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오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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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제만 해도 거실 창을 때리던 사나운 빗줄기에 어제는 집에 틀어박혀 있을 궁리를 했더랬지요. 결국 해가 중천을 향해 각도를 높여가던 늦은 아침에 일어나 허기를 달래고 보니 억수로 쏟아지던 빗줄기는 온데간데 없고 너무나 투명한 바깥의 풍경에 잠시 넋을 잃었습니다.


▷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닫아두었던 거실과 보일러실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쌩~’하고 들어와 버린 바람. 반가운 ‘무단침입자’였습니다.


▶ 아침인지 점심인지도 모르는 식사를 한 뒤 PC를 켜지 않았습니다. 잠시 바람과 함께 TV를 보다가 이대로 집에 있는 게 좀 억울하다 싶어 (미장원에 들러)긴 머리카락을 좀 정리한 뒤 오후에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들고 바로 옆 종합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챙겨간 것들 : 아이폰, 스피커, 햅틱폰, 삶은 감자 3개, 아이스커피 1리터(?), 그리고 블로그 히어로즈 한 권


▷ 집 옆 종합 운동장에 넝쿨이 지붕을 덮은 작은 쉼터가 있습니다. 사방이 뻥 뚫려 있어 바람도 잘 통하고 지붕 위를 메인 넝쿨이 해를 가려 시원합니다. 더울 때 이곳의 낮잠은 정말 꿀맛입니다.


▶ 오늘은 그 쉼터에 사람이 없더군요. 덕분에 테이블이 있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폰과 스피커를 연결한 다음 포지션 베스트 앨범을 골라 작은 소리로 틀어 놓고는 블로그 히어로즈를 폈습니다.


▷ 오늘은 앞쪽부터 순서대로 읽었습니다. 책을 쓴 이유부터 인투이티브 라이프 비즈니스 블로그이 데이브 테일러와 롱테일 블로그의 크리스 테일러, 라이프해커의 지나 트라파니 부분까지.


▶ 아직 책을 다 읽지 않았기에 평은 미루겠습니다. 오늘 읽은 것을 포함해 이제 겨우 여섯 블로거의 인터뷰를 읽었을 뿐입니다. 다만 전에도 말한 대로 이 책은 어떤 지침도 아니고 활용서도 아닙니다. 블로그를 어떻게 해야 한다거나, 어떻게 하면 좋다거나 하는 친절한 설명은 없습니다. (일부만 내 기억에 있지만)외국의 유명한 블로거들이 왜 블로그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가 있을 뿐. 이는 블로그를 하는 스스로에게 던져볼만한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자문하기 어려우시면 제가 대신 질문을… 블로그를 왜 하시나요? ^^ (제 답변은 여기)


▷ 저는 이 책에 등장한 블로거의 과거 전력이 화려해 블로그가 돋보이는 것이라 여기지는 않습니다. 사실 앞의 세 블로거보다는 인개짓의 피터 로하스나 기즈모도의 브라이언 램처럼 ‘열정’에 기반한 블로깅을 해야 한다는 쪽입니다. 그렇다고 쉴틈없이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미친 듯이 한다는 이야기를 쉴틈없이 하라는 것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되지요. 저는 블로깅을 오래하고 싶지, 블로깅 하다 죽어서 뉴스에 나가긴 싫습니다. -.ㅡㅋ


▶ 각 블로거의 대담 끄트머리에 그 블로거가 했던 이야기 가운데 핵심만 따로 정리해 놓았습니다. 글 전체를 요약한 것인데, 어쩌면 지침 비슷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30명의 블로거가 같은 사안에서 결론까지 같지는 않을 테니 독자의 취사 선택이 필요할 것입니다.


▷ 다만 우리에게 낯선 외국 블로거들의 이야기다보니 약간의 괴리감이 있긴 합니다. 블로그 세계에서 뗄 계급장은 없다지만, 살아온 환경과 보는 시각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겠더라고요.


▶ 책 읽는 동안 테이블 위를 기어가는 이름 모를 벌레와 공놀이를 하다 돌아가는 마실 나온 가족들, 자전거를 타면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이들을 봤습니다. 30분마다 시끄럽게 소통하는 매미의 울음 소리를 틈타 감자 두 개와 커피 조금 소비했고요. 음악이 거의 끝나갈 무렵, 넝쿨로는 더 이상 열기를 가릴 수 없는 높이까지 해가 떨어져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짧은 오후였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여유있는 하루를 보낸 것 같네요. 블로그라는 딱딱한 주제의 책도 이러한 여유 속에서 읽어보니 좀 말랑말랑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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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 CHiTSOL CHOI Written by:

6 Comments

    • 칫솔
      2008년 8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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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싫어하는 월요일이 있기에 좋아하는 일요일이 오기를 기다리는 거겠죠?

  1. 2008년 8월 4일
    Reply

    저는 주말만 좋아요 ㅠ.ㅠ 아! 월급날 추가

    • 칫솔
      2008년 8월 5일
      Reply

      주말도 좋고 월급날도 좋고 사랑하는 날도 좋고~ ^^

  2. 2008년 8월 4일
    Reply

    화창한 날에 그늘에서 독서라니….너무 부럽습니다. ㅜㅜ

    저도 여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마음만 급한 것 같습니다.

    • 칫솔
      2008년 8월 5일
      Reply

      저도 마음이 좀 급한 사람이랍니다. 억지로라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요. 내가 좋은 거니 억지로라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해보니 좋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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