 파는 데다 실물을 만져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니 종전의 영업 방식으로는 경영하기 어려웠겠지요. 잘 바뀐 듯 보입니다.
용산은 그 나이에 비하면 너무 마니아성이 너무 없는 게 문제긴 합니다. 하기야 하루벌어 하루먹기 급한데 희귀함, 희소성으로 승부하는 마니아들을 상대할 겨를이 있기나 할런지… 자국 상품이 너무 적어 국제적인 상가가 되기에도 어려움이 많답니다. -.ㅡㅋ
다른건 다 그렇다 쳐도 용산은 거의 ‘상징’인데 망하면 안되죠.. 요즘 불경기라서 가젯들 살려는 사람도 줄고있어서 그런가? 그레도 무슨 변화가 없으면 용산이 위험하죠 .그래서 칫솔님,딱 한번만 용산 에서 가젯을 사고 팁 9999만원+1만원 정도를 주는거는 어떤가요? ‘용팔이’ 가 많고 적고를 떠나서 용산은 살아야… ( 농담인건 아시죠? ^^) 어쩻든 용산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싸긴 하던데…
저 아직 로또 당첨 안됐거든요. 물론 당첨 됐다고 해도.. 용산에 팁줄일은 없겠지만요. ^^
이 가짜 늑돌이 다시 등장이군요. 그동안 뭐하고 지내셨나.
근데 국제적인 상가가 되면은 호객행위가 줄어들까요? Hey student ,look at the prices! we shall sell this to you with ba ga ji 가 용산에서 울려퍼지지만 않으면 좋겠네요… ^^ (영어좀 끄적여 봤음 ㅋㅋ)
국제적으로 내놓고 팔만한 게 없는 데 국제적 상가가 되겠어요? ^^
이 역시 가짜. -_-
저도 되도록이면 오프로 구입하는걸 좋아하는데 망하면 안되죠…근데 바뀌기엔 너무 늦은 듯하기도 하구요..
늦었다고 생각해도 돌파구는 있답니다. 여름이 지나고 그 돌파구를 찾아냈기를 바라야죠. ^^
전 용산하면 용팔이 생각에 짜증이 납니다.
저는 싸게 사는것보다 사는 과정이 즐거워야 하는데 말이죠.
망해간다니.. 이런 이미지 벗기가 쉽지 않나봐요.
망해서 사라진다기보다는 이제 정리를 할 때가 된 것이겠죠. 그나저나 용팔이 이미지 벗기가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나쁜 의미의 용팔이는 마치 욕실 타일의 찌든 때 같아서 왠만한 노력으로는 씻어 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