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네 소개를 부탁해.
어. 안녕. 난 넥서스 6(Nexus 6)라고 해. 모토롤라 공장에서 태어났는데 호적은 구글에 올라있지.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공장을 벗어나 사회에 나와 보니 나하고 똑같은 길을 걸었던 우리 형제들이 있었더라고. 신기하고 재미있는 상황이었어.
아마 그게 넥서스 가문의 전통이야. 그건 그렇고 네 형제들과 태어난 곳만 다른 건 아니잖아?
앞서 나온 형제들과 비교하면 내가 모든 면에서 최신이고, 더 잘생겼지.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글쎄… 아, 적어도 우리 넥서스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한 가지 전통은 잘 따랐다고 봐. 최신 운영체제를 맨 처음 넣었다는 거. 안드로이드 롤리팝을 올린 세 레퍼런스 중 하나였으니까. 한국에선 나와 안드로이드TV를 구경하는 게 어려운 일이어서 나에 관한 정보는 잘 공유되지 않은 걸로 알지만…
너에 대한 관심도에 비하면 이야기는 많이 된 편인 거 같아. 한국 생활은 적응할 만하니?
사실 미국으로 건너갈 때만 해도 한국까지 여행할 줄은 몰랐거든. 더구나 이곳엔 내가 이상이 생겼을 때 손봐줄 만한 외가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진짜 고민은 여기서도 내가 가진 능력,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수 있을까였어. 원래 미국에서 쓰라고 만든 체질이라…특히 통신망이 가장 큰 걱정이었어. 나같은 애들은 통신을 쓸 수 없으면 반쪽이잖아. 다행히 여기서 3G는 별 고민 없이 쓸 수 있는 건 확인했어. LTE도 일부는 호환될 거라고 믿지만, 그 시험은 아직 안해봐서 장담은 못하겠지만. 여긴 이통사 앱이 강력하다던데, 다 돌아간다는 보장은 못하겠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들은 다한다 해도 이곳에서 날 거부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솔직히 말하면 네게 나노 심카드를 꽂고 한참동안 이통사 표시가 뜨지 않아서 상당히 걱정했어. APN도 잡는 메뉴조차 없어서 더욱 당황했거든.
아마 그 메뉴가 있었다면 나도 좀더 빨리 네트워크를 잡았을 테지만, 어쨌든 이제 APN 같은 거 몰라도 쓰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건 편해진 일일 거야. 금세 되지 않는다고 자주 껐다 켜지말고 진득하게 기다리라고 부탁하고 싶군.
이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자. 너도 한 덩치 그 이상이더군.
손이 작은 사람에겐 확실히 부담이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어. 내 큰 얼굴 때문일 거야. 거의 6인치에 가까운 화면을 썼으니 아무리 덩치를 줄이고 싶어도 그게 쉽진 않겠지. 그래도 글자나 영상이 크게 보여서 시원하지 않아? 색감이 좀더 진하게 표시되는 건 조금 적응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큰 화면에 이 덩치를 가진 것에 비하면 손에 잡는 느낌은 나쁘지 않을 거야. 뒤태를 꽤 신경 썼거든. 특히 나를 받쳐 잡은 아래 쪽을 되도록 가늘게 만든 데다 모서리를 부드럽게 다듬어 손에 감싸 쥐는 불편을 줄이고 좋은 느낌을 주려고 했지. 물론 무게 중심이 약간 위에 있어서 너무 아래를 잡으면 놓칠 위험이 있지만… 그래도 누구나 나를 한손으로 다루기는 힘들거야. 우리 가문의 자존심 때문인지 한손 모드 같은 재주 같은 건 넣어놓질 않았으니까.
한 손으로 쓸 수 있는 덩치는 확실히 아니지. 전반적으로 매끈한 만듦새가 참 마음에 들어. LED로 감싼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와 보이는 것) 없는 설계도 좋고. 버튼만 빼고.
요즘 카툭튀를 하도 놀려대는 통에 디자이너가 꽤 신경쓴 듯해. 특히나 손떨림 방지 기능이 들어 있는 13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주위에 동그랗게 만들어 넣은 LED는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이야. 그리고 버튼 문제 말인데, 오른쪽에 있는 전원 버튼과 볼륨 버튼을 말하는 거지? 너무 가깝게 붙여 놔서 전원 버튼을 눌러야 하는 데 볼륨 버튼을 눌러서 속상할거야. 사실 볼륨 버튼에 무늬가 있어서 손가락 끝에 다른 촉감을 느낄 수는 있는데, 그냥 버튼 위치만으로 곧바로 누르기 힘든 건 이해해줘.
벤치마크를 통해서 네 성능을 살펴봤어. 뭐랄까. 다른 제품을 압도하지는 않아도 뒤쳐지지 않는 건 나쁘지 않더군. 물론 쪼오끔~ 기대한 부분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최고 성능을 낼 수 있는 제원이 아니라는 건 나도 잘 알아. 내가 넥서스 시리즈 중에는 최신이어도 모든 부품이 최신은 아니니까. 하지만 알잖아. 왜 레퍼런스라고 하겠어. 적어도 소프트웨어 최적화는 내가 좀더 나은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잖아. 어쨌거나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다른 제품과 경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긴 해. 물론 램에 남은 찌꺼기를 제대로 치우지 못하는 문제는 좀더 시간이 걸릴 거 같아. 그건 하드웨어로 해결되는 건 아니라서 말이지.
사실 성능은 눈에 띄게 좋은 느낌은 들지 않은 데 의외로 네가 열을 적게 내는 덕분에 짜증이 덜한가봐.
그게 나도 좀 의외인데… 벤치마크 프로그램이나 게임 같은 무거운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돌려도 아주 뜨겁지 않고,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건 솔직히 반갑더라고. 발열은 잘 잡았은 듯 싶어. 아무리 뜨거워도 50도는 넘지 않는 건 확인했을 텐데, 실제 손으로 만질 때 온도는 그에 못미치는 느낌일 거야. 내게 심어 놓은 것보다 더 늦게 나온 퀄컴의 신형 두뇌가 요즘 발열이 심해서 제조사들이 꺼린다던데, 그러고 보면 적당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어. 하드웨어에 욕심을 내는 것보다 나처럼 운영체제 최적화의 중요성을 한번 더 강조할 수 있을 테고.
물론 운영체제 최적화는 중요하지. 사실 너를 쓰면서 좀 쾌적함을 느끼긴 하지만, 런처는 단순하지만, 몇몇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더군.
큰 화면이 답답해 보여서 하는 말일거야. 그 느낌을 이해할 거 같아. 6인치에 가까운 커다란 화면(5.96인치)에 높은 해상도(2560×1440)에도 아이콘도 크고, 글자도 크니까 왠지 화면이 커 보인다기보다 꽉 차보인다고 할까. 더구나 앱 서랍의 앱들은 설치 순서가 아니라 무조건 이름 순으로 재배치되니 새 앱을 설치한 다음 금세 앱을 찾지 못해 혼란스럽기도 할 거야. 그래도 고해상도에 맞는 새로운 글꼴을 넣은 덕분에 인터넷이나 문서를 볼 때 이전보다는 훨씬 편하지? 레퍼런스인 만큼 많은 것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이 장점이면서 때론 단점으로 지적되는 건 여전해.
그나저나 넌 안심할 수 있을가? 너의 분신 중에 배터리가 부풀어 오른 게 있다는 소식을 들었거든.
아직까진… 하지만 내가 그걸 장담할 수는 없을 것 같아. 그건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는 문제라서 말이지. 근데 그런 문제가 나타나면 교환이나 수리를 받으면 될 텐데, 여기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을 것 같긴 해.
그저 이상이 없기 만을 바라야겠군. 그나저나 너의 스태미너가 나쁘진 않은 듯한데…
배터리 시간이라면 아주 길다고는 말하긴 어렵지만, 나아지는 것을 느꼈어. PC 마크의 배터리 성능 테스트를 돌려봐서 알겠지만, 처음 롤리팝을 얹어서 테스트했을 때 6시간 20여분 정도를 버텼지. 그런데 안드로이드 5.1로 올리고 난 뒤 배터리 시간이 거의 1시간이나 더 늘어났더라고. 지금 테스트해보면 7시간 20분 가까이 작동할 거야. 내게 어떤 마법을 부린 건진 나도 잘 몰라. 배터리 용량(3220mAh)은 변함이 없거든.
그게 최적화의 힘이 아닐까? 이제 이야기를 끝내야 할 때가 된 거 같아. 더 하고 싶은 말은 없니?
어, 글쎄… 사실 이곳에 온 것 자체가 어리둥절한 상황이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와 같은 길을 날아온 분신들이 조금 있을 것 같지만, 정말 그 수가 얼마 안될 거 같거든. 이곳에서는 내가 환영받을 제품도 아니고 검색도 잘 안할 거 같은데 말이야. 그래도 이렇게 소개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마 머지 않은 때 또 다른 형제가 출현할 텐데 그 때도 잘 봐줬으면 좋겠어.
어, 그럴께. 너의 동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다음엔 좀더 가격이 내려갔으면 좋겠어. 솔직히 넌 너무 부담되거든. 아무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눈 것은 즐거웠어. 어디 아프지 말고 오랫 동안 버티라고.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여기서 아프면 고치러 갈 때도 없으니까. 그럼 수고~ ^^
ㅋㅋㅋㅋ, 이렇게 쓰니까 알기 쉽고 재미있는데요~ 앞으로 자주 부탁드려요 ^^
ㅋㅋㅋㅋ. 요즘 제품들과 대화 시간이 부족해서.. 아무튼 노력해보겠습니다~ ^^
카톡체로 해줬으면(디스패치처럼) 더 재밌는 구성이었을텐데 하는 ^^;
그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 줄 아시오~~? ^^
넥서스 제품 저도 좋아하는데 네이버 메인에 떠서 들어왔네요 잘보고갑니다~
저거 잘못 툭 하고 떨어뜨리면 그대로 가시는 상황이 꽤 많다고…
어디서 반마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