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장거리 출장이 좀 잦은 터라 비행기에서 쓸만한 노이즈 캔슬링을 갖춘 헤드폰을 수소문한 끝에 여러 지인들로부터 젠하이저 MM550을 추천 받아 하나 장만했습니다. 입이 ‘뜨억’ 벌어지는 가격이었지만, 착용감이나 음질 등 여러 면에서 괜찮다는 의견이 있었고, 더구나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을 나기 위한 방한용(?)으로도 쓸만 할 듯 싶어서 이 모델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라스베가스에 출장을 다녀오는 비행기에서 실험해 봤습니다.
제 기능한 노이즈 가드
노이즈 캔슬링이 들어갔다고 모든 소음이 차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노이즈 캔슬링을 쓰지 않을 때보다 소음은 조금 감소하지만 아예 안들리는 것은 아니거든요. 노이즈 캔슬링은 주변의 강한 소음 사이에서도 소리를 들리게 하는 기능이라고 보는 것이 더 바람직할 텐데, 젠하이저 MM550은 노이즈 가드라는 이름으로 들어 있습니다. 노이즈 가드를 끈 채로 음악을 들으면 엔진 소음 사이로 바로 음악 소리가 뭍혀 버려서 알아 듣기가 어렵습니다. 노이즈 가드를 작동한 채 음악을 들어보니 비행기 엔진 소음은 마치 강풍으로 작동하는 선풍기 바람 소리 정도로 약해지고 음악이 더 또렷하게 들리더군요. 노이즈 가드 기능은 만족이었습니다.
진동 노이즈는 막을 방법 없나?
노이즈 가드는 만족스러운데, 좀 엉뚱한 데서 문제가 나타나더군요. MM550을 쓰고 똑바로 앉아서 들을 때는 별 이상이 없는데, MM550이 시트쪽에 닫기만 하면 노이즈 가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 하더군요. 좌석으로 전해지는 비행기의 진동 때문에 노이즈 가드 기능이 방해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진동의 파동 대로 MM550에서 소리가 들리더군요. 이 때문에 잠을 자다가 여러 번 깼습니다. ㅜ.ㅜ
장거리 비행에서 배터리 다소 짧아
라스베가스로 가는 직항을 타지 못해 갈 때는 시애틀까지, 돌아올 때는 LA에서 출발했는데, 갈 때는 대략 작동 시간이 맞은 데 비해 올 때는 작동 시간이 맞지 않더군요. MM550의 작동 시간은 대략 10시간 정도로 표시되었는데, 실제로 해보니 9시간 남짓인 듯 싶었습니다. LA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만 작동했는데 도착할 때까지 견디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음악을 들을 때만 노이즈 가드를 작동시켰으면 좀더 오래 갈텐데, 계속 작동한 상태로 둔 것이 이유였을 겁니다. 덕분에 비행기 엔진 소음이 조금 낮게 들려서 좋기는 합니다만, 장거리 비행일 때는 충전을 위한 USB 케이블을 따로 챙기는 게 좋을 듯 하네요.
유선에서는 제 기능 발휘 못해
MM550은 블루투스를 이용한 무선, 케이블을 이용한 유선 모두 연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선과 유선의 품질이나 성능 편차가 심하더군요. 유선에서는 소스 장치의 특성에 따라 전체적인 성능도 달라집니다. 출력이 약한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장치에서 유선으로 들으면 소리에 힘이 없지만, 출력이 강한 장치에서 들으면 상대적으로 깨끗하게 들립니다. 모바일 장치에서 들을 때는 반드시 블루투스로 듣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MM550 자체적으로 출력을 증폭하니까요. 다만 역시 배터리가 관건이므로 케이블은 보조로 챙겨다니는 게 좋을 듯.
공기가 안 통하는 것 같아
겨울 대비용으로 사기는 했지만, 이제 슬슬 따뜻한 날이 오니 조금 걱정이 되긴 합니다. 더운 날 쓰기는 좀 애매하니까요. 조금 쌀쌀한 비행기에서도 이걸 쓰고 10분 쯤 지나면 귀가 후끈해지더군요. 그런데 그냥 후끈해지는 것보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아서 느끼는 답답함이 좀더 컸던 것 같습니다. 차폐가 잘 되는 점은 좋은 반면 신선한 공기가 통하지 않아 답답할 수 있으니 이를 참고하심이 좋을 듯 합니다.
덧붙임 #
1. 블루투스 기능과 전반적인 편의성은 만족합니다. 특히 헤드폰을 벗지 않고 외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능도 좋더군요.
2. 노파심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유선으로 모바일 장치와 연결해 들으면 음압이나 음질이 기대 이하로 나타납니다. 제대로 들으려면 블루투스로 연결하는 것을 권합니다.
3. 소스 장치의 출력이 충분할 때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음색은 깔끔한 반면, 특정 영역을 강조하지 않기 때문에 청취자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블루투스 규격이 나왔을때 고음질을 원하는 이들은 이 기술을 사용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무선이 편하다 하더라도 하이엔드 오디오를 사랑하는 이들이 손실 압축된 음원을 디지털로 듣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MP3 등 손실 압축 음원이 대중화되고 다양한 모바일 기기의 보급은 그런 생각도 조금씩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블루투스 기반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하이엔드급 헤드폰과 이어폰도 나온 상태죠. 오늘은 그 가운데 하..
젠하이저 헤드폰 MM550 에 대한 청음 후기입니다. 제것이 아니고 빌려서 하루이틀 정도 테스트해본 것이라 간단히 소감위주로 적어보려 합니다. 간략한 제품 소개 이 MM550 제품은 젠하이저가 무선에 특화한 아웃도어용 헤드폰으로 내놓는 ‘트래블 (Travel)’ 시리즈 중 최상위 모델입니다. 그만큼 가격도 꽤 나가는 녀석이죠. 현재 인터넷 쇼핑몰 최저가가 대략 56만원 정도인 녀석입니다. 간단한 기능과 스펙은 아래와 같습니다. – 유형 : 다이내믹,..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