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와 HD DVD, 고화질 디지털 영상과 게임, 5.1 또는 7.1의 멀티 채널 디지털 오디오, 초고속 인터넷과 결합하는 유무선 네트워크. XBOX 360(이하 삼돌이)이나 PS 3(플삼) 같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차세대 게임기에 대한 설명은 이제 두 번 세 번 반복하지 않아도 알만한 이들은 다 압니다. 하드웨어의 기술력을 포기한 대신 이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의 변화로 차세대 게임기 시장에서 만만치 않은 위력을 발휘하는 위(Wii)까지 가세해 1라운드를 치른 차세대 게임 시장을 결산하느라 바쁘게 보낸 이들도 많았습니다. 대체적으로 위에 대한 긍정적인 눈길과 플삼에 대한 어두운 전망, 삼돌이의 밝은 미래에 대한 평가로 2006년의 해는 저문 것 같습니다.
2007년의 나흘이 지난 지금 세 게임기를 또 분석하거나 비교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 이야기는 이미 충분하니까요. 대신 세 게임기의 공통점 하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차세대 게임기를 통한 고전 게임 서비스 말입니다. (위를 빼고) 땀구멍까지도 볼 수 있다는 삼돌이나 플삼이에서 50원, 100원 짜리를 넣어가면서 즐긴 오락실 고전 게임이나 구형 콘솔 게임기들의 고전 게임을 한다는 게 탐탁치 않아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차세대 게임기에서 고전 게임을 즐긴다는 게 모순이랄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반길만한 얘기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재미는 몰라도 그래픽이나 사운드 퀄리티는 분명 차세대 게임기에 어울리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를 알면서도 MS나 SCE, 닌텐도가 지금 고전 게임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고전 게임의 향수를 느끼려는 게이머를 위한 준비라고 말을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보면 각 게임기에 맞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이끄는 첨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에뮬레이터에서 공짜로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 고전 게임이 차세대 게임기 사업에서는 꽤나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다는 것이 흥미롭게 보입니다.
차세대 게임기마다 고전 게임을 서비스하는 입장과 전략이 조금씩 다릅니다. 먼저 삼돌이를 볼까요. 삼돌이는 XBOX 라이브의 마켓 플레이스를 통해 고전 게임을 판매 중입니다. 갤러그나 루미네스, 팩맨, 혼두라가 서비스되고 있고 개당 5천원, 비싼 것은 1만원에 팝니다. 물론 삼돌이 용으로 네트워크나 온라인 플레이가 더해졌고 배경 화면을 꾸민 점 등은 조금 다릅니다. 그런데 마켓 플레이스에서 살 수 있는 다른 미디어 컨텐츠는 거의 없습니다. 고전 게임이 없다면 마켓 플레이스를 통한 수입을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몇몇 게임 아이템을 살 수는 있지만, MS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고전 게임에 비해 다운로드 비율이 높지 않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MS가 2007년 상반기 안으로 삼돌이를 기반으로 하는 IPTV를 시작하기 전까지 당분간 고전 게임으로 버텨야 한다는 겁니다. 2007년이 밝았으니 조금만 더 버티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마켓 플레이스의 고전 게임 서비스에는 약간의 원칙이 있습니다. 지금은 반다이-남코나 코나미의 과거 대작이 공급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독립 게임 개발사들의 고전 게임 위주로 서비스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재미가 있는 게임을 찾아내 공급하는 것이지요. 고전 대작의 판권료에 대한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도입니다. 10~20년이 지난 고전 게임이라도 판권을 쥔 개발사 또는 유통사에게 거저 달라는 비즈니스는 안먹히는 상황에다가, 마켓 플레이스의 컨텐츠가 다양해지면 상대적으로 줄어들 고전 게임의 역할과 비중에 맞춰 비즈니스의 방향도 변화한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XBOX 마켓 플레이스에서 유료 결제의 대부분은 고전 게임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 만큼 MS 입장에서 보면 고전 게임 다운로드는 제 몫을 해주는 셈입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틈틈히 가볍게 재미를 바라는 게이머들의 틈새를 파고든 비즈니스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의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도 고전 게임 다운로드 서비스가 준비중입니다만, 오락실이 아닌 PSP와 연동해서 즐기는 PSOne 클래식 타이틀 위주로 공급됩니다. 철권이나 메탈 기어 솔리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대표작이겠군요. 이는 PS3와 PSP, 온라인 커머스를 묶는 온라인 비즈니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만, 불행하게도 PS3의 출시 잡음으로 인해 다소 삐걱거리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연동만 된다면 PS3와 PSP의 동반 상승도 예상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PS3와 PSP를 모두 가지고 있다면 지금 UMD로 나오는 남코 클래식이나 파랏파더래퍼 같은 고전 게임들을 4~5천원 정도에 즐길 수 있는 것은 다행이지만, PSP에서 즐기려고 PS3를 사거나 다운로드한 PS3에서 즐길 수 없는 것은 왠지 폐쇄적입니다.)
더구나 서비스되는 PSOne 고전 타이틀이나 수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는 점이 의아해집니다. 우리나라나 일본, 미국의 서비스 타이틀이나 다르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철권 3를 서비스 하더라도 미국에서는 안할 수 있습니다. 플삼이의 사업을 이끄는 각 지사가 개별적으로 PSOne 타이틀을 계약해 서비스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본사에서 일괄 계약을 하지 않고 서비스 지역에 따라 계약을 맺고 판권료를 지불하고 서비스를 하는 것입니다. 각 지사별로 세세히 나누면 판권료는 싸 보이지만, 모든 지사가 하나의 타이틀을 서비스하기로 계약을 맺게 되면 개별 판권료를 모두 합했을 때 더 비싸질 수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는 제3자가 거론할 게 아니라 SCE 내부에서 따질 문제네요.)
고로 SCE가 게임 판권을 소유한 게 아닌 탓에 지역별 유통 채널이 수입하는 개념으로 서비스를 합니다. 고로 각 지사가 수입 사업자가 되는 셈이지요. SCEK 역시 같습니다. 때문에 SCEK도 PS3를 정식으로 발매하고 난 뒤에 한국판 PSN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PSOne 고전 타이틀과 개수를 정하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문제는 플삼이 한국 출시 문제와 겹쳐 많은 관심을 쏟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최대한 많은 타이틀을 공급하겠다고는 말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 통했던 타이틀을 선별하고 라이선스를 따는 작업을 해야 하는걸 감안하면 판권 업체와 줄다리기를 할 시간이 부족해 보입니다. 특히 XBOX 마켓 플레이스와 다르게 PSP와 연동해야 하는 점은 변함이 없어서 고전 게임의 역할을 줄이기 힘든 만큼 비즈니스에 대한 부담도 시간이 지날 수록 늘어날 것 같습니다.
(위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미루겠습니다. 다음 주 중에 닌텐도 DS 기자 간담회가 있는데 그 때 취재하게 되면 보강하겠습니다. 버추얼 콘솔을 이용해 패미콤과 슈퍼 패미콤, 메가 드라이브의 2만 5천개 타이틀의 고전 게임을 서비스할 것이라고 여러 블로그를 통해서 이야기 되었으니 그 배경과 판권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알아보겠습니다.)
결국 삼돌이나 플삼이의 온라인 또는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위해 고전 게임을 활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일시적인 비즈니스냐, 장기적인 비즈니스냐의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 삼돌이는 중단기적, 플삼과 위는 장기적인 듯 보입니다. 다른 비즈니스로 확장하는 측면에서는 삼돌이와 플삼이 비슷하고 그 견인차 역할을 고전 게임에 맡겼습니다. 단지 언제까지 그 역할을 하게 될지는 모릅니다. 그냥 고전 게임 서비스에 멈출 수도 있고, 서비스를 확대할 수도 있고, 아니면 중지할 수도 있습니다. 비즈니스 입장에서 고전 게임이 가져다주는 수익이 투자에 미치지 못한다면 최악의 사태가 오겠지요. 그래도 지금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얻어낼 것이 많은 차세대 게임기 업체들의 고전 게임에 대한 구애는 계속 될 것이고, 고전 게임은 차세대 게임기 비즈니스의 한축을 맡게 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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