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인 컴퓨팅 업계는 종전의 틀을 깨고 헤쳐 모이는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PC와 모바일, 스마트 가전의 경계가 점점 옅어지면서 어느 한 분야에만 집중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절박함으로 인해 업계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혼란기에서 기회를 잡은 기업도 있는 반면, 거꾸로 고비를 맞는 기업도 있기 마련. 지금 시점의 인텔은 그 힘든 고비를 넘어야 하는 기업 중 하나일 것이다.
인텔은 PC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세서 기업인 것은 맞다. 하지만 모바일과 스마트 가전으로 확장되는 개인 컴퓨팅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이다.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한 탓에 미처 대응을 못한 데 따른 결과를 두고 인텔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더구나 인텔은 언제나 PC업게의 주도권을 쥐고 시장을 만들었지만, 이번 만큼은 그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탓에 끼어들기도 쉽지 않다. 내색은 안하지만, 주주들도 인텔의 이런 모습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인텔이 오는 4월 12일과 13일 베이징에서 개최하는 인텔 개발자 포럼(IDF)에서 안드로이드 기반 노트북을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흥미를 끈다. 인텔은 이미 대만 OEM 업체인 인벤텍과 콤팔 전기에게 의뢰해 안드로이드 기반 넷북을 제작토록 했고, 베이징 IDF에서 공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려면 4월 12일까지는 기다려야 하지만 실제로 안드로이드 넷북이 등장한다면 꽤 흥미로운 이야기 소재로 떠오를 것은 안봐도 뻔하다. 이는 많은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안드로이드 넷북은 에이서가 2009년 컴퓨텍스에서 시제품을 선보였으므로 이번 IDF에 선보이는 것은 최초의 안드로이드 넷북은 아니다. 다만 당시 제품은 몇 가지 이유로 상용화를 할 수 없었다. 안드로이드가 PC용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것,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한 PC 제조사가 건드릴 수 없이 어려운 운영체제라는 점이 결합해 실제 제품화에는 한계를 경험한 것이다. 지금도 안드로이드는 PC용 운영체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지금 인텔이 나서서 안드로이드 넷북을 내놓으려는 배경을 상상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재밌다.
인텔은 이미 윈도를 비롯해 리눅스와 자체 운영체제인 미고 같은 운영체제를 자사 프로세서에서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가운데 대중성을 가진 것은 사실상 윈도 뿐이다. 그동안 리눅스의 떨어지는 사용성과 대중적 인식이 낮은 미고를 넣은 넷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윈도 넷북이 잘 팔렸다는 것 외에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 한 가지가 있다. 리눅스 넷북이 윈도 넷북보다 100달러 정도 쌌다는 점 말이다. 즉, 운영체제의 선택만으로도 넷북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넷북 가격이 중요한 이유는 넷북의 포지셔닝 때문이다. 넷북은 애초부터 이렇게 높은 가격으로 형성하려 했던 제품군이 아니었다. 인텔은 PC 보급율이 높은 국가에서는 세컨 PC로서 가볍게 구매할 수 있고, 개도국에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보급형이 되길 바랐다. 그런데 어쩔 수 없던 초기 넷북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 체계는 지금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고 있다. 이미 각종 부품가를 최저로 반영한 상태지만, 여전히 단가는 낮아지지 않았다. 마진을 생각해야 하는 업계의 고집도 있지만, 여전히 지배력이 강한 윈도가 또 다른 원인이었다.
인텔은 윈도 지배력을 꺾기 위해 온갖 수를 다 동원했다. 리눅스에 대한 지원도 강화했고 직접 운영체제도 만들었다. 모블린에 이어 만들어낸 미고도 그 부산물 중 하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닌 하드웨어 기업에서 만든 운영체제의 도입은 지지부진했다. 주변의 도움도 적었다. 윈도의 지배력은 그대로인데, 넷북에 대한 관심도는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ARM 지원을 선언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인텔의 탈 윈도 선언 뿐이다.
문제는 윈도를 대신할 대안이다. 여기에는 조건이 붙을 수밖에 없다. 이미 리눅스와 미고의 실패를 경험한 인텔이었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윈도 만큼 대중성을 갖췄으면서 편의성이 높고, 가격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운영체제를 찾아야 했다. 또한 윈도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려면 기존의 PC 사용성을 깨부술 수 있는 혁신성도 동반되어야 한다.
인텔이 실제 안드로이드 넷북을 내놓는다면 이런 조건에 가장 부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위해 개발했고 이미 인지도를 가진 운영체제가 PC에 이식되는 것 자체가 혁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결정은 윈도로 기울어진 현재 PC 운영체제 시장의 저울추를 맞추는 것이기에 MS에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는 계기가 된다. 윈도와 공멸의 길을 걸을 수도 있는 모험이지만, ‘적의 적은 친구’라는 말처럼 구글을 PC 시장으로 끌어 넣음으로써 구글의 PC 시장 진출을 돕는 동시에 MS를 압박하는 장치로 활용할 수 있다.
이것이 성공하면 PC 시장은 안드로이드와 인텔을 합친 안텔(AN-TEL)이라는 신조어가 생길지도 모른다. 과거 MS와 인텔의 협력으로 윈도와 펜티엄의 동반 성공을 가져온 ‘윈텔’처럼, 구글의 PC 시장 진입과 인텔의 탈 윈도의 성공적 협력을 뜻하는 단어로 퍼질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안텔이 우뚝 설까? 그걸 확인하려면 4월 12일이 지나야 할 것 같다.
크롬이 아닌 안드로이드군요.. 허니컴도 있으니 못쓸물건은 아닌거같은데…. 크게 기대는 안된다는..
크롬 태블릿은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어느 쪽이든 경쟁력 있는 운영체제가 필요한 상황이긴 합니다.
오타인줄 알았는데 신조어였군요!
‘ㅣ’ 옆에 바로 ‘ㅏ’ 가 오타라고 생각하긴 쉽겠네요. ^^
어쩌면 크롬OS와 안드로이드가 결합된 형태의 OS가 진짜 인텔과 구글의 무기가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네, 향후 두 버전이 통합되면 구글과 인텔은 가장 강력한 PC 플레이어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안텔은 왠지 ‘인돼’가 떠오른다는.. -.-;
확실히 인텔은 MS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려고 여러가지로 애쓰는 듯 싶기도 해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상황이죠. ^^
안텔보다는 인드로이드가 나을꺼 같기도 하구요 ㅎ
아무튼 MS가 몰락해도 한국이 있으니 죽지는 않을것 같아요 (씁쓸하지만)
인드로이드는 너무 길어서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