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 만의 LTE를 위해서라면…

‘광대역 LTE-A’, ‘3밴드 LTE’ 시대의 개막. 일찍이 이렇게 흘러갈 것을 알았지만, 막상 그 시대가 열리니 기쁜 마음보다 오히려 착잡하다. 더 빠른 이동 통신 서비스를 막을 이유는 없지만, 앞으로 도입될 더 빠른 LTE 서비스가 순리대로 되는 서비스 한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첫 걸음 떼는 무선 300Mbps 시대

지금까지 광대역 또는 LTE-A라 불렀던 LTE 망은 이론적으로 최대 150Mbps까지 쓸 수 있다. 이는 LTE 카테고리에 따라 정해진 기준을 따르는 것으로 cat.4를 준수하는 모뎀 칩을 넣은 최신 LTE 단말기들은 우리나라에서 20MHz 광대역 또는 떨어진 대역에 있는 2개 이상의 주파수를 모아 하나의 데이터 전송 통로처럼 쓰는 CA(carrier Aggregation) 로 20MHz의 LTE 주파수를 만들어 150Mbps 미만의 속도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물론 지금 이통사는 더 많은 LTE 주파수를 갖고 있다. 현재 다운로드에 쓸 수 있는 이통사별 LTE 주파수 현황은 SKT 30MHz(800, 1800 대역), KT 30MHz(900, 1800 대역), LG U+ 40MHz(800, 2100, 2600 대역). 적게는 2개, 많게는 3개의 대역에서 더 많은 주파수를 LTE용으로 배정 받았지만, 이를 한꺼번에 쓸 수는 없었다. 그 이전까지 더 많은 주파수를 활용하는 모뎀칩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20Mhz 광대역 또는 LTE-A의 CA 모드를 통해 20MHz 대역폭을 선택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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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드래곤 805에 탑재되는 고비 모뎀은 2개 주파수 대역을 묶어 40MHz의 대역폭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남아도는 주파수들을 마냥 놀리게 둘 이통사들이 아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통사들이 갖고 있는 주파수를 모두 쓸 수 있는 제품이 곧 나온다. cat.6 규격의 모뎀을 가진 단말기들이 나오면 최대 300Mbps 미만의 속도로 데이터를 내려받을 수 있다. 즉 이전까지는 20Mhz 대역폭에서 최대 150Mbps의 다운로드 속도가 제한되었다면 앞으로는 40Mhz 대역폭으로 최대 300Mbps까지 쓸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이통사들이 보유한 주파수 대역폭으로 따지면 SKT와 KT가 30MHz 대역폭으로 225Mbps이고, LG U+는 모두 합하면 40MHz 대역폭이지만 지금의 스마트폰 모뎀으로는 최대 30MHz(주파수 800+2600 또는 주파수 1900+2600)까지만 가능해 역시 225Mbps까지만 속도를 낼 수 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실제 다운로드 속도는 그렇지 않다는 걸 여러분도 잘 알 것이다. 더불어 기존 단말기로는 이런 망 성능을 경험할 수 없으므로 새로운 단말기를 써야만 한다는 사실도. 150Mbps 이상의 속도를 내기 위한 cat.6 모뎀이 들어 있는 칩셋은 퀄컴 스냅드래곤 805다. 이 모바일 AP에 얹게 되는 고비 9×35 모뎀(gobi 9×35 modem)은 20MHz 대역의 주파수를 2개까지 엮을 수 있다. 이 모뎀이 들어 있는 모바일 단말의 출시와 함께 광대역 LTE-A 서비스가 시작되는 셈이다.

그놈의 300Mbps 때문에…

그런데 여기서 짚어봐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앞으로 최대 300Mbps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30MHz의 대역폭만 확보한 이통사들이 10Mhz의 주파수 대역폭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반드시 확보하지 않아도 되지만, 상대적으로 주파수가 모자란다는 것은 경쟁력의 문제로 삼을 수 있다. 그런데 LTE 주파수 할당은 지난 해 경매를 통해 이미 끝났으므로 지금 당장 새로운 주파수를 구할 수 없다. 앞으로 새로운 주파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팔짱끼고 가만히 앉아 기다리고 있을 이통사가 있을까?

방법이 그리 많지는 않아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중 한 가지가 종전에 쓰던 이동통신 주파수를 LTE로 전환하는 것이다. 종전에 쓰던 이동통신이란 2G/3G로 할당된 주파수를 말한다. 현재 2.1GHz 대역에서 SKT는 30MHz를, KT는 20MHz를 3G용으로 운용 중이다. 대역폭만 보면 넉넉해 보인다 할지 모르나 3G용 주파수는 음성과 데이터를 함께 쓰는 주파수여서 데이터를 주고 받는 데 있어선 LTE보다 오히려 여유가 적다. 때문에 만약에라도 이 주파수 중 일부라도 LTE로 전환될 경우 3G 이용자들은 지금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된다. 가뜩이나 3G로 연결이 되지 않거나 전송되지 않는 일이 점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불만인 상황에서 더 투자가 없는 것은 둘째 치고 활용할 주파수 자원마저 줄인다면 3G 이용자들의 불편은 지금보다 더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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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드래곤 810은 3개 주파수 대역을 묶어 최대 60MHz까지 대역폭을 넓힐 수 있다.

물론 지금의 모뎀이 2개 주파수 대역을 묶어 최대 40MHz 대역을 만들 수 있으므로 당장 주파수 용도를 변경하는 일은 없지만, 앞으로 6개월 뒤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미 퀄컴은 3개 주파수 대역을 묶어 최대 60MHz 대역폭까지 늘릴 수 있는 모뎀을 포함한 퀄컴 스냅드래곤 810을 발표했으므로 6개월 뒤 3개 주파수 대역을 묶는 작업을 통해 300Mbps를 구현하기 위해 시도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결국 주파수가 없는 상황에서 선택지는 다른 게 없기 때문에 주파수 용도 변경 시도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당장 이통사들이 주파수의 용도 변경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때까지 여론 몰이를 할 것은 자명한 일. 그 중 하나가 바로 3G 주파수 자원을 LTE로 돌려도 되는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일 게다. 이를 테면 3G 이용자 수의 감소를 하나의 이유로 들 수 있는데, 실제로 3G 이용자 수의 감소만 갖고는 LTE 주파수로 용도 변경의 당위성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3G 이용자수의 감소가 3G를 통한 데이터 트래픽의 절대적 감소와 일치하는 게 아니라서다. 3G 이용자 수가 줄어들어도 3G 이용량을 상당부분 점유하는 다량 사용자의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면 3G 주파수는 여전히 포화 상태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결국 다량 이용자들이 3G를 포기하고 LTE로 넘어가야 하지만, 무제한 데이터와 무적 칩 이용자들이 쉽게 포기할 리는 없을 터. 이통사들이 이들이 골칫거리인 줄은 알면서도 이들을 LTE 이용자로 적극 유도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같은 값에 같은 서비스를 LTE에서 내줘야 할 까닭이 없어서지만, 무엇보다 이 싸움에서 버티는 3G 이용자들이 이길 가능성 역시 적다. 어쨌거나 그들은 주파수가 필요하고 만만한 3G 주파수를 가만 둘리 없는 이들은 여러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통 시장의 논리에 또다시 모바일 이용자가 버려지는 순간이 오는 것은 그리 멀지는 않을 것 같다. 세계에서 유일한 광대역 LTE-A 시장을 열게 됐지만, 불과 몇 개월 뒤 더 빠른 LTE를 위해 3G 이용자들을 버리는 그 시작점은 아닐지 그래서 착잡하기만 하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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