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 인수한 HP는 무슨 열쇠를 쥐게 된걸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HP가 팜을 인수했습니다. 지난 4월 29일 공식 발표가 있었지요. 인수 금액이 12억 달러니까 원화로 환산하면 1조3천300억 원쯤 됩니다. 팜을 두고 최종 경쟁 중이던 5개 업체를 따돌린 인수 금액을 두고 너무 비싸게 주고 샀다는 말들이 많습니다. HP의 무리수라는 의견도 있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많은데, 열쇠는  HP가 팜을 인수하면서 챙긴 webOS에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HP는 전체 컴퓨팅 시장에서 더 큰 힘을 지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x86에서 작동하게 만든다면?


지금 webOS는 ARM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인텔이나 AMD 프로세서를 넣은 PC에서 작동하는 동영상이 심심치 않게 보이지만, 당장 x86 시스템에서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webOS가 x86 시스템에서 쓰일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실제 x86에서 작동하게 만든다면 가장 강력한 무기를 x86 진영에 선사할 수 있고 이것은 HP가 유리한 열쇠를 쥘 수 있습니다.


지금 x86 진영에서 쓸 수 있는 대중화된 운영체제는 윈도입니다. 윈도는 노트북이나 PC 등 고전적 형태의 장치에서 쓰기에 최적화되어 있으나 10인치 미만 태블릿 같은 모바일 환경에서는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저전력 모바일 환경에서 윈도는 너무 무겁고 마우스에 최적화된 운영체제여서 다루기도 불편합니다. 분명히 x86 진영에도 모바일 프로세서는 있지만, 여기에 쓸만한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를 제외하고는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런 점에서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선보인 webOS는 x86 진영의 약점을 보완해 줄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ARM보다 성능은 좋아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 x86 진영에서 이미 검증된 운영체제의 등장은 반겨야 할 일입니다(자체 OS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겠지만). 이미 팜 시리즈로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능력을 보여준바 있는데다 멀티 터치를 이용한 조작 편의성을 높였고 다양한 연결성 등으로 그 능력을 입증했습니다.


이러한 운영체제가 x86 진영에 나타나 이를 기반으로 완성도 높은 장치를 내놓을 수 있다면 HP로서는 여러 협상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습니다. ARM에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기 싫은 x86 진영에게 HP처럼 파괴력이 큰 소비재 업체의 힘이 절실하기 때문에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지요. PC를 제외한 모든 시장에서 ARM과 협력도 아끼지 않는 마이크로소프트만을 두고 볼 수 없는 x86 진영에게 webOS를 가진 HP는 위기를 돌파할 특급 구원 투수인 동시에 가장 강력한 동반자 이상의 관계를 맺게 될지도 모릅니다.


 인스턴트 OS로 활용한다면?


당장 HP가 webOS를 x86용으로 전환한다고 모든 PC나 노트북에 적용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소비자의 요구도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관계도 있는 만큼 거의 모든 PC에 윈도를 계속 실을 것입니다.


하지만 윈도만 싣게 되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미니 같은 대표적인 HP 넷북에 윈도와 또 다른 인스턴트 OS를 얹은 사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스턴트 OS는 주 운영체제와 별도로 좀더 빨리 시스템을 시작해 인터넷과 문서, 멀티미디어 등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가벼운 운영체제입니다. 종전 운영체제와 함께 인스턴트 OS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이용자 경험을 쌓아간다면, 훗날 윈도가 배제된 PC 제품을 내놨을 때 이를 선택하는 이들도 만나게 되겠지요.


윈도가 배제된 PC를 찾게 하는 것은 종전 PC 산업에서 애플이 유일하게 성공했습니다. HP가 그런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하는 컴퓨팅 환경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점친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린터에 넣는다면?


HP가 만드는 제품은 PC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스마트폰도 있고, 프린터도 있습니다. 이미 webOS가 팜이라는 스마트폰을 통해 진가가 입증된 만큼 어차피 스마트폰 OS로 계속 활용되는 데 무리는 없을 텐데 문제는 프린터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지난 해 HP는 인터넷과 연결해 쓰는 터치스마트 프린터를 선보인바 있습니다. 이 프린터는 유무선으로 인터넷에 접속된 프린터를 통해서 이용자가 인터넷에 올려둔 이미지를 프린터에서 곧바로 출력할 수 있었지요. 또한 모든 조작을 터치로 할 수 있게 만들어 쉬운 사용성을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이 프린터에 내장된 프로그램이 워낙 반응이 느리고 답답해 프린터를 만든 취지를 못살린다는 데 있습니다. 웹을 접목했다는 그 사실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지만,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가 너무 형편없던 것이지요.


최근 팜을 인수한 HP가 webOS를 프린터에 접목하려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입니다. 작고 가벼운 OS라는 점 외에도 인터넷과 터치의 기능성이 돋보이는 webOS를 얹어 완성도를 높이면 프린터가 주려는 가치를 좀더 쉽게 소비자가 이해시킬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한 사진의 공유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webOS를 기반으로 한 SNS 프린터가 출현한다면 이것 역시 흥미로운 일이 될 겁니다. 굳이 PC를 연결하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서, 또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곧바로 사진을 출력해서 보는 것 같은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낼 수 있으니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밖에도 미들웨어와 접목된 다양한 솔루션 구축을 통한 기업 시장 공략 같은 것도 있는데, 이 글에서는 소비재 제품쪽에서 webOS가 HP에게 가치를 갖게 될 것인지만 추측해 봤습니다. 물론 너무 긍정적으로 본 면이 있음을 인정하지만, 이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사실 HP가 팜을 인수한 의미는 없겠지요. 또한 새로운 컴퓨팅 생태계를 설계할 능력이 HP에 있는가도 여전히 의문입니다. 어쩌면 팜 인수는 그런 의문에 대한 해법을 찾는 도전이 되겠지만, 이러한 의문이 곧바로 풀리지는 않을 겁니다. HP가 webOS를 인수함으로써 정말 거대한 성장 동력을 얻은 것은 두말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 동력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를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듯 싶습니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22 Comments

  1. 2010년 5월 20일
    Reply

    프린터에 잘만 들어간다면 프린터의 또 다른 획(!)을 그을 수도 있겠군요.
    스마트폰에서 바로 인쇄한다, 프린터에서 SNS의 사진을 인쇄한다… 멋지네요.

    근데, 자꾸 컴팩을 먹어버렸던 과거가 생각나는 것은… ^^;
    충분히 지원해줘서 palm 제품 라인업이 끊기지 않고 멋진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도와주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끄네요.

    아무튼 HP가 어떻게 시너지를 만들어갈지 기대됩니다.
    잘봤습니다. ^^;

    • 칫솔
      2010년 5월 23일
      Reply

      컴팩은 브랜드가 인수였다면 팜은 핵심 기술의 인수가 목표여서 제품이 계속 나올지 모르겠어요. 저도 좋은 시너지를 발휘했으면 좋겠네요~ ^^

    • 칫솔
      2010년 5월 23일
      Reply

      앞으로 대단한 제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

  2. 2010년 5월 21일
    Reply

    HP가 천군만마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이젠 확실히 H/W, S/W가 모두 중요한 시대인 것 같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 칫솔
      2010년 5월 23일
      Reply

      그 천군만마를 잘 부려야 할텐데요~ 고맙습니다. ^^

  3. 2010년 5월 22일
    Reply

    오홋 기다려지는데요 ㅎ
    멋진 하루되세요^^

    • 칫솔
      2010년 5월 23일
      Reply

      네.. 뭔가 나오겠죠? ^^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4. 2010년 5월 22일
    Reply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기기와 프린터의 결합이 큰 시너지를 낼 것도 같습니다. 물론, 휴대가 간편한 프린터와 함께요..

    • 칫솔
      2010년 5월 23일
      Reply

      HP 제품의 전 분야에서 시너지를 내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제품이 나와야.. ^^

    • 칫솔
      2010년 5월 23일
      Reply

      그저 단순한 스마트폰은 내지 않겠죠? ^^

  5. 2010년 5월 22일
    Reply

    HP 정말 앞으로 더 커질 것 같은데요…

    • 칫솔
      2010년 5월 23일
      Reply

      1년 뒤에 얼마나 커졌는지 키를 재봐야겠습니다. ^^

  6. dylanseo1995
    2010년 5월 23일
    Reply

    프린터 기술은 잘 다져놨으니 이제 소프트웨어를 잘 접목시키면 IT 에 세로운 획을..

    • 칫솔
      2010년 5월 24일
      Reply

      어떤 획을 그을지 기대해보죠~ ^^

  7. 냥이
    2010년 5월 24일
    Reply

    “윈도가 배제된 PC를 찾게 하는 것은 종전 PC 산업에서 애플이 유일하게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Apple 에선 자신의 컴퓨터를 PC 라 부르지 않고 Mac 라고 부릅니다.
    거기에 Mac 하고 PC 하고 단어를 골라서 사용을 합니다.
    그래서 PC 대신에 컴퓨터라고 정정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 칫솔
      2010년 5월 25일
      Reply

      MAC은 상표명이고 PC는 제품군입니다. 애플이 맥을 PC라 부르지 않는다고 PC 제품군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곤란하지요. ^^

  8. dylanseo1995
    2010년 5월 24일
    Reply

    저혼자만으로 전 예전부터 계속 생각했는데… 노트북+레이저프린터. 기반은 울트라슬림노트북 아래에다 초슬림 레이져프린터를 단다(두께는 좀 두꺼워짐) 기술적으로 좀 힘들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세상 최고의 노트북은 프린팅이 되는 노트북일듯… 얼마나 좋아 아무데나 같고다니면서 문서쓰고 아래에서 쭉 나오고.

    • 칫솔
      2010년 5월 25일
      Reply

      출장용으로는 좋겠지만, 늘 갖고 다니기는 불편하겠는데요? 필요할 때만 합체해서 쓰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말이죠~ ^^

  9. 2010년 6월 14일
    Reply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 잘 하면 애플의 대항마가 나올수도 있겠네요. 매우 매우 기대됩니다. ^^

    • 칫솔
      2010년 6월 14일
      Reply

      대항마보다는 새로운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할지 그게 더 궁금합니다.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