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시침과 분침, 초침이 돌아가는 기계식 시계들은 스마트워치가 될 수 없는 걸까?’ 아마 전통적인 시계 업체들이 갖고 있는 가장 궁극적인 질문은 이것이 아닐까 싶군요. 물론 실제로 꼭 디지털 화면과 전자 부품, 여기에 운영체제를 넣어야만 스마트워치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긴 합니다만, 워낙 이런 형태의 스마트워치가 많다 보니 기계식 시계를 만들던 업체들도 선택의 기로에 놓인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그 고민에 대한 각 시계 제조사의 다른 해결책을 지켜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입니다. 단순히 시계의 기본 기능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여러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기계식 커넥티드 워치도 조금씩 늘고 있거든요. 물론 아직 화면을 가진 디지털 스마트워치에 비하면 멀었지만, 다음 3가지 제품을 보면 앞으로 기계식 커넥티드 워치의 방향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특히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시계 제조사들이 그 힘만 믿고 저항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돋보이게 하는 점에서 눈 여겨 보면 좋을 듯 싶군요.
카시오 에디피스(Casio EDIFICE)
카시오는 올해 CES에서 아웃도어용 안드로이드웨어 스마트워치를 내놓고 큰 관심을 얻었지만, 오히려 기계식 시계를 좋아한다면 이 시계가 더 스마트하게 느껴질 겁니다. 카시오 에디피스는 지난 해 카시오에서 내놨던 시계입니다. 이 시계도 실제의 시분초 침이 모두 작동합니다. 터치스크린 같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만, 그래도 스마트워치로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이 시계가 스마트폰과 연동해 몇 가지 기능을 다룰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카시오 에디피스는 스마트폰의 시간을 연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용자가 카시오 워치 플러스라는 앱에서 한번 버튼을 누르면 다른 지역의 시각으로 손쉽게 바꿀 수 있습니다. 외국 출장을 나갈 때마다 다이얼을 돌려 시간을 맞추지 않고 앱에서 버튼 한번만 누르면 간단하게 300개의 시간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초시계나 타이머, 알람도 시계에서 맞추지 않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설정을 바꿀 수 있는데, 다기능 기계식 시계의 복잡함을 스마트폰에서 해결하게끔 만든 터라 매우 쉽게 다룰 수 있습니다. 충전은 따로 하지 않도록 터프 솔라 기술을 넣어 형광등이나 햇빛 아래에 잠시 노출만 해도 충전됩니다. GPS도 있지만, 이것을 확실하게 살린 기능이 없는 점은 아쉬워 보이네요.
티쏘 스마트 터치(Tissot Smart Touch)
원래 티쏘는 기계식 시계를 터치로 조작하는 티쏘 터치가 있습니다. 시계는 기계식이지만, 시계 화면 위 유리 패널을 터치할 때마다 관련 기능으로 모드를 바꾸는 시계였지요. 하지만 티쏘 터치로 시계의 기능을 쉽게 조작할 수 있을 뿐 스마트하다 말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티쏘가 최근에 열린 바젤월드에서 공개한 티쏘 스마트 터치는 티쏘 터치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덕분에 이제 스마트워치라고 불러도 될 듯합니다.
티쏘 스마트 터치도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시계입니다. 물론 그 이유만으로 스마트워치라 부르는 것은 아닌데요. 티쏘 터치가 기능을 조작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티쏘 스마트 터치는 스마트폰과 연동했을 때 그 기능들을 좀더 세분화해서 쓸 수 있도록 했다는 점입니다. 여행이나 출장에서 시간선 변경에 따른 시계 자동 조정은 기본. 하지만 GPS를 활용해 길 안내 기능까지 하는 것은 좀 특이합니다. 이용자가 스마트폰에서 도착 지점을 지정하면 스마트폰의 시침이 가야할 방향을 가리킵니다. 스마트폰을 열지 않고 지도만 보고 찾아갈 수 있는 셈이죠. 산이나 험지를 갔을 때 길을 잃을 경우 되돌아 나오는 길을 쉽게 찾는 안내 기능도 포함됐습니다.
티쏘 스마트 터치의 스마트폰 앱은 각 기능을 쉽게 조정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냅니다. 이동 거리뿐만 아니라 스마트 터치에 기록된 고도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좀더 쉽게 보여주기도 하죠. 태양열 충전 기능이 있어 따로 충전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 날씨도 보여줍니다.
불가리 디아고노 마그네슘(BVLGARI Diagono Magn@sium)
이탈리아 주얼리 브랜드인 불가리의 상표를 가진 기계식 시계는 단순히 일상 패션을 위한 시계로 보긴 어렵습다만, 그렇다고 이들이 생각보다 빨리 스마트워치 쪽에 눈을 돌릴 줄은 몰랐네요. 바젤 월드에서 불가리가 공개한 디아고노 마그네슘은 앞서 소개한 두 제품과 완전히 다른 방향의 스마트워치를 내놨더군요.
불가리 디아고노 마그네슘의 핵심은 NFC를 이용한 보안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그네슘과 세라믹 같은 시계 본체의 재질을 더 강조하고 있는 시계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NFC를 내장하고 이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보안을 강화한 것도 무시하긴 어렵습니다. 보통 NFC를 갖춘 대부분의 시계들이 시계 줄에 NFC를 담는 반면 이 시계는 본체에 담은 것이 다르니까요. 또한 불가리 볼트라는 응용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시계에 대면 개인의 데이터를 잠그거나 풀 수 있는 기능이 작동합니다. 시계의 NFC를 이용해 현관이나 차 문을 열 수 있도록 와이즈키(WiseKey)와 제휴했고, 모바일 결제를 위해 마스터카드와 손을 잡고 기능을 채웠습니다. 전형적인 커넥티드 스마트워치지만, 럭셔리 브랜드의 진입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다른 브랜드의 움직임도 지켜봐야 할 듯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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