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공개하기로 했던 구글의 차세대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Icecream Sandwich, 이하 ICS)와 새 레퍼런스 폰의 발표가 연기됐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를 예우하기 위한 조치다. 물론 스티브 잡스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현 시점에서 발표 효과가 떨어진다는 계산도 없지 않지만, 어쨌거나 당분간 암묵적 애도 기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올바른 결정에 환영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사실 안드로이드 4.0의 UI의 작동 영상이 2주 전에 유출되었다. 어디까지나 UI만 드러난 것이어서 자세한 구성은 알 수 없으나 UI 움직임만 갖고 알 수 있는 점은 기본적으로 허니콤의 그 것을 스마트폰에 최적화한 UI라는 점이다. 이 말은 곧 허니콤 이전 세대의 사용성과 다르기 때문에 혼란을 줄 수도 있는 한편, 새로움을 원하는 이용자들에게 다른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혼란을 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새로운 미래에 대한 두근거림이 더 큰 안드로이드 4.0 ICS가 오늘 공개된다.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아D 행사를 통해서다. 1주 정도 발표를 지연하기는 했어도 다음 주 영국 런던에서 발표할 것이라는 소문보다는 빠르게 발표 일정이 잡혔다. 아마 안드로이드와 스마트폰 업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2주는 너무 멀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발표를 둘러싸고 몇 가지 눈여겨 볼 점이 있다. 일단 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레퍼런스 단말기가 동시에 공개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종전에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먼저 공개하고 그 뒤에 레퍼런스 단말기를 내놓았다. 에클레어(Eclair)를 발표했을 땐 각 제조사의 상용 제품이 먼저 출시된 뒤 넥서스원(HTC 제조)이 발매되었고, 프로요에서는 레퍼런스 단말 출시를 건너 뛰는 대신 진저브레드에서는 운영체제 발표 몇 달 뒤에 상용 제품 출시에 앞서 넥서스 S(삼성 제조)를 공개했다. 점점 레퍼런스 단말기의 출시를 앞당기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운영체제와 레퍼런스 단말기를 함께 출시함으로써 상용 제품의 출시속도를 더욱 앞당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동시 발표라는 의미보다 더 큰 것은 구글이 갤럭시 넥서스(Galaxy Nexus)라는 이름을 허용했다는 데 있다. 갤럭시 넥서스는 당초 넥서스 프라임이라는 코드명으로 개발되고 있던 것으로, 한달 전쯤부터 갤럭시 넥서스라는 이름으로 바꿔 불리기 시작했다. 넥서스 브랜드는 구글의 레퍼런스 시리즈를 일컫기 때문에 그 상표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구글은 넥서스의 뒤가 아닌 앞에 삼성의 안드로이드 상표인 ‘갤럭시’를 함께 붙이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대단한 양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구글이 갤럭시 넥서스란 이름을 허용한 것은 세 가지 측면으로 추측할 수 있다. 먼저 레퍼런스 단말에 대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구글은 넥서스 시리즈의 판매에 대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넥서스 원을 내놓았을 때는 마케팅을 비롯한 다른 판촉 행위를 하지 않았다. 넥서스 S를 발표했을 때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레퍼런스 단말기를 팔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넥서스 원과 넥서스 S을 내놓고 미묘하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HTC와 삼성의 움직임이었다. 넥서스원을 공급한 HTC는 제조만 맡았던 반면, 삼성은 넥서스 S를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뛰어다녔던 것이다. 넥서스 S의 판매가 삼성의 매출로 연결되는 것이다 보니 삼성이 직접 나섰던 상황. 실제로 삼성이 주도한 넥서스 S 마케팅이 상당히 많았는데, 결국 구글은 이러한 삼성의 판매 능력을 더 활용하기 위해 삼성의 명칭 협상에 응하고 이름을 양보했을 가능성이 있다.
둘 째,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양보의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 후 안드로이드 진영으로부터 환영의 메시지를 다수 받았지만, 그 바깥에서는 독자적 노선을 걸어갈지도 모를 구글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를 연일 보냈다. 하지만 개방형 생태계를 유지해야 하는 구글에게는 모토로라보다 지금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만들고 있는 제조사 생태계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 이러한 불편한 시각을 서둘러 해소할 필요성이 있다. 때문에 구글에게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레퍼런스 단말기를 모토로라가 아닌 다른 제조사와 개발하는 것도 모자라 이름까지 양보함으로써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불안함을 느끼는 제조사들을 설득하려는 의지를 보여 준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구글의 상표를 결합한 갤럭시 넥서스는 레퍼런스 단말기라는 단순한 의미를 뛰어 넘어 새로운 시도일지도 모른다. 어떤 각도에서 보든 구글이 보증하는 단말기를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는 모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완성된 운영체제를 공급받아 제조하는 윈도폰7 같은 제조/판매 모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물론 종전대로 제조사가 원하는 커스터마이징은 가능하겠지만, 구글이 운영체제의 업그레이드 같은 사후 관리를 책임지는 레퍼런스 모델을 내놓기 위한 전략적 작업이라면 앞으로 스마트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갤럭시 넥서스는 단순히 보면 구글과 삼성의 상표를 결합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렇게만 받아들이지 못할 큰 변화를 담았을 수도 있다. 그것이 판매 촉진일 수도 있고, 안드로이드 제조사를 설득하려는 당근일 수도 있으며, 새로운 제조/사후 관리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일 수 있다. 어찌됐든 갤럭시 넥서스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보내는 양보를 포함해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모든 추측이 맞다면 모든 것을 내어 놓고 더불어 얻어내는 능력을 가진 구글은 역시 무서운 존재다.
덧붙임 #
1. 구글의 모토롤라 인수에 관한 참고글
구글, 모토롤라를 사다
2. 지금까지 알려진 갤럭시 넥서스 제원은 아래와 같다.(공식 발표 후 부분적으로 수정 가능성 있음)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두께 9mm
화면 4.65인치 1280×720 슈퍼 아몰레드 HD(곡면 유리)
프로세서 1.2GHz TI OMAP 4460 듀얼 코어(Cortex A9)
램 1GB
저장 공간 기본 32GB
카메라 앞 130만 화소, 뒤 500만 화소
동영상 1080p HD 녹화
통신 LTE/HSPA
무선 랜 802.11a/b/g/n
NFC 탑재
배터리 1,750 mAh battery
디자인도 너무 ‘혁신(?)’적인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사진 속 제품은 너무 ‘휘어있는듯’하게 보여서요^^;;
개인적으로 ‘갤럭시’가 앞으로 오니까…
레퍼런스폰보다는 삼성 갤럭시시리즈 같은 느낌이 강하긴 하네요~
갤럭시 S때도 저 이상으로 휘어보였던 터라 느낌이 다르긴 했지. 확실히 삼성 갤럭시 시리즈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
앞으로 몇시간 후 홍콩에서 열리는 아시아 D 컨퍼런스에서 구글과 삼성전자가 차세대 안드로이드 OS인 아이스크림 샌드위치(Ice cream sandwich: ICS)를 탑재한 구글 레퍼런스폰, 갤럭시 넥서스(Galaxy Nexus)를 공개합니다. 삼성전자가 공개할 갤럭시넥서스는 4.65인치의 HD AMOLED 화면에 텍사스인스투르먼츠(TI)의 OMAP 프로세서를 탑재하며 넥서스S처럼 Curved Glass 디자인을 가진 모습으로 나온다고 합니다. 또한..
디자인만 보자면 하단부 뒷면이 볼록한게 아쉽네요. 바닥에 놓고 쓸경우를 대비해서 만든 부분이기는 한데.. 뭔가 아쉬워요~
그래도 곡면 디스플레이는 기대가 됩니다.
곡면 디스플레이는 넥서스S와 비슷할 듯 보입니다. 나머지는 저도 직접 봐야 평가가 가능할 것 같네요. ㅜ.ㅜ
정말 이름을 양보했을 수도 있겠지만
외국은 주소나 이름을 우리나라랑 반대로 쓰듯이
휴대폰이름도 그렇게 지은거 아닐까요?ㅎㅎ
그렇지는 않고요. 이름은 삼성에서 제안했고 구글이 받아들인 형태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글이 넥서스를 뒤로 뺀 이유가 다 있었군요.
그럼 이제 드로이드 넥서스 같은 이름도 가능하게 되는 거구요.
다른 업체에서 레퍼런스를 만든다면 그럴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
괜찮아보입니다~ 커브드는 원래 넥서스s부터 있던것이니…
제 이보 할부 끝날때쯤 구매찬스가 오려나요//ㅋㅋ
국내는 올해 안에 출시된다고 하는데 그 때 맞춰서 할부가 끝난다면 기회는 충분하다 싶은데요? ^^
아.. Curved glass… 원하던건데. 갤s2로 갈아타고 가장 아쉬웠던
이 다음 레퍼런스를 기대해보심이 어떨런지요. ^^
음.. 개인적으로는 곡면유리가 오히려 마음에 안드는군요..
그래도 구글 레퍼런스가 삼성에서 나온다면… 삼성안티인 저로서도 조금은 흔들리지만..
구글 레퍼런스에 쿼티로 삼성에서 나온다면야 ㅋㅋㅋ 지르겠습니다!
구글이 키보드가 달린 레퍼런스 단말기를 굳이 요구하지는 않을 테고, 더구나 키보드로 인한 단가 상승도 감안해야 하니 삼성에서 만들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 레퍼런스는 역시 LG가 만드는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