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스틱에 대해 처음부터 박한 점수를 매긴 이유는 흠잡을 게 많아서 그런 게 아니다. 단지 모바일과 PC를 아우르는 티빙의 이용 경험을 거실에서 일관된 상태로 유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너무 커보였을 뿐이다. 자기가 주로 보는 채널을 설정하고 볼 수 있는 기능도 없고,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이용하면서도 티빙 앱처럼 직관적으로 채널을 선택하기 힘든 점 때문에 그리 후한 점수를 매기진 않았다. 그 이후로 티빙 스틱은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만약 점수를 높일 만한 요소를 발견한다면 새로운 글을 통해 그 차이를 소개하고 싶었으나 안정적인 작동 이외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티빙 스틱이 다른 ‘티빙’과 얼마나 연관성을 지닌 상태로 개발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티빙 스틱의 개발자들의 마음 가짐이 기존 경험을 녹이는 것보다 무시하는 쪽에 더 가까운게 아닌가 묻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얼마 전 진행된 업그레이드 이후 가장 의미 있는 변화가 하나 생긴 때문이다. 물론 갑자기 높은 점수를 줄만큼 이전의 지적 사항들이 반영된 것도 아니고 여전히 이용자가 설정한 채널을 보는 모드도 없지만, 조금은 깊이 들여다봐야 할만한 변화가 생겼다. 티빙 스틱을 TV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을 넣은 것이다.
종전 티빙스틱은 블루투스가 있는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에 티빙 스틱 리모컨 앱을 설치해서 다뤄야 한다. 지금 어떤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는지 곧바로 알 수 있는 티빙 앱과 다르게 리모컨 앱을 실행한 뒤 방향 버튼으로 TV에 뜬 정보를 보면서 조작할 수밖에 없었다. 원하는 채널이나 방송을 하나 고르려면 스마트 장치의 화면과 TV 화면을 번갈아 확인하며 조작해야 하는 불편이 매우 컸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단순하게 말해 딱 두 가지였다. 버튼을 버리고 티빙처럼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형태로 리모컨 앱의 구조를 바꾸는 것과 하드웨어 리모컨을 이용해 TV 화면의 메뉴를 직접 조작하는 것이다. 앱의 구조를 바꾸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앱을 만드는 일이라 쉽지 않았던지 티빙 스틱은 후자를 택한 모양새다.
그런데 리모컨을 선택한 방식이 오히려 현명한 결정인 듯하다. 리모컨의 방향 버튼이 TV 화면에 메뉴를 띄우는 티빙 스틱을 다루는 데 더 쉽기 때문이다. 다만 어떤 리모컨이냐가 문제인데, 티빙 스틱은 별도 리모컨을 사는 부담을 없애는 방식을 도입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HDMI-CEC(Consumer Electronics Control)라는 표준을 활용, TV의 HDMI 단자에 연결한 티빙 스틱을 TV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HDMI 단자로 연결된 장치가 HDMI CEC 표준을 따르면 그 TV 리모컨의 방향 버튼을 이용해 티빙 스틱의 메뉴를 모두 조작할 수 있다.
HDMI-CEC가 지원되는 장치는 TV의 외부 입력에서 해당 HDMI 단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외부 입력을 둘러보면 표시되는 플레이어 이름이나 장치 이름을 선택해야 한다. 티빙 스틱도 이 메뉴를 눌러야만 TV 리모컨으로 메뉴를 다룰 수 있다. 티빙 스틱이 이용하는 TV 리모컨 버튼은 방향 버튼과 확인 버튼, 돌아가기 버튼 정도다. 메뉴 호출과 이동은 모두 방향 버튼으로 할 수 있고 확인과 취소도 손쉽게 할 수 있다. 메뉴 버튼이 따로 없어 메뉴를 끌어낼 때 조금 혼란스럽지만, 그 혼란이 오래 가진 않는다.
조작 방식만 하나 바꿨을 뿐인데, TV 리모컨으로 다루는 티빙 스틱은 전혀 다른 느낌의 제품이 되어 버렸다. 마치 IPTV나 케이블 TV를 다루는 것과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이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이들 장치와 비교할 만큼 더 편해졌다는 이야기도 되고, 반대로 티빙 만의 색깔이 없어졌다는 이야기기도 하다. 티빙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한 OTT(Over the Top)를 기대했는데 그냥 쓰기 편해진 장치로 단순해진 것이다. 쓰기 편한 것이면 좋아하는 게 마땅한 일. 근데 왜 자꾸 찜찜한 건지 모를 일이다.
혹시 티빙스틱을 아직도 사용이 가능 한가요?
질문을 받고 TV에 연결해봤는데요. 오랜 만에 연결해서 그런지 장치 자체가 작동하질 않네요. 안타깝지만 확인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