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에서 엔비디아는 다른 기업에 앞서 맨 먼저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는 기업 중 하나다. 다른 기업들이 하루 전 기자 간담회를 한다면 엔비디아는 지난 해부터 이틀 전에 개최하고 있다. 이번 CES에서 엔비디아가 이야기한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게임, 칩셋, 그리고 자동차다. 많은 이들이 기대했던 쉴드2는 애석하게도 주제에 오르지 못했다. 쉴드2가 차기 테그라를 얹어 내놓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테그라4의 양산이 준비된 상황에서 발표된 쉴드와 같은 분위기는 아닌 상황에서 쉴드2에 대한 기대는 섣불렀던 모양이다.
하지만 엔비디아 기자 간담회의 분위기를 주도한 것은 새로운 모바일 칩셋이다. 지난 해 공개한 게임 스트림과 G싱크는 차기 테그라 AP인 ‘테그라 K1‘(Tegra K1)을 위한 전채 요리였을 뿐이다. 시리즈의 연속성을 가져가는 테그라 5 대신 새로운 이름을 선택한 엔비디아의 차기 모바일 AP인 테그라 K1은 그만큼 많은 변화를 담은 모양새다.
테그라 K1의 핵심은 GPU가 CPU를 지배하는 구조로 바꾸려 한다는 데 있다. 종전 모바일 AP는 대부분 처리 코어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 코어의 숫자나 성능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엔비디아는 순수한 CPU 코어보다 GPU에 무게를 뒀다. 특히 이번 테그라 K1은 PC와 모바일 그래픽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PC와 모바일 그래픽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만들어 서로 다른 그래픽 처리 환경을 하나로 통일시키려는 데 목적이 보인다.
이번 테그라 K1의 가장 큰 변화는 케플러 GPU 기반의 코어를 모바일에 이식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이번 발표에서 192개 코어를 얹은 슈퍼 칩이라고 했지만, 사실 케플러(GK110) GPU에서 192개 쿠다(CUDA) 코어를 담고 있는 스트리밍 멀티 프로세서(Streaming Multipeocessor eXtreme)를 하나 박아 넣은 듯한 인상이 짙다. 물론 그 구조가 완벽하게 똑같은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데 테그라 K1이 케플러 GPU로 이관을 선언하고 이후 지포스 개발 일정과 함께 발전시키려고 하는 만큼 그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참고로 PC 그래픽 카드에 쓰인 GK110 GPU는 15개의 SMX로 구성되어 있다)
엔비디아가 모바일 그래픽의 강화 정도가 아니라 PC와 통합하려는 의도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 하나는 그래픽 처리 분야를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정체성을 모바일 분야에서 확실하게 다지는 것과 아울러, PC와 모바일 그래픽 처리 환경을 단일화함으로써 게임 같은 그래픽이 중요한 응용 프로그램 환경을 엔비디아 중심으로 옮기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엔비디아 젠슨 황 회장은 언리얼 엔진을 예를 들어 이번 변화가 왜 필요한지 설명했다. 2002년에 나온 PC용 언리얼 엔진3가 모바일로 나온 때가 2010년이라며 무려 8년의 시간차가 생겼지만, 2012년 PC용 케플러를 지원한 언리얼 엔진 4는 2년 만인 올해 테그라 K1에서 쓸 수 있게 되어 그 격차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것. 엔비디아는 이날 테그라 K1의 언리얼 엔진에 기반한 게임을 시연하면서 마치 PC 그래픽을 보는 것 같은 훨씬 세밀한 그래픽 효과와 물리적 반응을 모바일에서도 무리 없이 재현해 내는 것을 보여 주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결국 서로 다른 비주얼 컴퓨팅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과 시간의 아낄 수 있는 지름길을 PC와 모바일 그래픽 환경의 격차를 좁혀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때문에 테그라 K1은 종전 테그라4의 발표 때처럼 CPU의 코어나 특별한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무척 아끼려한 인상이 강하다. 테그라 K1의 32비트 버전(2.3GHz)은 종전 ARMv7 기반의 4코어와 1개의 컴패니언 코어로 구성하고, 기자 간담회 직전 시제품으로 나온 64비트 버전(덴버, 2.5GHz)은 ARMv8 기반듀얼 코어로 구성했다고만 발표했다. 하지만 64비트 버전에서 왜 듀얼 코어로만 구성했고 컴패니언 코어를 쓰지 않았는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 채 자동차용 컴퓨팅을 위한 테그라 K1 VCM의 소개로 넘어갔는데, 아마도 엔비디아는 앞으로 비주얼 컴퓨팅이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며 그로 인해 강력한 그래픽 처리 능력이 요구될 것이라는 자기 암시를 더 강화한 듯한 느낌이다. 그것이 옳은 방향일지 아닐지는 지금 판단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단지 테그라 K1에 쏟았던 모든 노력에 대해 어떤 반응과 결과로 이어질지 무척 궁금하다.
덧붙임 #
64비트 테그라 K1에 덴버 듀얼 코어를 탑재한 이유에 대해 엔비디아 코리아 측에서 추가 설명을 보내와 아래에 추가함.
“현재 시장에서 쿼드 또는 옥타코어 CPU를 사용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테그라 K1에 엔비디아가 직접 설계한 64비트 듀얼 코어를 사용한 이유는 이 64비트 슈퍼 코어가 일반 ARM 코어텍스 아키텍처 대비 더 높은 싱글스레드 및 멀티스레드 성능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ARMv8 아키텍처에 기반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적인 특성을 이미 지니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64비트 테그라 K1은 엄청난 성능 구현과 함께 높은 전력 효율성을 제공하고, 듀얼 슈퍼 코어는 현재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4-8 코어 모바일 CPU보다 훨씬 높은 성능을 실현합니다.”
자동차 내장형 모바일이라면 전원에 걱정없으니 이런 접근방법도 괜찮겠다 싶네요.
음.. 그런데 전기 걱정이 크지 않으면 굳이 PC용을 쓰는게 낫지 않겠나 싶긴 합니다만..
미래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변화의 과정으로 보는게 적절할것 같네요.
네, 미래는 모르는 법이니까요. 점점 저전력을 요구하는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가능성은 있다고 봐야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