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Smartwatch). 이러쿵 저러쿵 말은 많아도 어차피 손목에 차는 시계의 역할을 완전히 빼고 말하긴 어렵다. 비록 시계가 전부는 아닐지라도 그렇다고 시계 없는 스마트워치도 상상하긴 힘들다.
때문에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은 시계 화면에 의외로 많은 공을 들인다. 단 하나의 시계 화면으로 모든 이용자를 유혹하지 못하기에 최대한 다양성을 충족시키려 애쓰는 것이다. 그냥 멋진 시계만 표시할 때도 있고, 만보기나 고도 같은 기능을 함께 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시계를 만들어 낸들 이용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 한계가 있는 듯하다. 너무 시계스러운 것에만 집중하니 스마트워치가 보여주는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 데다 이용자도 어려워 한다.
그러다보니 요즘 몇몇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은 화려한 시계 화면에 가려 갖추지 못한 개성 찾기를 시도 중이다. 최근 캐릭터를 활용한 시계 화면을 내세운 것도 그 개성을 찾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시, 분, 초침이 돌아가거나 디지털 시간을 표시하는 종전의 시계 화면 대신 이용자에게 친숙한 캐릭터로 스마트워치에 대한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보려 한 것. 캐릭터를 활용한 시계 화면은 페블, 애플, 구글의 스마트워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페블 타임 = 고전 비디오 게임 캐릭터
페블은 그 누구보다 앞서 스마트워치에 도전했던 스타트업이다.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넣은 페블로 삼성, 애플, 구글 등 대형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에 맞서 나홀로 스마트워치 생태계를 가꿔온 데는 소규모 개발자들의 참여가 있었던 덕분이다. 페블의 캐릭터 시계도 이런 개발자들이 만들어 넣은 것이 대부분이다. 페블은 공식적으로 캐릭터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개발자 도구(SDK)를 공개한 직후부터 고전 게임 캐릭터를 활용한 시계가 많았다.
첫 페블부터 마리오, 피카추 등 게임과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특징을 살린 시계 화면이 속속 등장했다. 최근 페블 타임 이후 마리오, 돈키콩, 젤다 등 14개의 닌텐도 게임 캐릭터를 고를 수 있는 올스타 게임 캐릭터 시계를 내려받은 이도 많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 시계가 딱히 페블타임의 기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조금은 투박한 고전 게임 캐릭터들이 세밀하지 않은 페블타임의 e잉크 디스플레이와 의외로 잘 맞아 시계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 워치 = 미키마우스
잘 팔리니 생각보다 적게 팔리니 말은 많아도 지금 시점에서 스마트워치 시장의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애플 워치다. 비록 애플이 조금 늦게 스마트워치 시장에 뛰어들기는 했어도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만듦새에 애플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더해 종전 스마트워치와 다른 경험을 애플 이용자에게 전하려 애썼고, 아이폰 이용자들 가운데 이미 관심을 보인 이들도 적지 않다. 포스 터치를 이용한 조금 남다른 조작 환경과 다채로운 앱을 다룰 수 있지만, 쉽고 편하게 애플 워치에 적응할 수 있는 배려를 곳곳에 녹인 점이 돋보인다.
좀더 편한 적응을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애플은 처음부터 캐릭터 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디즈니와 계약을 맺고 미키마우스 캐릭터 시계를 넣은 것이다. 미키 마우스의 두 팔로 시와 분을 가리키는 것 외에 다른 기능은 없다. 미키 마우스가 거의 모든 세대를 아울러 좋아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어릴 적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시계를 차고 싶었던 이들이나 어린 세대까지 갖고 싶도록 만들 만큼 그 영향력은 적지 않다. 실제 애플 워치를 차는 이들마다 소셜 서비스의 타임 라인에 미키 마우스 시계를 띄우고 인증샷을 남긴 것만봐도 그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웨어 = 헬로 키티, 앵그리버드
구글은 직접 스마트워치를 내놓지는 않는다. 단지 스마트워치를 위한 운영체제, 안드로이드웨어를 내놨을 뿐이다. 삼성, LG, 모토롤라, 소니 등 구글 안드로이드웨어를 얹은 스마트워치를 내놓고 있지만, 구글이나 이들 스마트워치 제조사들이 직접 캐릭터가 들어 있는 시계 화면을 내놓은 곳은 없다. 구글도, 스마트워치 제조사도 캐릭터의 역할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구글이 가만히 앉아 있던 것은 아니다. 판은 확실하게 깔아 놓은 것이다. 이미 캐릭터를 가진 기업들이 자사의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 시계 화면을 직접 배포하도록 만들었기 때문. 지난 6월 말 구글이 발표했던 17가지의 ‘새로운 시계 화면'(New Watch Face) 가운데 헬로 키티와 앵그리버드 등 우리에게 친숙한 팬시와 게임 캐릭터를 담은 시계 화면을 포함된 것도 구글이 발로 뛴 결과다. 구글의 지원을 받은 두 캐릭터 시계는 지나치게 세련미만 강조했던 다른 시계 화면보다 훨씬 부드러운 이미지를 안드로이드웨어 장치에 넣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단지 처음부터 이 캐릭터들에 어울리는 시계를 만든 것이 아닌 터라 아직은 잘 어울리는 옷이 아닌 듯하다.
삼성 = 아직 없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페블 타임, 애플 워치, 안드로이드웨어 스마트워치의 캐릭터 시계 화면이 구체적으로 제품을 더 많이 파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스마트워치가 갖고 있던 딱딱한 이미지를 좀더 부드럽게 다듬고, 쉽게 익숙해지도록 도움을 주는 동시에 캐릭터를 알고 있는 비슷한 감성을 가진 이들과 교감을 나누는 효과는 있는 듯하다.
그런데 관련 자료들을 뒤적거리다 2년 전부터 기어 시리즈를 내놓은 삼성은 아직 캐릭터를 넣은 시계가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기어 스토어를 모두 뒤져봐도 삼성이 직접 건드린 캐릭터도 없고 써드파티 사업자 중 누구도 익히 알려진 캐릭터를 넣은 시계 화면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삼성도 지금쯤 서둘러 캐릭터를 넣은 시계 화면 전략을 짜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시계 화면에 담으면 좋을까? 영화나 게임, 애니메이션, 팬시 등 수많은 캐릭터 가운데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것을 찾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게다. 디즈니의 미키마우스가 애플 워치에 들어갔지만, 그것을 빼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워즈> 같은 캐릭터도 디즈니에 남아있고, 마블이나 DC 코믹스 등의 히어로 캐릭터들도 아직 남아 있다. 그 밖에 많은 인기를 얻은 팬시 캐릭터도 무수히 많다. 캐릭터 시계화면 탑재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만약을 가정한 상상은 그저 즐겁지 않을까? 독자들은 원하는 캐릭터 시계 화면을 이야기나눠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덧붙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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