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5월에 ‘델의 위기, 판매 방식 만의 문제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델이 온라인을 통해 주문한 소비자에게 곧바로 판매하는 직판 체제 대신 대형 마트를 통한 매장 판매를 병행하기로 한 것을 두고 ‘종전의 제품으로 판매 채널을 다변화한다고 해서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 수는 없을 것’이는 이야기를 했더랬다. 별다른 특징없는 제품으로 매장에 올려둬봤자 다른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싼 값 밖에 없다는 식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수많은 PC와 노트북들을 갖고 오프라인에서 경쟁을 해야 할 델에게는 정말 불리하다. 물건을 직접 보고 살 수 있는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싼 가격만큼 제품의 질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델이 직판에 오프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데에는 자신들의 값싼 PC를 좀더 많이 팔아보자는 심산이기에, ‘아무 문제 없이 쓸 수 있는 PC입니다’라는 설명보다 옆집에 있는 HP나 에이서보다 싸고 강력한 PC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할 것이 뻔하다.”
이 이야기를 던진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이 흐른 것이다. 그 사이 델이 내놓은 제품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변화의 폭이나 무게를 무엇으로 재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최근 들어 델의 제품이 눈여겨 볼만한 것이 많아졌음은 물론이다.
“델은 이제까지 소비자의 가치를 높이는 부분에 대해서 주력해오지 않았다. 특히 노트북이나 PC에서는 거의 디자인 이슈를 발생시키지 않는 업체다. 모니터나 PDA에서는 조금 있지만, 주요 시장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요하지는 않다. 값이 아닌 제품의 퀄리티에서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다. 전시된 델 제품을 보고 그만한 가치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온라인에서 팔던 제품 그대로 전시하는 것이라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어려울 뿐더러 싸구려 이미지만 더 강하게 남길 수도 있다. “
1년 전 지적과 달리 최근 들어 디자인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소개했던 스튜디오 하이브리드 PC도 그렇고, 이에 앞서 나왔던 스튜디오 노트북, 요 근래에 발표했던 업무용 노트북인 래티튜드 E 시리즈 등은 분명히 달라졌다. 앞으로 나올 델 미니까지 포함하면 그 어느 업체에 뒤지지 않을 특색을 갖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게 된다. 밋밋했던 겉모양과 칙칙하고 우중충한 색을 버리고 더 다채롭게 화사한 컬러를 입힌 노트북과 PC로 탈바꿈 했다. 뉴욕의 아티스트인 마이크 밍이 디자인한 문양의 스킨을 입혀 스페셜 아트 에디션 노트북을 팔기도 한다. 또한 노트북이나 PC를 쓰는 환경에 맞춰 형태와 성능, 기능을 확연하게 구분지은 것도 1년 전과 달라진 부분이다. 이제 매장에서 델의 제품을 직접 보고 만졌을 때 1년 전과 다른 평가를 받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져보기도 한다.
문제는 1년 전 이용자들이 바라던 가치가 디자인이었다면, 지금은 그 가치 기준이 그저 디자인에만 머무르지 않고 바뀌었다는 점이다. 1년 동안 델만 변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 역시 바뀐 것이다. 특히 노트북이나 PC 역시 이용 환경에 따른 이용자의 경험을 중시해 디자인뿐만 아니라 성능과 기능, 기타 부가적인 활용성까지 폭넓게 담아 출시하고 있다.
허나 최근에 나온 델의 노트북과 PC들이 이처럼 이용자 경험에 최적화 된 제품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 실제 이용자로부터 그 평가가 나오지 않는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더구나 종전 델을 쓰고 있던 이들로부터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이 나왔음에도 재구매를 하지 않거나 머뭇거리는 반응을 접할 때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성능, 디자인, 안정성, 활용성 등 그들이 생각했던 가치를 델 제품을 통해서 얻는 데 실패했고, 다시금 델을 통해 그러한 가치를 얻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이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물론 델에 대해서 유쾌한 경험을 하지 못한 몇몇을 두고 델의 현 상황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더 좋은 경험을 누렸던 이들에게 델은 여전히 신뢰할만한 브랜드라고 생각할테니 말이다. 단지 이런 이들을 찾아보기 힘든 게 불행이라면 불행이지만…)
때문에 지난 1년의 노력들이 당장 효과를 낼 것이라 보기는 이른 듯 싶다. 그 변화가 반가운 것은 사실이지만, 델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얻기는 생각보다 힘들어 보인다. 예전의 기준으로 보면 델이 가치를 느낄만한 제품을 만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용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더 많은 가치를 안겨 주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 마음을 열고 변화된 델의 가치를 평가해 줄 소비자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덧붙임 #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델의 주가는 여전히 25달러에서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델의 A/S방식은 장점이 충분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델코리아의 A/S는 정말 짜증납니다
두번다시 델의 제품을 사고싶지 않을정도로여… 이 다음 제품은 델것이 아닐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바뀐건지..그렇게 나쁘지 않더군요. 제가 신도림 테크노마트에서 제 친구 델 노트북의 하드가 고장나서A/S를 받은 적이 있었죠
직원들도 친절할 뿐 아니라 밥먹고 온다니까 나중에 전화도 주겠다고 하더군요. 일단 비스타 복원하고 하드교체하고… 께끗하세 해서 잘 돌려주더군요. 어디가 고장났는지도 다 테스트해주고요. 심지어 잘가라면서 델 노트북 가방도 주던데, 친구가 괜찮다고 해서 안받았죠(어흑, 제가 가졌어야하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오프라인 AS센터가 생기기 전에 생긴 일인듯 한데, 요즘에는 구형모델도 성심성의껏 잘 고쳐주니 너무 뭐라 그러지 마세요. 점차 나아질 겁니다 ‘ㅅ’
예전의 나쁜 기억이 지금도 흑곰님을 지배하고 있군요. 델이 무너뜨려야 하는 건 이런 거겠죠? ^^
델은 뭐랄까요? 아주 중심적인 (코어) 것만 갖춘 제품을 내놓다가 요즘들어 디자인과 성능까지 같이 겸비한 거물들을 내놓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돌풍을 못 일으키는 것은 첫쨰로 국내소비자 시장이 그냥 무덤덤한 국산에 집중한 것과, 두번째로 고가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몇만원대라면 슝슝 글도 올라오고 피드백도 뜨겠지만, (아니면 휴대전화처럼 노트북을 바꾸는 풍토가 아직까지는 다행으로 (델의 입장에서는 불행하지만) 한국에는 없는 것이 그 이유이겠지요)PC라는 것이 소모품임에도 가전제품처럼 인식되어 오래쓰려는 경향이 있어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노트북이나 데톱을 사면 2-3년은 쓰니까요
그나저나 전 Latitude E4300 모델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델에서 이렇게 대단한 물건을 내놓을 줄은 몰랐거든요. 요즈음 진지하게 노트북 자금마련을 위해 초저가형으로 살 계획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델에서 품질평가단같은 거라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ㅇㅅㅇ 정말 너무너무 써보고 싶은 모델입니다. (델코리아가 물론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요. 바로 응모할텐데 말입니다.)
PS. 델코리아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긍정적으로 말해줄 소비자들은 여기에도 있고 다른데도 정말 많다. 다만 모르기 때문에 말을 안하는 것이다…. 라고. 좀 홍보좀 제대로 하고 광고도 hp처럼 물량공세를 하든, 지역화를 잘 했으면 좋겠어요.
시마시마님 말씀처럼 여러 면에서 물량 공세가 필요해 보이긴 해요. 지역화도 마찬가지고요.
그나저나 저도 E4300을 보면서 혹했습니다. 탐이 나긴 하더라고요. 문제는 그 제품, 발표는 해놓고 우리나라 온라인에는 판매 정보를 등록하지 않았더라고요. 얼마에 팔까 정말 궁금하다는.. -.ㅡㅋ
에이치피에 뭔가 원한이 있어서 그냥 국내제품으로..
솔직히 국내 조립만해도 케이스도 차고 넘치고 쉬워지고도 했는데 말이죠..
역시 한국인은 국내 상표의 제품을 써야 하나 보군요~
inspiron 8200을 사용할때였는데.
단칼에 짤라 말하더군요. “델 코리아를 통해 판매한 물건이 아니므로 수리할수 없습니다.”
그 이후로 델은 바이바이 했고, 그 이후로도 제외모델입니다.
물론 자작이나 수리에 상당히 편하도록 설계되어 있지만, 일반 유저로서의 메리트는
작고 강력하고 이쁜게 좀더 크니 말이죠.
그렇군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것도 이전에 불쾌한 경험을 했던 이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안되나 보네요. ㅜ.ㅜ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델이 얼마전에 내놓은 레티튜드 시리즈의 새로운 모델들을 광고하는 것이 있어 클릭해봤더니 이제는 제대로된 광고페이지가 생겨있더군요. E4300의 트랙포인트와 백라이트 키보드 좀 뒷북이 심하지만, 제대로 된 광고페이지를 본 겸, 또 델이 이전의 디자인을 벗어나 고급스런 비지니스 라인을 발표한 것을 축하하는 겸 새로운 레티튜드에 대한 정보를 알려드릴까 합니다 ‘ㅅ’ 이번 레티튜드에서는 비지니즈 노트북의 대명사인..