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I/O 2016에 흥미로운 소식이 많이 나왔지만, 의미있게 볼만한 기술 가운데 잘 알려지지 않은 것도 적지 않다. 구글 솔리(Soli)도 그 중 하나다. 프로젝트 탱고를 비롯해 구글에서 미래 지향적 기술을 선보여 온 구글 ATAP(Advanced Technology And Project)가 지난 해 구글 I/O 2015에서 처음 공개한 솔리는 간단히 말하면 ‘초소형 레이더’다. 구글은 이 레이더 기술을 미래형 인터페이스로 도입하기 위해 연구해왔는데, 생각보다 빨리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기술로 발전시켜 이번 구글 I/O 2016에서 한번 더 소개했다.
구글 I/O 2015에서 구글은 처음으로 선보였던 솔리는 사실 상상에 기반한 기술이었다. 구글은 특정 방향으로 전자파를 내보내고 대상물에 부딪친 반사파를 통해 위치를 알아채는 레이더 기술로 미래 지향적이고 자연스러운 손가락 제스처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실제 그 프로토타입을 지난 해 구글 I/O에서 처음 공개했다.
솔리 프로토타입 공개 이후 구글 ATAP팀은 올해 그 상상 속의 레이더 기술을 현실로 가져와 상용화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개발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난 해 10월, 기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솔리 알파 개발 키트를 만든 뒤 14개 국가에서 온 60여 핵심 개발자만 불러 솔리 알파 키트를 통한 실험을 진행했고, 개발자들이 솔리 기술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켜봤다. 각 개발자들은 단순한 쇠나 물, 우유 같은 물질을 알아채거나 3차원 이미지를 생성하거나 터치 체스처를 구현했고, 차내 리모컨으로 조작하거나 음악의 재생에 필요한 제어, 영상미를 만드는 영상 효과를 연출하는 데 솔리 기술을 활용했다.
이 같은 개발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솔리의 가능성을 엿본 이후 구글 ATAP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솔리 칩은 매우 작지만, 이 칩의 기술을 쓰기 위해선 고성능 PC가 필요했던 것이다. 솔리의 시제품이 연구실 수준의 미래 지향적 인터페이스 컨셉을 입증하는 것에서 벗어나려면 결국 상용화에 초점을 맞춰야만 했고, 일단 이를 스마트워치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스마트워치에서 쓸 수 있다면 다른 영역에서도 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던 것이다.
스마트워치에서 쓰려면 기존 레이더의 상식을 깨야만 했다. 위성이나 군사용으로 쓰는 레이더는 이미지 트래킹을 위해 슈퍼컴퓨터가 필요한 매우 값비싼 장비였지만, 스마트워치는 이보다 훨씬 적은 컴퓨팅 파워를 갖고 있다는 게 문제다. 또한 전력 문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구글은 솔리를 슈퍼 컴퓨터가 필요 없는 초저전력 레이더 시스템으로 개발해야만 했다.
구글 ATAP가 처음 만들었던 솔리는 1.2W의 전력을 소비했다. 적은 용량의 배터리를 가진 스마트워치에서 1.2W의 소모 전력은 너무나 컸다. 구글은 1년 만에 이 소비 전력을 0.054W로 줄였다. 초기 시제품에 비해 22배나 줄인 것이다. 또한 적은 컴퓨팅 파워로도 레이더 신호를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한 끝에 이 칩은 스마트워치용 프로세서인 퀄컴 스냅드래곤 400, 인텔 아톰 프로세서에서 작동한다. 25센트 동전보다도 훨씬 작은 솔리 칩셋은 1초에 1만8000천 번의 레이더 프레임을 잡아낸다. 구글은 솔리 칩셋을 곧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안드로이드에서 작동하는 안드로이드 런타임 내 솔리 라이브러리와 안드로이드 프레임워크의 솔리 제스처 프레임워크, 그리고 솔리 애플리케이션 등도 준비해 놓았다.
구글 ATAP는 기술을 준비한 것에서 끝내지 않고 이것이 스마트워치에서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지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런데 구글이 처음부터 스마트워치 본체에 이 기술을 넣은 것은 아니었다. 첫 시제품은 스마트워치 본체가 아니라 시계 줄과 본체 사이에 납작한 연결형 모듈처럼 부착할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구글은 이런 모듈 형태가 사용성에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를 본체에 넣기 위한 방법을 찾았다. 그 결과 더 작은 솔리 칩을 시계 줄이 아닌 시계 본체에 넣는 데 성공한 것이다. 새로운 스마트워치 시제품은 시계 줄을 연결하는 고리 부분에 솔리를 적용, 시계의 모양을 유지하면서 사용성을 보완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구글은 LG MC 사업부와 함께 솔리 기술을 안드로이드 워치인 LG 어베인에 처음 적용하는 데 성공했다.
구글 솔리 기술을 적용한 안드로이드 워치, LG 어베인은 그럴싸한 모양만 갖춘 게 아니다. 구글은 I/O 2016에서 솔리 기술의 스마트워치가 어떻게 작동하는 지 실제 작동 모습을 시연한 것이다. 솔리 기술이 적용된 LG 어베인에 손바닥을 편 채 가까이 대자 시계 화면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미리 지정해 놓았던 문자 애플리케이션으로 전환되고 좀더 가까이 댈수록 문자 목록이 아래로, 손바닥을 멀리 뗄수록 위로 스크롤 됐다. 손바닥을 아주 가까이 대자 첫 문자의 내용까지 표시했다. 또한 엄지와 검지를 맞댄 뒤 어베인 앞에 대고 엄지를 위로 튕길 때마다 시계 화면 뒤로 스마트워치 앱이 전환됐다. 화면을 터치하거나 버튼을 누르지 않고도 필요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시제품을 통해 입증한 것이다.
구글은 스마트워치에 솔리를 적용한 데 이어 JBL과 협업해 솔리 기술을 적용한 스피커 시제품도 처음 공개했다. 이 스피커는 스마트워치와 달리 15m 거리에서도 손으로 제어할 수 있다. 주먹을 쥔 상태에서 엄지만 위로 튕기자 다음 음악을 재생했고 손바닥을 펴고 위아래로 흔드니 곧바로 무음 모드로 전환됐다.
이처럼 레이더 기술을 활용한 솔리는 원거리에서 제스처 조작을 할 수 있는 기술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구글은 솔리를 웨어러블이나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 때문이다. 더불어 솔리가 터치스크린과 음성 입력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들과 함께 쓸 수 있는 3차원 입력 도구라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구글은 LG와 JBL 브랜드를 갖고 있는 하만 이외에도 더 많은 제조사들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개발자들에게 솔리의 제품화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지난 해 선보였던 솔리 알파 개발 도구를 개선한 솔리 베타 개발 도구를 이번 구글 I/O에서 공개한 때문이다. 더 작고 전력을 줄인 솔리 개발 키트를 이용해 개발자들은 직접 솔리를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나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지난 해 알파 개발 키트로 다양한 응용 기술의 가능성을 이제는 상용 기술의 가능성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소형 장치에서 더욱 효율적인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는 솔리가 그동안 어색했던 제스처 입력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제스처 인터페이스 뿐만 아니라 사물 인식 기술을 연구해왔던 개발자들에게 이 기술은 그들의 노력을 도와줄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을 듯하다.
울나라는 아이들 후려쳐서 독안에 든 게처럼 경쟁시키고는
창의력 없는 인재들만 잔뜩 길러놓고는
이런 비스무리한 것 발명은 언제하냐?
우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