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보드 VR에서 짐작하는 모바일 VR의 특징

카드보드 VR, 구글 카드보드

지난 여름에 열린 구글 I/O 2014에 참석했던 개발자들은 조금 특이한 사은품을 받았다. 골판지 뭉치를 들고 출구를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 골판지 뭉치는 단순한 휴지 조각이 아니다. 가상 현실(Virtual Reality)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든 조립 키트였다. 비록 상용 제품만큼 완성도가 높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가상 현실의 느낌을 전하는 데 모자람은 없다.

골판지로 만든 카드보드 VR의 매력은 가성비에 있다. 골판지로 뼈대를 만들고 스마트폰을 디스플레이로 이용해 재료비를 대폭 낮출 수 있는 때문인지 이와 유사한 조립 키트가 여럿 나온 상태다. 우리나라 인터넷 장터에서도 1만2천 원 안팎에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카드보드 VR의 대부분은 골판지로 이뤄졌지만, 볼록 렌즈와 네오디움 자석처럼 필수 재료가 있어야 하는 까닭에 이런 조립 키트를 쓰는 것이 덜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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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플레이에서 내려 받은 VR 관련 앱

카드보드 VR은 시간이 조금 걸릴 뿐 조립에 어려운 점은 없다. 모양을 갖춘 이후에 앱 장터에 있는 게임이나 동영상 같은 여러 VR 앱을 설치하고 실행한 뒤 스마트폰을 골판지 앞쪽에 꽂아 렌즈를 통해서 보면 그만이다. 스마트폰을 터치할 수 없는 터라 네오디움 자석을 이용한 조작법이나 블루투스 게임 패드 같은 컨트롤러로 다루는 법만 익히기만 하면 가볍게 가상 현실 컨텐츠를 즐길 수 있다.

비록 카드보드로 만든 VR이라곤 하나 낯선 가상 현실에 대해 접근하기 쉽도록 도와주고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충분히 다하고 있다. 만듦새나 품질의 완성도가 낮다고는 하나 이용자가 잘 모르던 가상 현실의 재미를 부담 없이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상 현실 컨텐츠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종전 3DTV에서 입체 영상을 보면서 느꼈던 메스꺼움 같은 부작용을 경험하는 이들도 없진 않겠지만, 평면 컨텐츠에 지친 이들에게 가상 현실에서 새로운 컨텐츠의 가치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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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카드보드 VR은 가상 현실 컨텐츠의 새로운 재미만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나올 모바일 VR 장치들의 특징이 이미 카드보드 VR에 간략하게 반영되어 있어서다. 종전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형 가상 현실 장치는 기본적으로 표시 화면을 내장한 형태로 만들어 왔던 것과 다르게 카드보드 VR에서 보듯 실제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장치의 화면을 이용하는 VR 제품들의 축소판인 셈이다.

VR 장치에 스마트폰을 쓰는 것은 여러 장점을 갖고 있기는 하다. 화면 같은 핵심 부품을 넣을 필요가 없으므로 VR 주변 장치 제작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여기에 네트워크나 저장 장치, 배터리 같은 복잡한 설계를 하지 않아도 되므로 VR 장치의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물론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광학식 렌즈의 구성과 머리에 쓴 채 조작할 수 있도록 버튼이나 터치 패드를 넣는 작업은 따로 해야 하지만, 나머지 설계를 생략할 수 있는 만큼 구조를 간소화할 수 있고 이용자에게 구매 부담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무게 만큼 제품 무게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VR에서 즐길 수 있는 컨텐츠의 설치와 삭제가 쉬운 것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모바일 VR의 장점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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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을 쓰는 VR의 단점도 존재한다. 일단 스마트폰 화면의 작동 특성에 따라 이용자가 불편을 느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화면의 깜빡임이나 밝기, 반응 속도 같은 특성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이 특성이 좋지 않은 화면의 스마트폰을 쓴다면 오히려 해가 된다. 여기에 스마트폰 화면을 둘로 나눈 뒤 렌즈를 통해서 보는 두 화면을 마치 하나처럼 보이도록 만든 것이 VR의 작동 원리이므로 스마트폰의 해상도가 낮으면 VR 컨텐츠의 선명도도 낮아진다. 지금보고 있는 QHD 해상도가 오히려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스마트폰에 쓰인 화면의 성능과 품질에 따라서 이용자가 보는 가상 현실 컨텐츠의 품질도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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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 장치를 VR로 전환시켜주는 AirVR 프로젝트

결국 스마트폰을 쓰는 모바일 VR의 열쇠를 쥔 것 중 하나는 스마트폰의 화면이라는 결론이지만, 카드보드 VR에서 봤듯이 품을 들이지 않을 수 있는 구조는 주변 장치 업체의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는 결정적 요소다. 물론 모든 업체가 무조건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시장성도 아직은 미지수라는 게 문제로 보이나 현재 게임이나 관련 컨텐츠 시장의 움직임을 감안하면 그저 지켜보고 있을 때는 아닌 듯하다. 다양한 단말에 대한 호환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아내 그 효과를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고민을 반영한 제품에 대한 기회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HIL CHiTSOL CHOI Written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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