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기의 기본틀은 프린터에 스캐너를 섞을 때 이미 완성되었다. 그 기본틀 안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팩스 전송을 위한 모뎀과 다이얼 버튼의 추가였다. 그 뒤 기능적으로 더 이상 넣을 것이 없을 것 같은 복합기에 뭔가를 또 넣어서 내놨다는 것은 꽤나 신기하게 볼 일 일텐데, 광학 드라이브를 넣은 복합기 HP ‘포토스마트 C8180’의 출현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다. 이렇게 가다가는 곧 ‘PC를 삼켜버린 복합기’도 나올지 모를 일이다.
복합기 속 광학 드라이브, 어디에 쓰나?
대부분은 PC에서 작업한 것을 인쇄하고 일반 문서를 스캔해 이미지로 저장하거나 팩스를 보내고 복사하는 데 복합기를 쓴다. 분명 대부분은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하지만 C8180은 이런 이용 환경에는 무척 ‘생뚱’ 맞은 광학 드라이브를 넣었다. 이건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사실 포토스마트 C8180이 제법 매끈하게 다듬어진 어여쁜 외모를 지녔지만, 오른쪽 메모리카드 리더 아래에 달린 광학 드라이브에 저절로 눈길이 꽂힌다. 노트북에서 쓰는 이 얇은 광학 드라이브는 폼으로 달아놓은 게 아니다. 실제로 리코딩도 되고 심지어 CD나 DVD 표면에 레이저 그림까지 넣는 라이트스크라이브도 된다. 복합기가 PC에 물려 있으면 윈도 탐색기에 외장형 광학 드라이브로 뜨기까지 한다. 여기에 프로그램 CD나 DVD를 넣으면 그 데이터를 읽기도 한다.
이 광학 드라이브가 복합기 안에서 하는 일은 위에서 말한 것과 모두 관련이 있다. 그 일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메모리카드나 USB 메모리에 들어 있는 사진을 곧바로 CD나 DVD에 백업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PC를 거치지 않고 복합기에서 CD나 DVD에 구워서 보관한다. PC에서 굽는 것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점이 편하다. 두 번째는 라이트스크라이브를 이용해 미디어에 글자를 새기는 것이다. 전용 미디어를 써야 하는 게 단점이지만, 습기에 지워지지 않는 글자를 진하게 새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긴 문장을 입력하기 어렵고, 문장이 길어질수록 글자를 새기는 시간이 길어진다. 마지막으로 CD나 미디어에 있는 이미지를 읽어 사진으로 뽑거나 다른 미디어에 복사한다.
그런데 복합기에 광학 드라이브를 넣은 것은 분명 기발한 착상이긴 했지만, 일상적으로 복합기를 쓰는 이용 환경에 맞물려서 쓰게 되는 기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광학 드라이브를 넣은 복합기가 이제 처음 나온 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복합기에 광학 드라이브를 넣어야만 할 절실한 이유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은 광학 드라이브가 C8180의 특징 중 하나라는 것과 광학 드라이브로 할 수 있는 재주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지만, 만약 사진을 광학 드라이브에 백업하거나 앞으로 백업할 계획을 갖고 있는 이에게 어쩌면 도움이 이 재주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나처럼 색다른 특징을 가진 장치를 좋아하는 이도 포함된다.
때문에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광학 드라이브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이 C8180을 자랑하는 데 더 도움이 될 듯하다.
터치스크린으로 다루기는 쉬워져
C8180의 첫 느낌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모양이나 덩치만 단순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구성 요소를 제거한 덕분이다. 종전 포토 복합기들이 무척 복잡한 틀에 온갖 버튼으로 장식한 것에 비하면 C8180은 버튼을 최대한 줄여서 복잡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버튼을 없앤 일등 공신은 터치스크린이다. 화면에 떠 있는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건드리기만 해도 여러 재주를 쓸 수 있다. 터치스크린에 있는 메뉴를 누르면 사진을 인쇄하거나 문서 복사와 스캔, CD/DVD로 굽기 등 필요한 옵션이 순서대로 뜨는 덕분에 다루기는 수월하다. 메뉴를 누를 때마다 어떤 동작을 하고 있는지 소리로 알려주어 즐겁고 애니메이션으로 화면이 넘어갈 때도 부드럽게 전환해 복합기를 쓸 때 드는 왠지 모를 딱딱한 느낌을 지웠다.
여느 복합기에서는 보기 드물게 큰 화면을 넣어 조작도 편하고 메모리카드에 들어 있는 사진을 확인하는 데도 편하다. 단지 큰 화면에 맞게 버튼이나 메뉴를 좀더 크게 다듬지 않은 점과 버튼을 눌렀을 때 그 작동 여부를 알려주는 인터랙션이 없다는 게 아쉽다. 또한 ‘시작할 터치스크린…’이라는 메시지만 보여줄 때가 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막강한 부가 기능, 그 끝은 어디?
사실 C8180은 값싸고 막 쓰기 좋은 대중적인 복합기가 아니라 편하게 좀더 많은 재주를 다루는 상위 개념의 포토 복합기다. 때문에 인쇄나 스캔, 복사 같은 기본적인 재주 이외에 좀더 세밀하게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앞서 광학 드라이브를 넣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지만, 광학 드라이브를 빼더라도 C8180에서 둘러볼 것들은 너무나도 많다.
C8180 안에서 가장 쓸모 있는 것은 사진 편집과 관련된 재주가 아니라 아마도 설정 메뉴에 있는 ‘인쇄 가능 학교 용지’일 것이다. 대학 노트나 아이들 공책용 괘선지, 그래프 용지, 작업 검사 목록용 서류, 악보, 미로 등 흔히 쓰는 일반 양식을 복합기 안에서 뽑는 재주다. 이 양식을 한 장 골라서 뽑은 다음 스캐너 위에 올려 여러 장을 복사해 묶으면 금세 노트 한 권을 만들 수 있다.
C8180은 반드시 USB로 PC에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USB로 PC에 연결하면 외장 광학 드라이브나 카드 리더로도 쓸 수 있긴 하지만, 유선과 무선, 블루투스 등 갖가지 연결 옵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모바일 장치의 문서와 사진을 뽑고 스캔을 해 이들 장치에 jpg와 pdf로 저장한다. 이를테면 휴대폰으로 찍은 이미지도 블루투스로 인화할 수 있고, 노트북에서 편집한 문서를 무선 랜으로 연결해 인쇄할 수도 있다. 다만 무선 랜과 블루투스로 쓸 때는 조금 복잡한 연결 방법을 익혀두어야 한다.
필름 스캔도 한다. 자동 용지 공급을 없애 윗면을 밋밋하게 만들었지만, 안쪽에 TPU가 있어서 35mm 필름과 작은 크기의 네가티브 필름을 스캔한다. 집에 있는 오래된 필름을 이미지로 바꿔 PC에 저장할 수 있으므로 사진을 정리하는 데 쓸모가 있다. 또한 메모리카드에 들어 있는 동영상에서 한 장면을 골라 사진으로 뽑기도 한다.
문서보다 사진 많이 뽑는 이에게 좋아
C8180은 문서보다는 사진 쪽에 좀더 무게감이 실려 있는 복합기다. 문서 인쇄를 잘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진 쪽에 맞춰진 재주가 무척 많아서다. 사실 스캐너의 광학 해상도나 비트 깊이만 따지면 일반 복합기에 넣기에는 너무 ‘빵빵’한 제원이라 부담스럽지만, 포토 복합기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구성이다. 하지만 사무용에서 제외한 이유는 인쇄 쪽이다. 최신 잉크젯 프린터나 복합기보다 문서의 질은 떨어지지 않고 제원에서 밝힌 속도도 꽤 빠르지만, 실제 초안 모드가 아닌 보통 모드로 뽑으면 속도가 조금 처지고 많은 문서를 뽑기 위해서 필요한 대용량 트레이 구조를 갖추지 않았다. 여기에 사무용 복합기에 거의 기본으로 달려나오는 양면 인쇄 장치를 옵션으로 뺀 것도 이유다.
C8180이 가장 잘 맞는 곳은 하드웨어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은 아이를 둔 주부나 가볍게 사진을 뽑아서 즐기는 대학생들일 것이다. 디카 사진이 들어 있는 메모리카드 하나만 꽂으면 사진 앨범이나 여권 사진, 지갑 크기 사진, 파노라마 인쇄물 같은 것을 바로바로 뽑아 준다. 아이의 과제물이나 학교에서 필요한 사진과 문서 양식을 복합기 안에서 처리할 수 있고, 무엇보다 화면에서 바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다른 프린터보다 A4 사진을 뽑는 속도가 빠르다. 큰 사진을 뽑을 때 인쇄된 사진의 맨 아래 부분의 마무리가 좋지 않아 망점이 드러나는 문제가 가끔 생기는 것이 옥의 티다.
잉크 카트리지 HP 02 6색 개별 카트리지
화면 크기 8.9cm(3.5인치)
분당 인쇄 속도 흑백 34장/컬러 33장
스캐너 해상도 광학 9,600dpi
스캐너 비트 깊이 96bit
팩스 없음
메모리 카드 리더 CF, xD 픽처, SD 카드, MMC, SDHC, HDMMC, MMC 플러스, 메모리스틱/듀오/프로 듀오, 미니 SD, SD 마이크로, MMC모바일, MS 마이크로 등
연결 USB, 100Mbps 랜, 802.11g 무선 랜, 블루투스, 픽트브릿지
양면 인쇄 옵션
값 미정
문의 한국 HP www.hp.co.kr
총점 ★★★★☆
정말 복합기에 광학 드라이브가 필요할까 싶은데 pc 이용이 제한적일수박에없는 사람들에겐 또 필요할지도 모르겠네요.
프린터에 메모리카드 슬롯 다는게 대세가 되었듯, 광학드라이브를 다는것도 유행이 될지 궁금해지네요.
그다지 유행으로 자리잡을 것 같지는 않고요. HP처럼 좀 독특한 발상을 하는 업체가 아니면 안나올 것 같습니다. ^^;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제품 무척 좋아합니다. 제가 원하는 스펙이라서~
장난아니게 사이즈가 커지는군요.. 저희집은 뭐.. HP 마니아이긴 하지만
(HP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 키보드, 마우스, 프린터)
아.. 생각보다는 아주 큰 편은 아니랍니다. 사무용 잉크젯 복합기에 비하면.. ^^;
ㅎㅎ 칫솔님 나빠요ㅠㅠ 제 블로그 보고 있으면서 인사도 안남기시고 ㅋㅋ ODD없는 노트북이나 UMPC많은 저로서는 솔깃한 얘기인데 칫솔님은 별로라고 하시고 ㅎㅎ
ㅎㅎ hanrss로 잘 읽고 있습니다. 빨랑 카페 만드세용.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오~
아.. 앞에도 말했듯이 개인적으로는 이 제품 꽤 마음에 듭니다. 제가 원하는 제원을 거의 다 갖춘 터라.. ^^; 단지 평범한 이들의 일상에 맞지 않은 부분을 이야기 한 것 뿐이랍니다~
음..저는 왜 이걸보고 MacBook Air가 생각났을까요…
맥북에어에 꼳았을 떄 광학 드라이브가 잘 돌아간다면 정말 효율성이 최고일듯한데요?
뭐 그것외에는 그닥 실용성은 안보이는군요…
에어에는 최고긴 한데… 사실 C8180이 자체적으로 리모트디스크 애플리케이션을 담아서 무선 광학 드라이브의 기능을 갖춘다면야 에어 이용자가 반드시 사야할 복합기가 되겠죠. ^^
외근에 지친 일상에 이제서야 블로그에 들려봅니다. C8180 자체만 놓고 보면 뭐 컨슈머 복합기 갈 수 있는 한계점에서 ADF만 빠진정도 수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광학드라이브에서 라이트스크라이브가 된다는 점은 뭔가 소품을 만든다거나 보관/선물용 자료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생각해볼만 하겠죠.
과연, 그럴만큼 고려할만한 가격으로 나오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_-a
저 위에 공상플러스님만큼 저도 집에 HP제품이 많더군요.. 🙂
RUSH님~ 팔이 너무 안으로 굽으신 것 같아 보이는데요? ^^;
컨슈머 복합기의 한계점은 기능 문제가 아니라 사진 처리에 대한 성능 문제일 수 있습니다. 최근 1천만 화소 카메라, 아니 500만 화소 이상의 카메라가 많아진 우리나라에서 고화질 사진에 대한 처리 복합기의 처리 성능이 따라가지 못하는 건 사실입니다.
앞으로 포토 복합기가 그 몫을 다하려면 프로세서를 가로 해상도 3천 픽셀 대의 고화질 이미지 처리도 능숙한 빠른 것으로 교체하는 게 맞을 겁니다. 이건 건의사항이니 꼭 전달 부탁합니다. ^^
우와 그런데 필름도 스캔할 수있군요..이건 정말 줗으데요? 정말 사진작업하시는분들에게는 유용할듯..
TPU가 너무 좁아서 전문 사진가들이 쓰는 필름은 스캔 못합니다. 그래서 가정용인것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