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최근 두 가지 소식을 전했다. 하나는 구글 글래스를 구글 엑스 랩(Google X Lab)에서 졸업시키는 것과 조립식 스마트폰 프로젝트인 ‘아라’의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성패에 대한 말이 많은 구글 글래스 이야기부터 먼저 정리해보자. 구글은 구글 글래스를 연구소에서 졸업시킨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여러 해석이 나왔다. 구글 글래스의 단종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대체로 새로운 단계로 올라서려 하는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구글 엑스 랩은 실험 제품을 선도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다. 그곳을 벗어난다는 것은 연구 단계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수업을 다 마치고 사회가 나설 채비를 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구글 글래스 사업을 접는다는 주장보다 다음 단계로 나간다는 사실을 유추하는 이유는 단순히 졸업이라는 말로 끝난 게 아니라서다. 그 후속 작업을 위해 구글이 선임한 책임자가 의미심장하다. 토니 파델이다. 토니 파델은 구글이 인수한 네스트의 창업자 중 한 명이다. 그런데 그가 네스트의 창업자라서 흥미로운 게 아니다. 그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제품을 여럿 만들었던 사람이다. 필립스에서 PDA를 만들며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고, 애플에선 아이팟을 만들던 비밀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사람이었다. 아이팟의 아버지를 검색하면 뜨는 토니 파델이 바로 ‘그’다. 구글은 그에게 구글 글래스를 맡겼다. 때문에 구글 글래스가 사업을 접은 게 아니라 다음 단계로 간다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상업적 성공을 거둔 전력을 가진 이에게 지금까지 연구 결과를 맡겼으니 헛되이 버려지는 일은 없을 거라 믿고 싶은 것이다.
이 소식보다 며칠 앞서 전해진 것이 조립식 스마트폰이라고 부르는 프로젝트 아라(Project ARA)다. 구글 글래스에 비하면 아직도 개발 단계에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과감하게 대중적 실험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구글 글래스가 익스플로러 프로그램을 했던 것과 같은 시도다. 프로젝트 아라도 상급 반으로 진학하는 셈이다. 개발자와 얼리 어답터에게 먼저 선보였던 구글 글래스 같은 실험적 도전이라는 면에선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특이하게도 푸에르토리코에서 시작한다. 우리에게 푸에르토리코는 낯설긴 하나 잘 갖춰진 통신 환경과 IT를 위한 환경이 잘 구축된 나라다. 구글은 푸에르토리코가 휴대폰과 스마트폰 보급이 잘 되어 있는 데다 77%나 되는 이용자가 모바일을 통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프로젝트 아라의 실험 방식도 독특하다. 구글은 프로젝트 아라 프로젝트를 위해서 독특한 타코 트럭을 운영한다. 또르띠아 위에 각종 요리를 얹어서 쌈을 싼 음식 ‘타코’를 만드는 즉석 조리 트럭처럼 이 타코 트럭은 즉석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스마트폰을 만들어낸다. 타코 요리도 이용자 취향에 따라 안에 넣는 음식이 달라지듯, 이용자마다 다른 취향에 맞는 스마트폰을 조립하는 것이 이 트럭이라는 이야기다.
아라 폰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메인보드에 각종 PC 부품을 꽂고 케이스에 넣어 개인이 원하는 성능과 모양새를 지닌 조립 PC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만들기 때문이다. 메인보드 같은 역할을 하는 엔도(Endo)에 기능을 넣은 모듈, 그러니까 AP나 배터리, 통신 모듈, 카메라, 화면처럼 각각 분리된 모듈을 꽂기만 하면 곧바로 스마트폰이 되는 것이다. 이용자가 원하는 성능의 부품을 넣을 수 있고 언제든 문제가 있는 부품의 교체할 수 있다. 하나의 스마트폰으로 여러 지역에서 써야 하는 호환성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쓰다가 중국이나 유럽으로 넘어간 뒤 통신 모듈만 바꿔 현지 심을 꽂아 더 값싸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는 이용자가 듀얼 심을 쓰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센서 모듈을 붙여 재미있는 실험도 해볼 수 있을 게다.
프로젝트 아라는 맞춤형 스마트폰을 소량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물론 이것을 벗어나 더 폭넓게 생각하면 맞춤형 모바일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상업적으로 양산하는 제품들이 갖고 있는 가치와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철저한 실리를 따지는 제품인 것이다. 값싸고 배부르게 한끼를 채우는 타코처럼 프로젝트 아라도 모바일 제품에서 채우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키우며 배워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소개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해 봄에 발표되어 지금 한창 실험을 하고 있는 프로젝트 탱고가 있다. 프로젝트 탱고는 구글 글래스만큼 값이 비싼 태블릿으로 공간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보강한 제품이었다. 탱고 태블릿에 들어 있는 3D 동작인식 센서를 통해 주변의 3차원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일단 탱고 프로젝트는 태블릿 형태로 나왔지만 앞으로 인간 수준의 공간과 움직임을 이해하는 목표점에 도달하면 스마트폰으로 내놓는 것도 목표에 들어 있다.
프로젝트 탱고 태블릿을 개발한 팀은 구글의 ATAP(Advanced Technology And Project)다. 원래 모토롤라 소속이었다가 레노버에 모토롤라를 넘길 때 구글에 남겨 놓은 팀 가운데 하나다. 프로젝트 아라도 모토롤라로부터 구글이 남겨 놓은 팀인데, 구글은 모토롤라보다 그들의 유산을 더 탐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탱고 프로젝트는 그 공간 인지 능력을 이용해 무엇을 할지는 전적으로 사람에게 달린 일이지만 할 수 있는 활용사례는 많다. 공간과 움직임을 알아채는 모바일 제품은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줄 뿐만 아니라 그 기술 자체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 무인 자동차나 무인 드론, 무인 화성 탐사 로봇 같은 공간 인지가 필요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 실험을 9개 나라의 다양한 연구소들이나 기업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만든 시제품은 4천 여개 정도로 알려졌는데, 소비재 제품뿐만 아니라 기술 자체가 얼마나 쓰일 수 있는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중이다.
지금 설명한 구글의 세 가지 프로젝트는 모두 우리 일상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는 제품과 관련된 것이다. 그렇다고 이 프로젝트들이 모두 하드웨어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은 아니다. 각 장치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무슨 이유로 만들 것인지 초점을 맞추고 그 제품에 맞는 이용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실험 단계에서 개발자와 이용자에게 공개해 관심을 끌어내고 그들로 하여금 환경을 구성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부분이 다른 제조사와 다른 점이라는 것이다. 물론 상업적인 판매가 아닌 실험일 뿐이라고 할지라도 그 단계부터 많은 이들의 참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더 나은 제품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구글이 진행하는 개방형 프로젝트의 또 다른 성과는 아닐까?
덧붙임 #
이 글은 에코노베이션에 기고했던 글로 원문과 일부 내용이 다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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