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 없는 모바일 AP 전쟁 벌어진 CES2013

이번 CES가 전통적인 IT 기업의 불참으로 김이 샐 것이라던 예상했지만, 의외의 기업들이 기분좋게 깨버렸다. 변화가 필요했던 CES에 새로운 활기를 찾아준 것은 퀄컴, 삼성, 엔비디아 같은 모바일 기업들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모두 CES에서 차세대 모바일 AP를 공개하면서 고성능 스마트폰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3사의 모바일 AP 요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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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먼저 AP를 공개한 것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CES 개막 이틀 전 기자 간담회를 통해 테그라 4를 전격 공개했다. 테그라4는 코어텍스 A15로 아키텍처를 바꾼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단순히 처리 구조만 바꾼 것이 아니라 GPU 부분을 강화하고 음성과 데이터를 쓸 수 있는 LTE 칩셋(아이세라 i500)까지 준비했다. 더불어 실시간 HDR을 적용해 사진 처리 기능을 강화한 컴퓨테이셔널 포토그라피 엔진을 넣어 프로세서의 활용도를 높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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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를 이어 퀄컴이 차세대 스냅드래곤 라인업을 공개했다.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CES 기조 연설에 나선 퀄컴은 스냅드래곤 800과 스냅드래곤 600 시리즈를 발표했고 스냅드래곤 800에 새로운 프래그십이라는 의미를 부여, 앞으로 보게 될 최신 기능을 모두 통합했다. 스냅드래곤 800은 차세대 LTE 어드밴스트 모뎀과 이제부터 보급을 시작하게 될 802.11ac 무선 랜 표준, 그리고 TV 방송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인 4K 인코딩은 물론 재생까지 할 수있는 모바일 AP다. 올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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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 모바일 칩셋 전쟁의 방점을 찍은 것이 삼성이다. CES 2013의 이틀 째 기조 연설에 나선 삼성에서 발표한 것은 엑시노스 5 옥타. 코어텍스 A15 기반 코어 4개와 A7 기반 코어 4개를 탑재해 모두 8개의 코어를 담아낸 AP다. ARM의 빅리틀(bigLITTLE)을 구현하고 다중 작업에서 빠른 처리 성능을 보여준 것은 인상적이었지만, 자세한 정보는 모뎀을 비롯한 그 밖의 기능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고성능이지만 저전력에 초점

지난 해 고성능 스마트폰에 주로 쓰였던 모바일 AP는 저전력보다 성능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지난 해 초반부터 코어의 수를 4개까지 늘리는 AP의 출현으로 1년 내내 쿼드코어 AP간 경쟁이 벌어진 덕분에 고성능 스마트폰은 이제 이유를 불문하고 쿼드코어여야 한다는 인식이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상황이다. 문제는 쿼드코어의 구현이 아니라 더 좋은 성능을 가졌으면서 배터리 효율성이 좋은 AP를 내놓는 것이다. 이번 CES 2013에서 공개된 모바일 AP는 지난 해와 확실히 달라진 방향성은 고성능에 저전력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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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번에 공개된 AP들은 모두 최신 아키텍처를 반영했다. 엔비디아의 테그라4와 삼성 엑시노스 5 옥타는 Cortex A15를, 퀄컴은 크레잇(Krait) 400 아키텍처로 바꿨다. 아직 크레잇 400에 대한 성능 평가는 나온 적은 없지만, 앞서 나온 종전 크레잇을 쓴 스냅드래곤 S4 AP에 비해 40% 더 나을 것이라는 예상치가 돌고 있고, 코어텍스 A15도 이전 종전 코어텍스 A9에 비해 동일 클럭에서 성능은 70% 정도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성능이 올라가는 것은 반가운 일인데, 그럼에도 저전력 문제가 함께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번에 발표한 모바일 AP들은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동반하고 있다. 일단 퀄컴은  비동기식 멀티 코어를 구현했다. 각 코어가 작업 상황에 따라 클럭을 따로 조정하면서 전력의 소모를 줄이는 방법을 지금 쓰고 있는데, 이는 새로운 AP에서도 크게 변함이 없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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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테그라3에서 선보인 4+1 형태의 비동기식 기술을 테그라4에도 적용했다. 이는 엄밀히 따지면 완전한 비동기식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동기식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테그라 3의 4+1 방식은 고성능의 메인 코어보다 낮은 500MHz의 저전력 컴패니언 코어를 하나 더 붙여 작업량에 따라 코어를 선택적으로 쓰도록 했다. 컴패니언 코어 역시 코어텍스 A9이었다. 이 방식을 그대로 쓴다고 가정하면 테그라4는 모두 5개의 코어텍스 A15 코어를 갖고 있고 그 중 하나가 저전력의 컴패니언 코어라는 뜻이 된다. 저전력 코어는 휴대폰 전원을 껐을 때 백그라운드 작업이나 아주 가벼운 동영상을 볼 때 이용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삼성의 엑시노스5 옥타에 적용된 빅리틀은 엔비디아의 4+1과 비슷하다. 다만 같은 아키텍처를 하나 더 붙인 테그라와 다은 점은 엑시노트 5 옥타는 2개의 서로 다른 아키텍처를 가진 코어를 각각 4개씩 붙였다는 것이다. 엑시노스 5 옥타는 코어텍스 A15 기반 코어 4개와 A7 기반 코어 4개가 각각 1대 1로 매칭되어 있고 각 코어가 비동기식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A7 코어가 작동할 때는 A15 코어가 꺼지고, A15 코어가 작동할 때 A7 코어를 끈다. 일단 동시에 서로 다른 아키텍처의 코어가 작동하지 않도록 해 놓은 상태다.  즉 A7 코어들이 모두 켜져 있으면 A15 코어는 작동을 하지 않고, 반대로 A15 코어가 모두 켜져 있으면 A7 코어는 작동하지 않는다. A7 코어는 동영상 같은 저전력을 소모하는 작업에 쓰이는 반면, A15는 실시간 인코딩이 필요한 작업에서 작동하므로 상황에 따라 코어의 전환과 클럭을 조정하면서 전력 소모를 줄이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래서 제품은 언제쯤?

이번에 공개된 모바일 AP의 처리 성능과 낮은 전력 소모량은 이미 지난 해에 나온 쿼드코어 AP를 뛰어 넘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단순히 AP의 처리 성능만 높인 게 아니라 더 빠른 메모리를 쓸 수 있도록 바꾼 데다, 세 모바일 AP를 발표할 때 보았듯이 모두 그래픽 성능과 품질을 상당히 강화한 상황이라 스마트폰에서 즐기는 게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도 분명하다.

이처럼 기대치를 한껏 높인 모바일 AP를 발표한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문제는 이 AP를 탑재한 스마트폰과 태블릿 같은 장치의 출시 시기다. 쿼드코어의 선점 효과는 떨어지지만 최신 아키텍처의 AP를 탑재한 단말기를 통해서 얻는 부가적인 효과를 놓칠 수는 없는 상황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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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휴대 게임기, 쉴드

지난 해에는 제법 이른 시기에 시제품을 선보여 쿼드코어 시장을 이끈 테그라3와 달리 테그라4는 어떤 업체가 관련 제품을 내놓을 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여러 제조사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일단 엔비디아의 휴대용 콘솔인 ‘쉴드’의 출시를 더 기대하는 눈치다. 엑시노스 5 옥타는 상반기 중에 발표할 차기 갤럭시 S 제품군에 탑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통신 모듈의 문제만 없다면 그보다 앞서 갤럭시 노트 10.1이나 갤럭시탭의 후속 제품군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퀄컴은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기조연설에서 밝혔으므로 관련 제품을 보기까지는 좀더 오래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지 퀄컴의 예상치 못한 행보로 인해 어수선한 제조사들의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차세대 제품군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시간적으로 불리한 것은 퀄컴이다. 엔비디아나 삼성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연초에 퀄컴 AP가 없다는 것은 의외로 타격이 있다. 물론 엔비디아와 삼성이 초반 AP 전쟁의 분위기를 완전히 압도해 버린 상황만 아니라면 하반기 퀄컴의 반격도 만만치 않게 전개될 수는 있다. 단지 단말 제조사 입장에서는 초반 차세대 AP 흐름에서 벗어날 경우 받게 될 이미지의 손해가 너무 큰 탓에 마냥 기다려줄 수 없는 문제다. 어쨌거나 동시에 차세대 AP 3개가 공개된 까닭에 벌써 이를 채용한 제품의 기대치를 높여 놓은 것뿐만 아니라 향후 고성능 프리미엄 폰의 방향성을 제시한 만큼 올해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됐다.

덧붙임 #

ARM의 CEO 워런 이스트(Warren East)가 삼성의 CES 2013 기조 연설에 나선 이유는 삼성만 유일하게 ARM의 기술을 모두 넣은 AP를 내놓은 때문일 것이다. 코어텍스 A15와 코어텍스 A7을 결합한 빅리틀 구조와 차세대 말리(Mali) GPU까지 고스란히 담은 AP는 엑시노스 5 옥타가 유일하다. 엔비디아 테그라4는 코어텍스 A15 아키텍처를 썼지만 자체 그래픽 코어를, 퀄컴은 기본 ARM 아키텍처를 변형한 크레잇(Krait) 아키텍처와 아드레노 GPU를 쓰고 있다.

* 아난드테크에 따르면 엑시노스 5 옥타는 말리 대신 PowerVR SGX544MP3를 넣었다고 한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4 Comments

  1. 2013년 1월 13일
    Reply

    SMP에서 AMP(Asymmetric MP)로 추세가 변경되는 기분인데..
    전원이 문제가 되는 노트북 x86 에도 적용이 될지 궁금하긴 하네요.
    머.. gpu쪽은 HD4000/3000과 함께 이미 이러한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으니
    인텔에서도 조만간 모바일용을 이렇게 출시하려나요?

    • 칫솔
      2013년 1월 13일
      Reply

      AMP로 가는 게 아니라 여전히 SMP입니다. vSMP, aSMP 같은 가변형으로 변형되었을 뿐이지요.

  2. Siwon
    2013년 1월 17일
    Reply

    음… 뭐 옥토코어다 뭐다 하는데 솔직히 보기에는 듀얼 쿼드코어 라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아직 코어수는 4개나 그이상이나 별반 달라질것이 없을듯싶어요…

    • 칫솔
      2013년 1월 20일
      Reply

      동일 아키텍처의 코어가 8개가 아니다보니 참 애매하긴 하군요. 엔비디아는 그나마 4+1이라고 하니까 혼란이 없기는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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