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넥서스7을 손에 쥐기 전까지 편견이 하나 있었다. 그 편견을 긍정과 부정의 저울대에 올려 놓으면 꽤 부정적 성향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정적 편견은 지난 해 출시하자마자 들여왔던 킨들 파이어를 국내에 들여오고서 생긴 것(물 건너온 킨들 파이어, 역시 아마존이 필요해)이다. 이는 컨텐츠 소비를 강화한 태블릿이 서비스 현지화를 하지 못한 경우 이용자의 입장에서 겪어야 했던 불편함이 상대적으로 컸던 탓이다. 특히 컨텐츠 이용 범위를 심하게 제약하는 장치로 인해 불편한 경험은 비슷한 유형의 장치에 대한 거부감을 일으키는 트라우마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때문에 넥서스7이 출시되고 국내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다. 킨들 파이어가 악몽은 아니어도 결코 유쾌한 경험도 아니었던 터인데 넥서스7이 똑같은 길을 걸을 지 걱정스러웠던 탓이다. 그럼에도 넥서스7을 주문할 수밖에 없던 것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대한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 좀더 빨리 파악하고 싶기도 했고, 8월 중 우리나라 출시가 예고되어 있는 상황이라 시장에 적응할 여력이 있는지 가능성도 짚어보고 싶었다.
결론적으로 넥서스7은 킨들 파이어만큼 졸렬하지도 않았고 융통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아마 많은 이들이 짐작하긴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아마존 서비스에 특화해 태블릿에 필요한 모든 컨텐츠의 원스탑 구매와 클라우드 플레이를 가능케 한 킨들 파이어처럼 넥서스7은 구글 플레이를 경험하기 위한 장치를 표방하며 출시한 레퍼런스 장치였기 때문이다. 구글 플레이는 응용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도서, 음악, 영화 등 다양한 컨텐츠를 유통하고 있는 컨텐츠 장터도 겸하고 있다. 단지 우리나라에서 접속하면 응용 프로그램만 내려 받을 수 있는 앱 장터만 이용할 수 있는 탓에 구글 플레이의 다른 서비스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때문에 구글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말은 앱 장터를 포함한 컨텐츠 장터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는 의미기 때문에, 일부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는 국내에서 그 기능을 제대로 쓸 수 없음을 뜻한다. 그런데 다행이라고 말한 이유는 두 가지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른 앱 생태계가 비교적 견실하게 갖춰져 있고, 이용자가 이용하려는 컨텐츠 활용에 대한 제약이 크지 않아서다.
실제 넥서스7을 켜고 설정을 끝냈을 때첫 홈 화면에는 ‘내 라이브러리’라는 위젯이 한 페이지에 통째로 떠 있었다. 이 위젯은 이용자가 구글 플레이 서비스를 통해서 구매하고 즐겼던 음악, 도서, 영화 같은 컨텐츠 목록을 먼저 보여주는 것으로 메일이나 일정 을 먼저 보여주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구분점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위젯은 컨텐츠 장터를 이용할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쓸모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일찍이 베타 서비스 때부터 구글 뮤직에 음악을 올려뒀던 필자는 다행히 구글 뮤직의 앨범 이미지가 위젯에 표시되긴 했는데, 이러한 서비스를 쓰지 못하는 다른 이용자들에겐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내부 저장 장치에 음악을 넣어 놓는다면 음악 플레이어로 연동되지만, 처음부터 구글 뮤직 같은 구글 서비스가 가진 강점에 접근하지 못하므로 구글 플레이와 연동된 기능을 제대로 쓰기는 어렵다.
그런데 넥서스7에서 심각한 문제는 구글 플레이 서비스를 제대로 쓸 수 없는 현지화 정책의 문제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넥서스7은 8GB와 16GB의 내부 저장 공간에 따라 두 개 모델로 나뉜다. 이번에 테스트를 위해 가져온 것은 8GB 모델이지만, 실제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은 6GB 안팎이다. 이 공간에 담을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은 물론 음악과 동영상까지 담기에는 턱없이 적다. 그렇다고 용량을 늘릴 수도 없다. 마이크로SD 카드를 꽂는 슬롯이 없다. 16GB라면 조금은 여유가 있지만, 넉넉하다고 할 수도 없다. 만약 이용자가 즐기려는 컨텐츠를 네트워크를 통해 구글 플레이에서 바로 가져올 수 있다면 조금 부족한 내부 저장 공간에 대한 불만은 줄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를 쓸 수 없는 우리나라에서 넥서스7의 내부 저장 공간은 크게 부족하다.
그나마 국내에서 서비스하지 않는 구글 플레이의 일부 서비스를 메울 만한 대안이 있는 게 다행이다. 음악은 멜론이나 벅스, 영화나 드라마는 티빙이나 호핀, 도서는 교보, 리디북스 등 안드로이드 장치용으로 만든 서비스 앱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서비스들이 대부분 장치가 아닌 ID 기반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서비스만 가입했다면 국내에서 필요한 컨텐츠를 어렵지 않게 수급할 수 있고, 내부 저장 공간에 담아 두지 않더라도 스트리밍 방식으로 들을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무선 랜에서만 작동하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이용할 땐 스마트폰 태더링이나 와이브로를 이용해야 한다. 응용력이 강한 이용자라면 필요한 데이터를 넣은 뒤 구글 플레이에서 앱을 내려 받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구글 플레이에서 구매했던 앱은 대부분 문제 없이 설치되었고, 호환성이 떨어지는 일부 앱은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별 탈 없이 작동한다.
구글 플레이를 완벽하게 서비스하지 않아도 대안 서비스를 이용해 넥서스7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구글 플레이에 특화된 태블릿이라는 넥서스7의 이점이 완전히 사라진다. 구글 플레이의 컨텐츠를 한 기기에서 구매하는 편의성도 없고 다운로드 없이 즐길 수 없다면, 결국 넥서스7은 국내에 출시된 다른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경쟁해야 하는 그저 그런 태블릿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마도 30만 원(세금 포함) 안팎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넥서스7은 분명 가격과 최신 운영체제라는 이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저장 공간과 부족한 네트워크 연결성 같은 약점도 안고 있다. 장점과 단점을 덩어리 채 드러낸 넥서스7. 국내 이용자들에게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생존법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덧붙임 #
넥서스7의 단점 몇 가지
1. 크롬 브라우저가 기본이며, 플래시가 작동하지 않는다. 마켓에서도 플래시 플레이어를 다운로드 할 수 없으며 이를 쓰려면 이용자가 직접 APK를 구해 설치해야 한다.
2. 배터리 소모가 의외로 빠르다. 광탈 수준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못지 않게 빨리 소모되는 느낌이다.
3. 전면 카메라는 있지만, 카메라 앱은 없다. 페북이나 구글+를 깔고 촬영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 앱이 작동한다. 왜 카메라 앱을 제거했는지 모를 일이다.
4. 내장 스피커는 음량 결핍증에 걸린 듯하다. 구글이 따로 넥서스Q를 만든 이유가 있었다.
* 넥서스7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평 : 운영체제와 처리 장치의 균형감과 조작감은 지금까지 본 안드로이드 태블릿 중 가장 좋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전체적인 하드웨어의 완성도가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본 포스트는 네이트와 골닷컴에 연재되는 와싯님의 파스타툰 ‘세리에 라이즈’를 너무 재밌게 봐서, 어설픈 포샵 합성으로 따라해봤습니다. 억지스러운 면이 있더라도 이해해주세요. ^^; (와싯님은 무슨약 드시나? ㄷㄷ) 구글 넥서스7의 광풍이 무섭습니다. 구글이 판매 통계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여 정확한 판매량은 모르겠으나, 16GB모델은 지금 물량부족으로 인해 잠시 판매가 중단된 상황입니다. 알 수 있는건 “현재까지 미국내 판매량이 HP 터치패드를 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