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PC 하나를 추천해 달라는 문의를 받을 때마다, 가족형 PC를 내세웠던 올인원 PC들이 소음이나 화면 크기, 사용성에서 몇몇 모자란 이유를 들어 적합한 것을 추천하기 곤란하다고 답을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제 기준이 조금 높은 것인지, 가다로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추천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였지요. 이제서야 추천 목록으로 올릴 만한 제품이 하나 나온 것 같습니다. 물론 혼자 써도 좋은 PC지만, 가족에 초점을 맞춘 올인원 PC를 찾는다면 눈여겨 볼 제품입니다.
아주 긴 시간을 만져 본 것은 아니지만, 찜통에서 방금 꺼내 모락모락 김이 나는 따끈따끈한 만두 같은 HP ‘IQ500’을 독일 현지에서 접하고 돌아왔습니다. ‘connecting your world’ 모바일 서밋에 등장한 HP 터치스마트 IQ500은 모니터와 본체가 합쳐진 올인원 PC입니다만, 종전에 나왔던 올인원 PC와 격을 달리하는 매끈한 스타일이 돋보입니다. 특히 본체 위에 모니터를 받치고 있던 HP의 1세대 터치스마트 PC(IQ770)와 180도 달라졌지요. 크기와 두께 모두 대폭 줄어 들었고 공간을 덜 차지합니다. 아래쪽 본체가 없으니 화면 위치도 낮아졌습니다. 가족이 둘러 앉아 테이블 위의 PC를 다루는 데 지장이 없을 듯 싶습니다.
군살이 빠지니 맵시도 더 잘 살아났습니다. 무엇보다 근사하다고 할까요? 군더더기 없이 복잡하지 않으면서 선을 살리고 메신저 백과 클립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에 고광택 검정과 와인색을 입힌 그 자태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키보드나 마우스가 없으면 디지털 TV라고 해도 열 명 가운데 여덟은 속을 겁니다. 질리지 않는 모양과 은은한 색깔이 거실의 분위기를 끌어 올릴 듯 싶었습니다. 거실 테이블에 올려 놓아도 근사할 것 같더군요. 키보드도 얇아 졌고요. 마우스만이 약간 어울리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만 옥의 티가 없을 수는 없겠죠. 모든 단자들은 밖으로 보이지 않게 덮개로 가려 모든 부분이 깔끔합니다. 전원과 랜 또는 케이블 TV 안테나 정도를 연결하더라도 그다지 지저분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화면 크기와 밝기는 합격점입니다. IQ500은 56cm(22인치) 화면을 써 종전48cm(19인치)보다 커진데다 여러 각도에서 또렷한 색을 볼 수 있도록 코팅했습니다. 가족 모두가 함께 PC 앞에 앉아 화면을 보면서 인터넷과 영화, TV 등을 보는 데 모자람이 없는 크기와 선명도를 가졌습니다. 또한 터치스크린이라 키보드나 마우스 없이 화면을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재주를 다룰 수 있지요. 중요한 점은 터치스크린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있다는 점입니다. 윈도 비스타를 운영체제로 쓰기는 해도 윈도를 시작하면 비스타의 바탕화면은 이내 사라지는 대신 HP가 만든 새로운 GUI이자 터치스마트 프로그램으로 화면 전체를 덮습니다. 새로운 터치스마트센터는 기술이 아닌 소프트웨어와 사용성에 기반한 새로운 이 프로그램인데요. 음. 마치 아이폰 또는 아이팟 터치의 인터페이스가 PC 속으로 들어온 인상을 남겼습니다. 특히 (아이폰과 비슷하면서 다른) 커버 플로우는 정말 예술이더군요.
또한 영상이나 음악, 사진, 게임, 인터넷, RSS 등 모든 정보를 한 손가락, 또는 두 손가락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네. 두 손가락으로 메뉴의 크기를 늘이고 줄일 수 있는 멀티 터치 기술도 들어 있어요. 물론 메뉴의 축소와 확대에서만 이 기능이 쓰이는 게 눈엣가시지만, 차차 관련 기능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메뉴가 있는 화면을 옆으로 밀 때 스크롤도 무척 자연스럽고,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손가락으로 누르기 편하게 글자와 아이콘이 큼지막해지고 산뜻해졌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조작은 정말 편해졌더군요. 동영상이나 음악 재생, 간단한 사진 편집도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에는 너무 작아서 불편했던 메모지도 큼지막하게 만들어 메시지 작성이 더 쉬워 졌습니다. 아, 비스타를 몰라도 유무선 랜에 연결되어 있으면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터치스마트 IQ500만의 특징이겠네요. 터치스마트 센터에서 관리하거나 녹화한 동영상을 곧바로 유투브에 보낼 수도 있고 HDTV를 볼 수도 있습니다.
멀티 터치와 여러 기능을 가진 미디어 애플리케이션을 수행할 때 뭔가 처지는 기분은 들지 않았습니다. IQ500은 인텔 코어2 듀오 T5750(2GHz)와 4GB 램, 320GB 7200rpm 하드디스크, 슬롯 로딩 광학드라이브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X3100 통합 그래픽 칩셋이 좀 약하다 싶어도 가족이 함께 컨텐츠를 즐기는 데에는 크게 떨어져 보이진 않더군요. 이날 현장에서 각 애플리케이션을 다뤄보니 실행 속도가 크게 느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주요 부품 외에도 블루투스와 무선 랜(802.11a/g/n), 5-인-1 메모리 카드 리더, USB 단자 5개, IEEE 1394 단자 1개, HDTV 튜너, 기가비트 랜, HD 디지털 오디오 출력, 2채널 스피커, 웹캠 등을 담아 놨습니다.
단지 보안 문제에 대한 고민만 좀더 깊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가족이 공유하는 PC가 외부인에게도 공개될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비밀번호를 설정해 가족과 공유하는 것은 맞는 것이긴 한데, 이에 대한 HP만의 색다른 해법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비밀번호 입력은 키보드로 간단히 할 수 있지만, 터치라는 의미를 살리려면 보안도 터치스크린을 이용해서 푸는 것처럼 말입니다. 예를 들어 가족의 지문을 이용하거나 비밀전호 입력 창을 터치스크린에 띄우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입니다. 또한 센서 감도를 너무 높이면 이용자가 원하지 않는 동작이 일어날 때가 가끔 있는 것도 조심해야겠더군요.
화면 크기와 조작성, 재미는 꽤 큰 만족을 줬습니다. 허나 팬 소음이나 스피커 성능은 당장 어떻다고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현장 소음이 워낙 커서 귀에 어느 정도 거슬리는 소음인지 전혀 알 수 없었으니까요. 리처드 워커 컨슈머 PC 사업부 부사장이 문제 없을 거라고 안심시키긴 했지만, 이 문제는 포장지를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윈도 비스타를 깔고 CES 2007 무대 위에서 데뷔했던 IQ770 때와 비교해 17개월만에 나온 후속 제품의 발표 무대가 조금 작았는지도 모르지만(?), 현장에 참여한 기자나 블로거들로부터 첫 데뷔 때보다 더 큰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인상 깊었던 제품이었다는 점은 분명히 말하고 싶습니다. 값은 미정. 머지 않아 우리나라에 출시될 것입니다. 이르면 7월, 늦어도 8월 안에는 출시된다고 하니 그 때 직접 확인하셔도 늦진 않을 겁니다. ^^
덧붙임 #
화면 아래에 키보드 조명이 있어 밤에 불을 켜지 않고 키보드를 두르릴 수 있습니다. 키보드 조명은 3단계로 조절됩니다.
와..이쁘네요..터치스크린도 조금의 오작동은 보이지만 쓸만해 보이구요…+ㅁ+
생각보담 꽤 잘 빠졌더군요. 모처럼 마음에 들었답니다. ^^
한번 써보고 싶어지는 제품이네요 ㅎ
제품 출시되면 매장 가셔서 만져보실 기회에 생길 거에요. ^^
아주 멋진 제품이군요.. 요즘은 회사마다 터치 제품이 한개씩 출시되고 있어서..
HP는 거의 모든 제품에 터치를 적용했더군요. 거의 목숨 걸었답니다.
개인적으로 혹했던 제품, HP가 내놓은 일체형 터치PC, 터치스마트 IQ 500을 조작해봤다 이 PC를 만져봤을때, ‘저건 부엌에 놓을 녀석으로 딱이군 !!’ 이라고 외쳤다 비단 요리 레시피 등을 위해 부..
작년초 윈도우 비스타를 발표하느라 떠들썩했던 CES… 빌게이츠의 CES 기조연설에서 윈도우 비스타를 설명하면서 사용하던 PC가 한대 있었다 XP에 만족하고 있는데 무슨 벌써 비스타야?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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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으로 이용방법이 점차 쉬워지고 있는 게 눈으로 보이는 군요.
우리 다음 세대 아이들은 IT기기들의 이용이 지금 보다 더욱 쉬워지겠죠?? ^^
맞아요. 전에는 사람이 기술을 따라가도록 했다면 요즘은 기술이 사람을 따라가도록 바뀐 것이 눈에 보이더군요. 그나저나 이렇게 발전하면 언젠가는 뇌속에 컴퓨터가 들어갈지도… ^^
그거 참 좋네요 근데 가격이 좀 센것 같아서……
조만간에 신형이 나올테니 잠시 기다려보심이 좋을 듯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