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해마다 15개 안팎의 ‘올해의 실패작’을 꼽는다. 2014년이 지나는 시점에 어김없이 올해의 실패작을 꼽은 기사를 게재했음은 물론이다. 올해 뽑은 15개 정도의 실패작 목록을 보니 마이크로소프트의 피트니스 웨어러블 장치인 밴드와 삼성에서 내놓은 스마트워치, 아마존의 파이어폰, iOS 8.0.1 등의 이름이 보인다. 다소 의외인 점은 지난 해에는 여기저기서 혁신의 대명사로 소개됐던 구글 글래스도 포함된 점이다. 구글 글래스 개발팀에겐 한 순간 혁신에서 이야기를 꺼리는 제품으로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도 충분히 뼈아플 것이다. 구글 글래스 2.0을 내놓는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봐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이긴 했지만, 그야말로 올해는 글래스의 슬픈 현실을 직면한 해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구글 글래스가 맞닥뜨린 현실은 더욱 처참하다. 미국에 이어 영국에서 판매를 시도하면서 판매 영역을 넓히는가 싶었으나 본체 가격은 여전히 비싸고, 안경을 거치할 수 있는 프레임 같은 액세서리 가격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뛰어난 하드웨어도 아니고 성능도 고만고만하다. 올해 여름에 킷캣으로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했지만, 오히려 종전 젤리빈 시절보다 반응이 느리고 발열은 더욱 심해졌으며 배터리를 더 많이 소모하는 탓에 글래스 이용자들로부터 실패한 업그레이드로 불렸다. 구글 글래스를 지원했던 여러 서비스가 문을 닫거나 기능을 축소했고, 글래스 체험관도 폐쇄됐다. 설상가상 구글 글래스를 관장하던 프로젝트팀의 책임자가 바뀌면서 구글 글래스 프로젝트의 미래가 불투명해진 게 가장 암울한 소식이다. 이것을 쓰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두들겨 맞는 소식도 가십거리가 됐다. 매일 쓰고 나갈 수도 없는 모양새도 부담이니 그야말로 실패작이라는 소리 들어도 이상할 게 하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구글 글래스가 많이 팔리지 않고 성능도 별로여서 상업적인 실패를 말하는 것이라면 그 결론은 분명히 맞다. 그렇다고 구글 글래스에 상업적 실패작라는 의미를 붙여 그 존재 가치를 깎아 내려야 하는게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글 글래스 같은 제품이 처음부터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기도 하거니와 그보다 구글 글래스의 숨은 의미는 많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험되고 있느냐에 있어서다.
지난 해 TED 강연에서 구글 글래스를 쓰고 나온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앞으로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곧바로 볼 수 있는 형태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만든 것이 구글 글래스와 같은 형태의 제품이라고 했다. 종전에 깨알 같이 정보를 찾았던 방법을 모두 생략하고 꼭 필요한 정보만 곧바로 보거나 들을 수 있고 손쉽게 입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더불어 디스플레이도 정보를 지속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두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졍면이 아니라 조금 위쪽으로 올렸다. 실제 구글 글래스를 쓰고 화면을 보면 바보같다는 조롱을 받아도 제품을 쓰다보면 왜 이런 구조인지 이해가 된다.
구글 글래스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바로 보고 쉽게 입력하는 이용 경험을 얻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다. 이는 이용 방법이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구글 검색을 통해 얻는 정보와 전혀 다른 형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입력하는 정보나 또는 구글 글래스를 통해 보는 정보가 인터넷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구글 글래스와 관련된 가장 최근의 소식 중에 응급 환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구글 글래스를 쓴 응급 요원이 응급 센터의 의사에게 현장 상황을 전송하고 처치 지도를 받는 명지 병원의 예가 있다. 구글 글래스로 실시간 영상 전송과 다양한 정보의 송수신 기술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연이 가능하다. 보안 분야나 제품 매장은 얼굴 인식을 이용, 실시간으로 행인이나 고객의 얼굴을 확인해 필요한 정보를 바로 받는 시스템에 대한 실험도 이어졌다. 물론 실제로 적용된 경우는 없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을 하고 있는 소식은 끊임 없이 들린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특수한 분야에서만 구글 글래스의 의미를 살린 실험이 진행된 건 아니다. 일반 이용자들에게도 구글 글래스의 실험은 가능했으니까. 그 중의 하나는 웨어러블 센서 정보를 구글 글래스에서 바로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윙바이트 같은 동작 센서를 달고 골프 연습을 할 때 그 결과를 보기 위해 클럽을 내려 놓고 스마트폰을 여는 게 아니라 클럽을 잡은 채로 잠깐 화면을 보면 그만이다. 스마트폰으로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겠지만, 구글 글래스를 통해 그 상황에서 불필요한 것을 모두 배제하고 꼭 필요한 정보만 보며 하던 일을 계속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은 구글 글래스를 표시 화면을 가진 단순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관점으로 봤을 것이다. 그런 관점을 갖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니다. 모든 이가 경험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고 짧은 시간 화면과 음성 입력 등을 해본 이들의 경험담은 여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글 글래스는 그리 단순한 관점에서 바라봐도 좋은 제품이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두 눈과 두 귀와 두 손을 자유롭게 쓰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볼 수 있는 미래의 행동에 대해서 오늘날 던져야 할 질문을 담고 있는 제품이라서다. 비록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좋을 만큼 멋진 디자인이 아니며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비난도 받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짜 가치를 찾는 일은 이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구글 글래스는 영원한 실패작으로 매도될 만큼 가치 없는 실험작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올해는 실패했다는 평을 받았더라도 내년에는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이야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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